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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Oct 02. 2023

버티기의 힘 두 번째, 맞벌이 가정

IT에세이



지난해 말, [워킹!+맘] 메뉴에 '버티기의 힘'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은 '일'에 대한 이야기여서 [워킹!+맘] 메뉴에 올렸다.

제목은 버티기지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붙잡아 매면서 시간을 끌어보자는 내용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가치를 느끼면서 성장해 나가보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 성장은 사회적인 지위나 부가 아니라 '나'라고 하는 '한 인간의 성숙도'를 의미했다.

[워킹맘] 버티기의 힘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그 수준이 올라가면 힘든 시기가 온다. 일 자체가 재미있고 성취감을 주더라도 사람들 간의 관계나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은 늘 생긴다. 일은 혼자 해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주변의 관계까지 아울러 범주를 넓혀서 봐야 하므로 '성숙도'의 의미 역시 일을 둘러싼 관계까지 포함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지 않나,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라는.

사람이 특정인이면 그 사람만 피하면 되는데 '상황'이 힘들게 만들 때는 피할 곳도 없다.

예를 들자면 사회 분위기나 각종 편견들?

이럴 때 나만 인내하고 감내하는 것만은 능사는 아니지만, 일 자체가 그래도 마음에 든다면 포기하지 않고 적당한 '버티기'가 훗날 도움이 된다.

나도 모르게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곳에서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겠으나 그래도 문득문득 과거보다 나아져 있음을 경험할 때가 많다.

그러고 보니 둘째 아이를 유산했을 때가 생각난다. 유산한지 몇 개월 흐른 것도 몰랐다. 그동안 몸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시간이 꽤 경과된 상태라 수술을 해야 했고, 고작 이틀 휴가 내고 다시 일하러 나갔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스스로 그리 행동했던 것 같다.

지금은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제도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이미 아이를 다 키웠고 아들 하나이지만, 여성들의 사회생활과 맞벌이 가족의 사회보장에 대해 관심이 여전히 큰 이유는 나의 후배들, 나의 다음 세대는 좀 더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다.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니라 '너희 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의 마음이 자꾸만 생긴다.


가끔 장애인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방해를 주면서까지 시위를 하는 경우도 보인다.

민폐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렇게라도 해야 관심을 가져주는 사회'를 탓해야 한다고 본다. 욕먹어 가며 최전선에 나서서 인권을 외치는 사회 소수자들 덕분에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내가 느끼는 '버티기의 힘' 두 번째는 맞벌이 가정에 대해서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는 '변종'을 생존경쟁의 결과로 생겨난 것으로 보고 개체에 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후대로 보존되는 '자연선택'을 한다고 했다. 자연상태의 변화가 없다면 '이로운 변이'는 정해져 있겠으나 자연의 큰 변화가 생길 때 지금까지 '불리했던 변이'가 '자연선택'이 될 수 있고 기존의 유리했던 변이는 멸종할 수 있다.

나는 '현대 사회에 생겨난 맞벌이 가정'을 '변이'로 보고 싶다. 어쩌면 돌연변이일 수도 있고 열성에 해당할 수 있겠으나 지금 같은 현대 사회에서는 맞벌이 가정이야말로 갈수록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는데 오히려 적합한 형태의 가정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책] 종의기원, 찰스다윈 


션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

"할머니가 키운 아이들은..", "엄마가 일하는 집 아이들은.." 이런 말이 들렸다.

한 번은 엄마들 모임에서 그런 말들이 나와서 잠자코 있었는데 한 명이 내가 일하는 엄마임을 깨닫고 "아니, 일한다 해도 션네와은 다르지."라며 수습한다. 그냥 웃었다. 다를 게 뭐람. 션이라고,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나.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지. 왜 여기저기서 어떤 선을 그어 놓고 '우리'와 '남'을 자꾸 갈라치기 할까 싶었다.

그렇다고 섭섭하지 않았던 것이 그 시절은 '상황'과 '분위기'가 그랬다.

워킹맘은 어딜 가나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친한 선배 맘이 알려준 워킹맘이 가져야 할 자세는 정보력 강한 엄마들 모임에 나가면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그런 상황도 곱게 마음먹고 보면 다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한국 사회에서 맞벌이 가정은 생존에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것은 아이의 정서와 케어였고, 다음으로는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는 동안에도 여러 사회 변화를 지켜보다 보니 맞벌이 가정 중 일부는 '자연선택'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공룡이 멸망할 정도의 큰 자연변화 수준은 아니더라도, 엄마 아빠 모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변화를 꾸준히 느끼고만 있어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부모 각자의 삶도 훨씬 풍요롭게 가꾸어 나갈 수 있어서다.


물리적 시간 부족 대신 질적으로 단단한 교감을 할 방법을 찾고,

사회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아이에게 나눠주고,

부모와 자식이 예속되는 관계가 아니라 독립적인 관계를 형성하도록 애쓴다면

맞벌이 가정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아이가 어릴수록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버티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일과 마찬가지로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을 버틴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끼리도 '관계'가 중요하고 '말해야 이해'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가 있는데 말을 하지도 않고 알아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또다시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다른 집, 다른 아이, 남의 남편과 아내와 비교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좋은 롤 모델이 있다면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버티려면 '힘'이 필요하고 그렇게 버텨내면 '더 큰 힘'이 생긴다.

가장 쉬운 버티기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고,

가장 보람 있는 버티기는 '힘들 때가 있어도 의미와 재미를 찾아가며 계속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션이 어릴 때 주 6일 근무제에서 언제부터인가 주 5일 근무제가 되었다. TV에서 '이전에는 토요일도 일했다면서요'라는 젊은 출연진의 말에 '그래, 그랬던 때가 있었지'라며 그 시절이 떠올랐다.

이번 여행에서 주 40시간, 주 45시간 일하는 나라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도 언젠가 이렇게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렇게 되면 맞벌이 가정의 숨통도 더 트이지 않을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깨어있도록 노력한다면 세상은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111431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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