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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셉 Feb 11. 2018

[인박스] 풋온아트 브랜딩 작업 글쓰기

예측 불가능한 아케이드, 디자인 제품들의 파사주

일상다반사의 글쓰기

글쓰기가 필요한 영역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실로 우리네 인생 저변에 자리 잡을 수 있다. 당신의 일, 취미, 사랑, 거리의 풍경,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 버스 유리창 밖으로 흐르는 이야기 등 일상다반사에 걸쳐 글쓰기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그저 머리 속에 흐르는 이미지와 언어를 스크린 영사기 위에 제 마음대로 흐르게 놔둘 수 있다. 그러나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만들며, 생각의 울타리와 기억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쳐 나가는 글쓰기가 없다면,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글쓰기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생각들이 한데 섞이지 않게 도와준다. 그럼으로써 글쓰기는 자신이 현재 어디에 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인지를 알게 해준다. 즉 글쓰기는 자신에 대한 자신의 관계, 즉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심화시키는 최고의 매체가 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글쓰기는 타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타인과 내가 맺는 다양한 종류의 관계(일, 연애, 교우 등)를 기록한다. 그저 지나갈 수 있는 기억과 감정을 분명한 단어와 문장의 틀로 나타냄으로써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계를 사유하게 된다. 글쓰기로 우리는 타인과의 갈등에서 이해의 싹을 꽃 피우며, 일(Work)에서 내가 해야하는 바를 분명히 인식하고 계획을 세우고 좀 더 나은 행동을 취하게 만든다. 




작업 글쓰기를 하자

글쓰기는 이토록 강력하기에 때론 그것이 마치 도덕적 엄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글쓰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개선시키는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나태하거나 헐겁게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자책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자책 또한 글쓰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책과 같은 감정을 글로 나타내면,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서 다음의 행동을 만들어가는 동기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렇듯 글쓰기가 지닌 힘을 경배하고, 자신을 자책으로부터 구원하며, 한발 물러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글쓰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글쓰기의 구체적인 대상은 나의 작업(Work)에 관한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나의 작업에 관해 글을 지음으로써, 종국에는 작업 속에서의 발견되는 ‘나’에 관해 성찰할 것이다. 작업 혹은 일에 관한 글쓰기는 이중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일의 맥락(Context)에는 작업의 대상과 나의 생각, 나의 생각과 타인(클라이언트)의 생각이라는 이중의 관계가 놓여 있다. 전자와 후자의 관계 모두 중심축은 작업의 결과물(프로젝트의 목표)에 있다. 그리고 작업이란 대화와 이해, 분석과 상상(Ideation)을 통해, 작업의 대상을 모두가 만족시키는 결과물로 변화시키는 과정 다름 아니다. 여기에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클라이언트의 욕망이 얽혀 있긴 하지만, 중심축은 언제나 작업의 대상과 목표에 놓여 있다. 이것을 잊어버린다면, 프로젝트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풋온아트 브랜딩 프로젝트의 출발점

풋온아트 브랜딩 프로젝트는 당초 신규로 오픈하는 쇼핑몰 사이트의 메인 배너 디자인 의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와의 브리프 미팅을 통해 풋온아트만의 새로운 정체성이 우선 정립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정체성에 따라 배너 디자인을 도출하자는 데 마음을 모았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격은 배너 디자인 작업에서 브랜드 정체성 개발로 확장되었다. 풋온아트의 비즈니스 컨셉은 국내 최초의 해외직구형 오픈 마켓이다. 플랫폼 형태는 새로울 것 이 없다. 풋온아트는 11번가나 G마켓과 같이 브랜더 누구나 쉽게 제품을 등록할 수 있는 오픈 마켓이다. 그러나 풋온아트만의 차별화 지점은 오픈 마켓을 이용하는 브랜더가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미국과 유럽의 브랜드라는 점에 있다. 더불어 그들은 디자인적 감각과 철학을 보유한 브랜더만을 플랫폼의 파트너로 한정했다. 아래의 사진들은 실제로 풋온아트와 계약을 맺은 브랜더의 제품들이다. 해외 디자인 매거진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던 제품이 간간히 보인다. 



그런데 작업 상 큰 관건이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풋온아트만을 위한 비주얼 데이터가 따로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오픈 마켓형 사이트(11번가, 쿠팡 등)는 자신만의 비주얼 데이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오픈 마켓 1세대인 11번가와 G마켓은 스타 모델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2세대 소셜커머스 브랜드(쿠팡, 티몬)는 캐릭터와 접점 서비스 관리(배송의 브랜딩화 ‘퀵 배송’)을 통해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러나 풋온아트는 이들처럼 비주얼 데이터를 제작할 여건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사이트 개발과 영업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클라이언트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점이었고, 내게 요청하는 작업 브리프의 핵심이었다. 이런 경우,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브랜드 정체성의 디자인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고객에게 보여지는 모든 접점에서 풋온아트만의 그래픽 디자인을 도드라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풋온아트가 전달하는 비주얼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오직 풋온아트에서만 가능한 시각적 경험을 구축해야 한다는 핵심 과업으로 표현된다. 과업이 분명해지면, 작업의 순서 또한 간단해진다. 


풋온아트만의 브랜드 상을 구축할 것, 다만 비주얼 데이터가 없으니 고화질 무료 스톡 이미지를 활용할 것 


작업 자체는 솔직히 힘들지 않았다.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풋온아트의 브랜드 상(Brand Image)에 관해 클라이언트와 나의 생각에 매우 비슷했다. 서로 바라보는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클라이언트가 제시한 워너비 레퍼런스의 시각적 정체성이 내가 생각하는 풋온아트의 그것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의 브랜드 상(Brand Image)과 나의 작업 상(Work Image)이 비슷했지만, 주어진 프로젝트 과업 기간(2주)가 매우 짧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과업 운용이 필요했다. 그래서 작업의 방향성이 이탈되지 않도록 1주 내에 컨셉맵(Concept Map)을 전달하여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브리프 미팅 때 약속하였다.

 


컨셉맵을 통한 작업 방향성 잡기

내가 작업의 길라잡이로 활용하는 컨셉맵(Concept Map)이란,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모아놓은 이미지 모음집이다. 혹자는 단순히 이미지만으로 구성된 맵이 브랜드 상을 담아낼 수 있는 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지는 단순히 시각적인 톤앤매너를 가리키는 기표가 아니다. 이미지는 분명하게 말하면 하나의 기호다. 흔히 기호는 기표와 기의로 구성되며, 의미를 지시한다고 정의된다. 이미지는 시각적 기표를 통해 특정한 이야기(기의, Meaning)를 담아낸다. 어떤 작업을 위해 이미지를 모은다는 것을, 단지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것 혹은 톤앤매너를 규정하는 것만으로 정의할 수 없다. 그것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과 그 이야기를 적절한 이미지로 담아내는 일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브랜드 디자인을 위한 컨셉맵은 고객 모두(클라이언트와 소비자)가 꿈꾸는 브랜드 상에 적절한 이미지(이야기)를 찾아주는 가이드가 된다. 실무적으로 말하면, 작업자에게는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컨셉을 창조하기 위한 준거점이면서, 클라이언트에게는 작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지도인 것이다. 



프로젝트 과업 개시 일주일 후, 풋온아트 브랜딩 컨셉맵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였다. 브리프 미팅 때도 그랬지만 클라이언트가 상상하는 브랜드 상이 나의 그것과 유사했기에, 전달된 컨셉맵에 대해서도 클라이언트는 만족해 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좁혀진 브랜드 상을 그래픽의 언어로 구체화하는 일, 즉 디자인 작업이다. 브리프 미팅에서 나온 비즈니스 키워드, 워너비 레퍼런스, 클라이언트 개인적인 선호와 취향 등에서 비주얼 아이데이션이 시작된다. 다시 말하지만, 풋온아트는 국내 최초 해외 직구 오픈 마켓을 지향한다. 물론 글로벌로 판을 키운 중고나라와 같은 시장터 이미지를 지향하지 않는다. 풋온아트의 브랜더 제품에 관심 있을 만한 타겟 소비자를 이렇게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분명 힙스러운 감성이지만 살짝 귀티가 나는, 희귀하면서 자연스러운 멋을 지향하는, 유럽적인 디자인 트렌드에 언제나 예민하게 감각의 촉수를 기울이는, 얼리 어답터라는 표현을 싫어하지만 여전히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것이 나오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젊은 소비자. 풋온아트가 제공하는 마켓의 풍경은 그야말로 다국적 키치로 가득하다. 뉴욕의 소호, 베를리너의 감각적 그래픽 포스터, 영국 런던의 컬러풀한 아케이드를 모두 담아내는 듯한 풍경을 자아낸다. 여기서 작업 이미지(Work Image)가 발생한다. 




풋온아트에 대한 작업 이미지, 즉 브랜드 서체, 그래픽 모티프, 컬러 시스템을 규정할 작업 이미지는 Unexpected Arcade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좀 더 풀이하면 <예측하기 어려운 가능성으로 가득찬 아케이드, 디자인 제품들의 파사주>. 당연하게도 키워드의 지적 영감은 19세기 파리의 아케이드에서 불규칙성, 변칙성 그리고 창조적 움직임을 발견하고, 이를 반듯하게 정렬된 20세기의 파사주(백화점)과 대비하면서 새로운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외친 발터 벤야민에서 왔다. 이에 따라 풋온아트의 작업 이미지는 다변적 성격을 지닌 꿈의 아케이드를 지향했다. 이를 표현하는 디자인 문법은 구조적 다채로움, 색감의 다양성과 직관성이다. 특히 색감은 풋온아트의 아케이드 풍경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그리고 풋온아트는 타겟 소비자인 구매력 있는 힙스터가 좋아하는 갤러리 혹은 예술관을 빙자한 어떤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 모델이 쇼핑몰 웹사이트이긴 하지만, 그것이 공간화 되었을 때 어떤 이미지로 고객에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도 상상해 본 것이다. 작업 이미지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을 검토하면서 디자인 작업을 개시했다. 작업 이미지에 따라 글자를 모으고, 이미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에 걸맞은 레퍼런스를 분류하고 풋온아트를 표현할 그래픽 언어를 정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풋온아트의 브랜드 상이 구체적으로 좁혀 나갔다.


이렇게 나온 것이 아래의 후보안이다. 



Alt I. Play in your Colorful Edges



첫 번째 시안 <Play in your Colorful Edges>은 당신의 다채로운 엣지(까다로운 취향 감각)를 위한 즐거운 놀이터를 의미한다. 로고 타입 서체는 그 자체로 가독성은 떨어지나, 타이포가 아닌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도록 의도했다. 더불어 다채로운 칼라감과 엣지를 부여하여, 그냥 덩어리가 아닌 매력적인 덩어리가 될 수 있게 작업했다. 




Alt II. Collect My Creative Design Things!



두 번째 시안 <Collect My Creative Design Things!>은 마치 공 풀장 안에 흠뻑 빠져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공이 자유롭게 흐트러지면서 만드는 그라데이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두 번째 시안의 그래픽 모티프이다. 





최종적으로 클라이언트는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미약한 점을 고려하여 가독성이 높은 두 번째 시안의 로고 타입을 그리고 그래픽 모티프는 첫 번째 시안의 문법을 선택했다. 본 프로젝트의 당초 목표였던, 메인 배너는 첫 번째 시안의 컬러풀 엣지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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