지난번에 했던 염색을 똑같이 하고, 소심하게 혹시 실패할 생각에
긴 머리를 조금이라도 더 짧게 쳐내지 못하고
한 달 뒤에는 중단발을 할 거라는 내 말에
숱이 많은 사람은 단발이 무거워 보여서 잘 안 어울린다는 선생님의 말에
머리를 자르지 않을까 잠시 약해진 마음을 먹어보고,
조금은 차갑다고 생각했던 선생님이 끝 무렵에 친절하게 대해줘서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리고
다음은 중단발이라고 생각하면 되냐며
단발은 정말 먼 길을 가는 거라는 건 아시죠라는
말에 인정을 하면서 또다시 흔들리는 나는 항상 뭐가 그렇게 겁나는 걸까.
난 겁이 왜 이렇게 많아?
무서운 이야기가 생각나면, 동네 한적한 저수지 앞에 걸린 자살 신고 현수막을 보고는
거기서 누군가가, 어쩌면 꽤 많은 사람들이 죽었겠구나. 저기에 뛰어들었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서워서 어두워진 방 안에서 잠을 못 이루는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아?
겁이 많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봐 그게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