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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히 Jan 17. 2021

Q2. 유학생활 외로움. 그게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이 글은 모바일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외로움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외로움 :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by. 네이버 국어사전



말도 잘 안 통하고, 가족, 절친들도 없는 외국에서 지낼 때면 외로움이 나를 감쌀 때가 있다. 오늘은 6년간의 유학 생활을 보내며, 내가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써보려고 한다.




1. 외로움을 몰랐던 시절


외로움 대처하는 법 글을 쓰고 있지만, 솔직히 유학 시작하고 2년 반 정도는 외로움을 몰랐다. 내가 지냈던 산둥성 지난이라는 도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발전하는 신문물이 매일 들어오는 곳.


그곳에서 새로운 중국 음식을 먹는 재미도 있고, 여행 가서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도 좋았고, 학교 친구들이랑 공연, 활동도 하고, 친구들이랑 술 마시면서 추억도 쌓고..그곳에서 노는 건 정말... 짜릿해... 늘 새로웠다.


그때는 중국에서 대학원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시기가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알고, 새로운 걸 가능한 많이 시도하며 살았다.


그래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도 못했고,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 못 했다.


'이렇게 재밌는 유학 생활인데, 왜 외롭다고 하는 거지?'



2. 유학 3년 차, 드디어 외로움을 알게 되다


알기도 전에 느낀 고독이란 단어의 뜻

에픽하이 - 백야


내가 좋아하는 에픽하이의 노래 중, 외로움을 말하는 가사가 있어서 와닿아서 가져옴. 중2병 같지만 오그라든 손, 발 하나씩 펴면서 읽어주세요.


중국 생활 3년 차, 상하이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저 가사처럼 외로움을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외로움의 3가지의 원인을 정리해보자면,

1. 더 이상 새로움을 못 느낌

2. 사랑, 환영받는 느낌을 못 받음

3. 평소에 그냥 넘어갔던 것들이 거슬림


어 이거 권태기 증상....?


우선, 새로움이 사라졌다.


중국 생활 3년 차가 되니 어느 순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고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하는 게 너무 귀찮고, 버겁고.. 학생식당, 수업.. 이렇게 익숙한 곳들로.. 다닌 것 같다. (단, 여전히 새로운 중국음식 알아가는 건 좋았다)


저번 글에도 썼지만, 유학 3년 차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 유학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게 매우 버거웠다. 내 3년 전 텐션을 가진 그들.. 그들에게는 새로운, 그러나 나에게는 새롭지 않은 것을 같이 경험해야 할 때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들끼리 잘 노는 걸 보면 또... 부럽다..?


ㅇㄱㄹㅇ


두 번째, 대도시에서 환영받기 쉽지 않다.


확실히 대도시는 인정머리가 없다.


산둥성 지난시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살갑게 다가와 주던 사람들이 많았다. 지리적으로 한국이랑 가깝기도 하고.. 사람들 자체가 정이 많은 동네였다. 그래서 나는 중국 어딜 가든 그렇게 환영받는 줄 알았다.


but, unfortunately... 대도시 상하이는 외국인이 천지삐까리.. 한국인이라고 특별 취급받는 곳이 아니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오히려 노란 머리 외국인이 환영받음. 이런 느낌에 더욱 외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지나고 알아낸 사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며, 상하이 사람은 상하이 사람대로 심쿵 포인트가 있다)


마지막으로, 안 보이던 중국의 단점들이 나타났다.


내가 애정 한 중국의 단점을 하나둘씩 느끼면서 현타를 느끼기 시작했다. (더 자세한 단점들은 다른 포스팅에 얘기하는 걸로) 나도 단점이 있고, 우리 모두가 단점이 있음에도.. 그때의 나는 어떤 것의 단점을 발견했을 때, 안고 갈 줄 몰랐고 까기 바빴다. 나를 더 외롭게 만든 원인... 


이 3가지 원인을 적고 보니, 큰 도시에서 처음으로 생활하면서, 낯선 곳에서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나타난 외로움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때 나는 외로움을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했고, 나약한 사람이라고 자책했다.



3. 외로움과 함께 잘 지내는 법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느낀 건, 외로움은 그냥 나의 다양한 감정 중 하나이고, 평생 같이 갈 친구라는 것이다.


얘들처럼..! 내 안에 항상 함께하고 있는 외로움


외로움을 느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고, 나쁘다고 욕할 감정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나약하다고 느낄 필요도 없고, 배고픔을 느끼듯이 나타나는 그냥 여러 감정들 중 하나다.


그래서 외로운 느낌이 들 때, 애써 떨쳐내려 하지 않는 것이 좋더라. '아 또 외롭구나..' 생각하고 며칠 동안 외로움에 빠져 살아도 된다. 울어도 되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


그래도, 내가 외로움을 느낄 때 시도했던 방법들을 적어본다. 유학 생활 중 외로움을 느끼는 분이라면, 아래의 방법을 참고해 자신만의 외로움을 대처하는 법을 찾아내면 좋겠다.



✔ 외로운 감정이 들 때 일기장에 그 감정을 적어본다.


내가 가장 자주 쓰던 방법. 나의 감정을 텍스트로 정리하여 보면 내 외로움의 원인을 알 수 있고, 그 감정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 온 가족이 외식하러 나온 걸 봤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슬퍼졌다. 할머니도 중국 놀러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날따라 할머니가 보고 싶었던 걸로..살아계실 때 잘하지. 추억 생각하다 잠들면 된다.



✔ 무작정 밖을 나가 걷는다.


이것도 정말 내가 추천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나가서 걸으면 조금 덜 외로워지고 그렇더라. 온몸에 에너지가 돌아서 그런듯.


특히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상하이의 골목길을 구석구석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거기서 발견하는 상하이만의 매력.. 사람 사는 냄새도 느끼고, 외로움을 잊고 또 추억을 만들었구나 싶은, 그런 재미를 찾았다.


내가 상하이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 새로운 취미생활을 배운다.


중국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좋고, 내가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해보기. 주변 사람들을 보니 중국 전통악기, 춤, 디제잉, 그림, 스포츠 등등.. 이것저것 많이 배우더라.


나는 영상편집, 서예, 배구 경기 보기, 사진 수업... 다 기억은 안 나는데, 많은 걸 배웠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유튜브 채널. 여러분 제 유튜브 구독하셨죠?

https://www.youtube.com/user/kkangnal



✔ 한국어 나오는 콘텐츠를 본다.


정말 말 그대로 한국어가 그리워서 외로울 수 있다. 나는 그래서 한국 예능을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웃기도 했고,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보며 내 고민의 답을 찾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유학할 땐 없었던 채널인데, 밀라논나 채널을 추천한다. 이분도 유학 생활을 하신 분이기에.. 정말 멋지게 나이 든 인생 선배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 친구에게 오늘의 감정 털어놓고 위로받기


여기서 말하는 친구는 중국, 한국, 다양한 국적 모두 가능하며 나이도 상관없음. 오히려 나의 이런 감정을 다른 문화권, 나이대의 사람들이 공감해 주며 나를 위로해 줄 때, 정말 큰 위로가 됐던 적이 있다.


내가 혼자가 아니고, 모두가 외로움을 조금씩 안고 살아가는 것을 알면 외로움이 조금 덜해지는 느낌.. 그리고 저 사람도 나처럼 어딘가는 외롭고 힘든 구석이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나도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신경 쓰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더라.



✔ 전시회, 박물관 구경 다니기


바이두를 켜고, 현재 자신이 있는 도시명 + 展이라고 검색만 해도 많은 전시회가 나올 것이다. 아니면 그런 걸 알려주는 어플도 있다.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 관련 전시도 많이 다녔다. 특히 상하이는 예술가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사진 전시회 다니면서 많이 현타도 느끼고(아 나는 사진으로 돈 버는 건 안되겠구나 같은) 또 감동도 받고. 그런 과정에서 다시 중국, 상하이라는 곳에 애정을 가지게 됐다.


이렇게 해도, 외로움은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때그때 끌리는 방법으로 대처한다. 그리고 사실 그런 방법들은 외로움의 원인에 하나씩 대응한 것이다.



1. 새로움이 없어짐 >> 새로운 것을 찾아본다.

2. 사랑, 환영받는 느낌을 못 받음 >> 내가 누군가를 환영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본다.

3. 평소에 그냥 넘어갔던 것들이 거슬림 >> 그 이유를 알고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유학 생활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적응하는 시기에는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거든! 또 외로움을 느끼는 게 좋은 게.. 내가 외로워본 만큼,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지기 때문.


그러니까 외로움 느끼는 친구들..유학 생활 잘 하고 있다. 토닥토닥. 소중한 유학 생활, 다들 외로움이랑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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