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독서

직장맘의 육아일기

by 연작가

그러고 보니 새롭게 시작하는 글들은 그날의 생각이 아닌 최소 10년 이상, 길게는 나의 어린 시절까지 토대로 적은 글들이라 어떤 의미에서는 검증아닌 검증이 되었을 수도 있는 글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나'라는 인간의 지극히 주관적 입장으로 쓰는 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이 곳은 내 일기장이고 내 생각을 글로 옮겨 담는 노트니 당연히 내 주관적인 글인게 당연하지.


그래도 가끔은 나같은 스타일의 사람 (즉, 지금 이런걸 아이가 하게 했을 때 1년후, 5년후, 10년 후 어떤 영향 미칠까 라고 생각하는 그 누군가) 에게는 소소한 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션이 어릴 때 내가 궁금한 건 이런 류였다.


다들 어릴때부터 악기 하나씩 해야 한다고 할 때 선배맘에게 물어보면, '학교 수행평가 잘 받아야 하니까' 또는 '멋있잖아', ' 지금 해 둬야지, 나중에 바빠서 못해'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었다. 딱 한 분만, 그 분 아이는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공부하다 쉴 때 피아노를 쳐서 스트레스 푼다고, 악기 하면 정서적으로 좋은 거 같다고 하셨다.

다 맞는 말씀을 팁처럼 나에게 해 준거라 고마우면서도, 대부분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터에서 같이 일하는 분들 중 성인이 되어서도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고 가끔 작은 공연 하시는 분 찾아서 여쭈어봤다. 일하면서 악기를 꾸준히 다루는 것이 어떤 의미냐고.. 그 분의 말씀은 '힐링이자 행복'이라고 했다. 누구나 다 바쁘지만 연주를 하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 가끔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이 생활의 활력이 된다고.. 설사 아이가 악기를 다루는 것에 취미가 없더라도 어릴때 어떤 악기든 좋으니 잠시라도 접하게 되면, 성인이 되어 기회가 생겨 뭐라도 배워볼까 할때 두려움이 없을꺼라 이야기 해 줬다. 단지 바이올린 같은 악기는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은 더 그런 성향이 될 수 있으니 이왕이면 아이에게 잘 맞는 악기를 골라서 하게 해 주면 좋겠다고 했었다.


영어는 어릴 때 하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영어의 중요성은 내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편하게 접하게 해 주려 했다. 단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영어를.. '언어'의 기능보다 '도구'의 기능으로 더 생각했다. 우리가 한글로 접하는 정보보다 영어로 접하는 정보가 상상을 못할 정도로 더 많지 않은가. 단순히 영어 성적, 영어 회화 이런 문제가 아니다.

영어에 대한 [썰]은 다음 기회로 넘기자.


션이 초등 입학 후 수학에 대해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결국 입시의 판가름은 '수학'이라고..

그래서 션 어릴 때 내가 수학은 전혀 안시키니, '수학 좀 시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일단 내가 납득이 되어야 학습지건 문제집이건 풀리지..

그래서 왜 수학을 '잘'해야 하는 지를 '초->중->고->입시'까지 큰 줄기를 알아볼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을 보고서야 나때와 많이 달라졌구나 하며 비로소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나서 그 다음 한 것이 어떡하면 부담없이 수학을 할수 있게 할까였다. 이건 [썰]수학편에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즉흥적으로 아이에게 뭔가를 시키면 부담은 온전히 아이에게 가서, 왠만하면 션에게 마구 들이 밀지는 않았던거 같다. 이거 지금 하는 이유는? 이거하면 나중에 뭐가 좋길래? 이거 다음에 뭐랑 연결되지? 이런걸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션에게 '해볼래?'하고 시작을 했다. 물론 모든 걸 이렇게 돌다리 두들기듯 신중하게 고민한 건 아니다. 대부분은 누가 '뭐 같이 할래?' 하면 무조건 '콜' 을 외치려 했다. 직장엄마다 보니 한번 빠지면 다음엔 기회도 안 줄거 같아 그런 것도 있고, 대부분은 가벼운 것들인데다 내가 출근하고 없는 시간 심심할테니 뭐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 보여서다.


하지만 '독서'는 아니다. 독서는.. '생활'이어야 하고 '습관'이 되어야 하며, 어린 시절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독서습관'이다. 이건 내가 우리 부모님께 물려받은 '최고의 선물'이라 독서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션에게 주고 싶었다.

성인이 되어 만난 사람들 중 책을 안읽는 사람 대부분 이구동성 하는 말이 어릴때부터 책 읽은 적 별로 없고, 학창시절 억지로 읽으라고 해서 읽은게 다다라고 이야기한다.


독서는 사실 "썰" 풀기가 쉽지 않다. 일단, 나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손가고 마음가는 대로 하면 되지, 이걸 무슨 계획 하에 접근하냐는 생각한다. 솔직히 그런 방법은 오래 가기 힘들 수 있고. .

하긴 나도 그런적이 있다. 션 어릴 때 접하게 해준 단계별 책, 영역별 책 등... 그때는 나도 초보맘이고 그렇게 메뉴얼처럼 엄마들 사이 통용되어 있는 독서에 대한 정보 아닌 정보를 따라했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방법을 통해 얻은 것이 더 많긴 했지만, 션이 자라면서 그 공식들은 하나씩 깨어져 갔다. 아이의 기질이 점점 뚜렷해 지면서 아이의 자율적 선택이 더 들어나게 되고, 그걸 존중해 줘야 하니까. 그리고 항상 느끼는 건데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나와 션의 의견이 다를 때는 어떤 선택을 해도 정답, 오답은 없었으며 오히려 션의 션택이 훨씬 가성비가 뛰어 났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좋아하면 덤벼들어 하니까.


이러다 독서 이야기 언제 시작할지 모르겠네. 요즘은 왜 이렇게 말이 많은 지 ^^;;


션에게 책을 읽어준건, 태어나서 몇 일되지 않아서 이다.

내가 있었던 산후조리원은 산모의 회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이와 엄마를 떼어 놓고 수유할때 만나는 그런 곳인데, 나는 모유수유를 하겠다고는 했으나 젖량이 많지 않다보니 션이 계속 날 찾았고, 그러다 보니 산모의 휴식은 커녕, 쇼파에 션 끼고 앉아 하루 대부분은 젖을 물리고 있었다. 배불리 먹어야 잠을 잘텐데 계속 배가 고프다 보니 션은 하루 종일 입맛을 다시며 내 젖을 찾게되었고, 난 회복의 의미가 없어 일찍 산후조리원에서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 션과 둘이 덩그라니 있는데 대화를 나눌 수도 없고, 말이라도 걸어 보려는데 이거 참 어느날 짠 하고 나타나서 마주보는 이 아이가 어찌나 생소하던지.. 그렇게 몇 일이 또 흘러 갔다가 션 틀어 주려고 산 노래 테잎에 딸려온 책 (나중에 보니 이 테이프가 노부영 시리즈였다. Who's am I ) 이 있어서 펼쳤다. 대략 10장 남짓? 각 페이지 마다 눈 맞추기 용도인지 귀여운 아기 동물들이 정면을 똑바로 쳐다보도록 그려져 있고, 글은 전혀 없었다.


일단 이걸 보여주고 말 걸어 볼까 하는 생각이 불연듯 들었다.

아기 곰 펼쳐서 '이게 곰이란 건데~'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션이 갑자기 '옹알이'를 하는거다. 먹고, 자고, 싸는 것 이외 등장한 이 신선한 반응~ 이때부터 션에게 책 읽어주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이때는 책을 읽어 준게 아니라 그림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준게 다였고 그것만 해도 션과 교감하기에는 차고 넘쳤다..션이 자라면서 점점 글밥도 늘고 책량도 늘었다.


당시 얼마나 초보맘이었냐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날 보고 반가워 기어오는 션과 부비부비 하고 수유하고 책 읽어주고 놀아주고 하던 어느날, 다른 부모들은 한글을 가친다고 해서 '어? 한글도 어릴 때 해야 하는 거야?' 싶어 션과 한글놀이를 몇번 했는데 28~30개월에 한글을 금방 떼서.. 모든 아이들이 이 무렵 한글을 다 떼는 줄 알았다.

비록 한글을 뗐다고 해도 책 내용을 이해까지 하기엔 워낙 어린 나이라 유아기 시절에는 책일 읽어주려 많이 애를 썼다.


퇴근이 워낙 늦다 보니 션과 함께한 시간은 정말 턱도 없이 부족했지만 퇴근하고 돌아오면 반가워서 엉금엉금 기어와 매달리는 모습은 지금도 선~ 하다. 자기 전 마다 책을 읽어 줬는데 이 당시 아이들이 그렇듯 션도 읽고 싶은 책 잔뜩 쌓아놓고 내가 읽어 주는 그 시간을 너무 좋아했다. 너무 피곤해서 읽어주다 잠이 들면 날 깨우기도 하고 오늘 그만 읽자 하면 머리맡 쌓아놓은 책 다 읽어야 한다고..


이 기간이 체력적으로 힘이 좀 들었는데, 일은 일대로 많아서 퇴근하고 오면 평균 밤 10시..걸핏하면 철야, 주말근무가 있었고 맡은 임무는 점점 막중해 졌다.

션은 낮잠 실컷 자고 일어나서 엄마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책 읽어 달라고 해서 결국 책 읽어 주기는 밤 10시나 11시 시작해서 새벽을 넘기기 일수.

정말 몇 년을 수면부족에 내내 시달렸다.

그래도 요 나이때만 이리 읽어달라고 한다고도 하고 나도 하루 중 잠시나마 션에게 집중해줘서 좋았다.



한글이 왠만큼 늘자 3살 부터 영어동화책/노래를 병행했고 초등 입학전에 한글책과 영어책 읽은 량이 상당했다. 어디가건 책 가지고 다니고 시간나면 책을 읽기도 했고..(그림그리기를 워낙 좋아해서 연습장과 색연필도 같이 들고 다녔었다.)



도서관 이용도 하도 자주 하고 책도 많이 빌리니 사서님이 우리 모자만 야간개장(?)을 해주기도 했었다. 내가 퇴근하면 이미 도서관 문은 닫은 상태라 살짝 배려를 해 준 거였다.

집에도 책이 많은데 왜 도서관을 또 그리 빈번히 다녔냐면 일단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좋았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책으로 둘러쌓여 나무 책상에 앉아 책읽는 이 여유로운 시간을 잠시 가져보는게 그리 행복할수가 없었고 션도 그 공간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즐겼다.

또 하나는 집에 있는 책은 내가 선택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 취향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은데, 도서관은 전 영역에서 엄선된 다양한 책이 있다보니 원하는 책을 고르다가 그 옆 책들도 눈길을 주게되고 또 주제별로 책들이 모여있다보니 확장해서 읽기도 좋다.



그런데 션이 이렇게 다 자라서 돌이켜보니, 초등 전 시절의 경우 션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직접 고른 책이 아닌, 내가 션에게 읽혔던 책 중에 '진정한 책'이 얼마나 되나 생각해보니 다소 회의적이다.

글밥이 작은 책들은 한글떼기 용도였던 적이 많고

철학, 수학, 과학 동화 등으로 불리우는 책들은 결국 가벼운 정보제공 용 책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션이 '진짜 읽었던 책'들은 그게 생각주머니를 넓히건, 지식쌓기건 간에 '션의 관심,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읽었던 책들이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우주를 좋아할 때 (대략 2년의 기간이었음), 우주선, 우주인 관련 책 읽다가 천체박물관, 우주박물관도 가고 망원경으로 달도 보고 우주 주제 영화도 보고 우주캠프도 참가하고 우주관련 그림도 그리고 다시 더 깊이 있는 책 읽고 읽다보니

미국과 소련 냉전시대 때 우주과학이 경쟁적 발전한걸 알게되고 또 점점 이와 관련된 사실들이 책으로 연결되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고의 확장을 하게 됨을 알게되었다.



종이에 적힌 text만이 책이 아니라 한 '주제'를 둘러싼 모든 것이 '책'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책 한권 읽고 느낀점을 적은 후 '한 권 다 읽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저리 다각도로 오감를 통해 즐겼던 것이 훨씬 의미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 독서습관도 가만히 보니 어느 부분 닮아 있는 걸 알게되었다. 한동안 소설이 재미있어 읽다가 특정 장르, 특정 작가의 책을 다 읽게 되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서 갈증이 해소 되면 잠시 책읽기 소강상태 있다가 또 다른 책 이리 저리 보다가 어디 한 군데 관심이 꽂히면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가서 비슷한 주제의 책을 다 읽어 본다.

한때 '미술'에 필 꽂혀서 관련 책들을 섭렵한 적이 있는데 처음 한권은 대부분 모르는 내용이니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2권, 3권 등 다른 미술 책들을 더 읽어 가다 보니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져서 점점 술술 읽히게 된다. 가끔은 같은 그림에 대한 다른 시각을 발견하면 상당히 흥미를 가지게 되기도 하는데 그 보다 새롭게 발견한 것은.. 이렇게 안 우물 파다 보니 다른 영역과 접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거다.

즉 '그림'으로 시작했으나 역사, 인물, 과학, 철학, 종교 등 다 연결이 되는 그런 시점이 오면서 진심으로 '재미'를 느껴 너무 행복했다.



언제부터인가 션은 책은 좀 덜 본다. 가끔 정말 읽고싶거나 필요한 책을 찾아 읽는다. 대신 신문, 저널, 각종 글은 끊임없이 읽는데 어린 시절 우주에 대해 그렇게 한것처럼 무언가 읽다가 하나사 궁금하거나 흥미가 느껴지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찾아가며 읽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 난 00가 궁금해서 읽어 본건데 이게 양이 쌓이니까, 다른 것들이랑 다 연결이 되네?'라고 한다.


독서의 힘은
바로 이렇게 사고의 확장을
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에피소드1) 션 어릴 때 성냥팔이 소녀 읽어주는데 어찌나 목이 메이던지.. 애 키우는 입장에서 읽어보니 성냥팔이 소녀의 감정에 너무 이입이 된다. 책은 나이로 한정하면 안된다!


에피소드2) 션 초등 저학년에 역사책 읽어보다로 주다가 근대사 책들을 보고 놀랬다. 이렇게 자유로운 정치적 의견이 책으로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실감해서.


에피소드3) 션이 전래동화 번역봉사를 가끔 하고 있는데, 경악을 한다. 예를 들어 '선녀와 나뭇꾼' 번역하다.. '어릴 때 몰랐는데 이거 완전 범죄의 온상이네~ 절도, 협박, 납치 ~ 너무 한거 아냐?'


이거참.. 인과응보, 권선징악 등이 주 메시지인 전래동화를 지금 현대 사회의 잣대로 보니 영 맞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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