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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셉 Jul 04. 2021

[행간의이미지] 플라스틱 꽃

The Plastic Bloom - Vicki Ling

ⓒ Vicki Ling


'라캉은 라멜라를 프로이트가 '부분 대상(partial object)'이라 부른 것의 한 형태를 상상한다. 그것은 신체 없이도 존속하는 신비로운 자동성을 지닌 기이한 기관이다. (중략) 무한한 조형체로서 이 대상은 끊임없이 형태를 바꿀 뿐만 아니라 하나의 매체로부터 다른 매체로 자신을 이전시킬 수 있다. (중략) 숭고하게 영적인 불멸성이 아니라, 매번의 절멸 이후에도 스스로를 재구성하여 꼴사납게 존속하는 '산 죽음(living dea)'의 외설적인 불멸성이다. 라캉이 지적한 것처럼, 라멜라는 존재하지 않는다(exist). 그것은 고집스럽게 존속한다(insist)(슬라보예 지젝)'


Vicki Ling의 <The Plastic Bloom>은 존재하지 않으면서 고집스럽게 존속하는 모호한 경계를 다룬다. 그림 속 꽃들은 모두 플라스틱 재질로서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은채 어떤 형태로든 꽃을 피우며 존속한다. 플라스틱 조화는 플라스틱이 가진 무한한 조형적 변신 능력 때문에 어떤 특정한 위치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공간을 이동해간다.


그림 속 인물은 이러한 플라스틱 꽃을 계속해서 소비하고 탐닉하면서 자기위안을 찾지만, 그것은 동시에 죽은 것이기에 자기상실로 빠진다. Vicki Ling은 이러한 소비에 대한 집착과 상실의 장면을 차가운 색채로 표현하며 처연한 시선을 유지한다. 결국 그림은 사물의 소비를 통해 플라스틱 세계에 동화되지만 결국 완전하게 일치하지 못하는 상태, 현실계와 상상계가 계속해서 지연되는 가운데 존속하기만 할 뿐인 상태로 결론을 맺는다. 마치 라캉의 라멜라처럼.


#행간의이미지 #플라스틱꽃 



_저작이미지 출처

https://www.behance.net/gallery/96063983/The-Plastic-Bloom-%28Personal-Project%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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