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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배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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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Feb 03. 2023

배구가 늘긴 하는걸까 (08/21)

어김없이 공격스텝에 좌절당했다..

발을 신경쓰면서 스텝을 밟는다? 그러면 이제 팔이 또 안올라가. 팔을 올린다? 그러면 이제 발이 꼬여.

어찌어찌 발이랑 팔 둘다 포즈를 취했다? 그러면 이제 냥냥펀치 해. 

몸을 정면에 두지 않고, 약간 비스듬하게 선 상태로 팔을 휘둘러야 냥냥펀치를 졸업할텐데

여기까지 신경쓰다보면 어떻다? 공이 안보인다! 

난!! 이 모든 것을 머리로 신경쓰고 있기 때문에!! 공을 못 봐! 

그런데 내가 진짜 배구를 배우는 내내 좀 긴장하고, 위축되고, 엄청 떨고 있는 게 확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공격스텝 가르쳐주려고 코치님이 손목을 잡았는데 갑자기 내 떨림을 느꼈는지 나한테 "진정해요~ 괜찮아!" 라고 말하는 순간..

아 내가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있구나. 왜냐면.. 잘하고 싶어서. 못 하는 내가 싫고,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서

그래서 진짜 잔뜩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걸 그 순간에 확 깨달았다. 

힘을 좀 빼보자.

내가 배구로 세계 정복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배구 경기를 보다보니까 나도 저 운동이 하고싶어졌고, 하다보니까 재밌고, 재밌으니까 잘하고 싶은건데. 지금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욕심에 잡아먹힌 사람 마냥 내가 너무 못한다고 걱정하고, 코치의 별 거 아닌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리고 나도 모르게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면서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어서 시작한거고 배구 못한다고 인생 패배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겁먹고 힘들어하는거야.

나를 좀 풀어주고, 힘을 빼고, 생각할 시간에 공을 한 번이라도 더 쳐보자.

나는 계속해서 그 문장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진정해, 나야. 괜찮아. 겁먹을 필요 없어. 이대로도 충분해.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 못해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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