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안에 늘 가지고 다니는 물건은 책 두 권, 독서를 위한 아이템 (포스트잇 플래그, 책갈피, 작은 수첩, 펜), 장갑, 핸드로션 (건조해서 사시사철 필요), 휴대용 키보드, ,보조 배터리 립스틱 등이다.
여자들의 백은 디자인을 중시해서 빅 백이라고 해서 끈이 튼튼한 게 아니다. 출근할 때는 이 가방, 저 가방 들고 다닐 여유도 없어서 한 번 들기 시작한 가방을 한동안 매고 다니는데 책 두 권의 무게가 가방의 가느다란 끈에 부담을 줬나 보다. 처음 가방끈 이음새가 떨어졌을 때 가방이 불량인가 했다. 두 번째 가방도 이음새가 못 견딘 걸 보니 가방 탓이 아닌 것이 맞다. 책도 무거운데 이것저것 더 넣어 다니니 무게가 꽤 나간다.
앞으론 미니 백 매고 책가방을 따로 들고 다니던 가 해야겠다.
2022년에서 뜻깊었던 일을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드디어 션이 대학생이 되어 내 품을 벗어나게 되어 학부모+부모에서'부모'로 자리매김한 것,
두 번째는 지금껏 프로젝트를 하나씩 수행했는데 앞으로는동시에 여러 프로젝트 수행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찾은 것,
세 번째는 가방끈이 떨어질 정도로 책을 읽은 것.... 이 아니라 '책을 읽은 후 리뷰'를 성심껏 쓴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블로그에 올린 리뷰의 정확한 숫자는 296개다. 실제로 읽은 책은 조금 더 많고, 블로그에 아직 올리지 않은 리뷰들이 메모장에 더 있으니 300권이 넘는 책에 대한 리뷰를 썼다.
리뷰도 쓰다 보니 점점 재미가 붙기도 했고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 강점을 놓치기 싫어졌다.
단순하게 책 소개나 책 내용만 발췌한다면 리뷰 숫자만 올릴 뿐이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다 보면 어쩌면 리뷰 쓰기를 그만했을 것 같다. 반대로,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 좋아서 책 리뷰를 더 정성껏 했던 것 같다.
책도 여러 유형이 있어서 어떤 책은 감성을 자극하고, 어떤 책은 사고를 넓혀주고, 또 어떤 책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감성, 사고를 자극한 책들은 리뷰에 내 생각과 경험을 많이 적었고, 지식 및 정보제공의 책은 요약 과정을 통해 내용을 익히려 했다. 내용을 익혔다고 적긴 했으나 솔직히 '암기', '기억'을 귀찮아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글로 남겨 둠으로써 키워드만 기억하고 오히려 머릿속을 비웠다. 책 내용이 궁금할 때 블로그에 써둔 글을 다시 읽어보며 요약 정보를 다시금 익힌다.
가끔 내 글을 보고 내가 놀랄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했었나? 하고.
리뷰를 쓸 때 강점이 많다고 했는데 가장 큰 것은 책을 제대로 씹어 먹을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책을 처음 읽을 때 들었던 생각과 리뷰를 하기 위해 두 번째로 다시 펼쳐들 때의 받아들이는 폭이 다르다. 막연히 떠 오른 생각을 글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다 보면 그제야 이 책 한 권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책 읽기가 초벌구이라면 리뷰를 쓰는 과정이 유약을 바르고 재벌구이를 하는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저자의 의도'에 대해서도 한 발 다가가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다 온전히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취향에 맞지 않는 책, 너무 어려운 책을 만날 때도 있다. 이때 끝까지 완독을 하고 나면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은 훨씬 수월하게 읽어낸다. 벽돌 책도 마찬가지다. 800페이지, 900페이지 넘어가는 책을 읽을 때 인내심을 요구하기는 해도 그만큼 보람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내공이 부족하여 훗날을 기약하며 포기하는 책도 있다. 언젠가 그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사고의 폭이 깊어지고 견문을 넓힌 것이 좋다고 했지만 가장 좋은 점은 따로 있다.
책이라는 '창'을 통해 저자와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300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300명을 만났다.
작년은 특히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다 보니 300명이 걸어온 길은 다 달라서 더 재미있었다.
돌이켜 보니 코로나 때문에, 일한다고 바빠서 등으로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졌을 때 전혀 외롭지 않았던 이유가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서였다.
일하면서 이리 꾸준히 리뷰를 올린 것에 대해 좀 뿌듯하기도 했고, 좋은 책을 잔뜩 만나서 행복했던 2022년이었다.
ps. 몰랐는데, 언제부터인가 책 리뷰를 올리면 웬만하면 검색 상위로 랭크되는 거 보고 그래도 꽤 열심히 했구나 싶다. 리뷰를 쓴 만큼 글쓰기도 좀...늘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