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배구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 May 18. 2023

배구를 왜 잘하고 싶을까? (01/20)

오늘 수업을 하고 오면서 그 생각을 했다. 

나는 왜 배구를 잘 하고 싶을까?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마음이었어서 의문을 갖지 않고 있었는데 그냥 떠오른 질문이 계속 내 마음속을 빙글빙글 돌았다.


내가 보통 운동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까? 받긴 하겠지만 막 잠 자기 전에도 생각하고

멀쩡하게 일 하다가도 갑자기 팔을 이렇게 뒤로 빼라고 했지 하면서 몇 번이고 휘둘러보고

연습이 잘되면 기분이 좋고 연습이 잘 안되면 정말 이틀은 우울하고 이럴 일인가? 

아마 그냥 내가 평균적으로 3만큼 노력해서 3.5정도 결과가 나왔다면 이렇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아니다. 그럼 더 재밌어서 더 많이 했을 지도 모르겠다.

 


여자배구를 하도 보다보니까 나도 하고싶어졌다.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기엔 늦은 나이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지만 마냥 여자 배구 선수들이 멋있어보였고 나도 조금이라도 따라서 해보고 싶었다. 성인배구 취미배구 배구학원 진짜 다양한 키워드로 많이도 찾아봤던 것 같다. 

그렇게 여자배구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했고 초반엔 오기에 가까운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운동을 이렇게까지 못하는구나, 코치님한테 조롱당하고 싶지 않아!!! 그냥 평범하게 공을 받는 정도로만이라도 하고싶다. 하는 마음.

몸을 써본 적이 없다보니 내 팔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 지도 모르겠고, 허리를 써서 상반신을 휘두른다는 감각도 모르겠고.

나는 굽힌다고 허리를 굽혔는데 남들이 보기엔 영 뻣뻣하게 일어서있었던 적도 언제나 많았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 때에는 다른 기분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몇 번 안되지만 날아오는 공을 무서워하지 않고 바로 쳐냈을 때의 뿌듯함.

그렇게 하는 거예요! 라는 코치님의 말을 들었을 때.

공이 손에 제대로 맞는 감각. 

정말 신기루같이 100번 중에 한두번 찾아올까 말까하는 그 감각에 중독되는 느낌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에도 내가 이렇게 간절하게 잘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나는 그랬겠지만. 

배구는 하면 할수록 미지의 영역같았고 내 몸은 알면 알수록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고민이 되기만 했다.

정말 맘처럼 되지 않는다. 몇 달전이랑 똑같은 피드백을 듣는데도 어떨 때는 알 것 같고 어떨 때는 정말 모르겠다.

처음 배구학원 다닌다고 했을 때 넌 몸 쓰는 법을 정말 모르고 아빠 닮아서(ㅋㅋㅋㅋㅋ) 아마 아무리 배워도 쉽지 않을 거라고 했던 엄마 아빠 말이 되게 오랫동안 맘에 남아있던 것처럼.



근데 사실 딱히 명확한 이유는 없다.

일은 잘하면 주위에서 인정해주고 밥벌이에도 도움이 되고 나의 삶을 안락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지만,

배구는 그냥 내가 그만두면 거기서 끝나는 하나의 취미일 뿐인데 나는 그 배구를 잘하고 싶다.

몸을 잘 쓰고 힘이 있는 사람들은 한 두번이면 끝날 동작을 몇 개월에 걸쳐서 터득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에서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아마도 내가 배구를 정말 좋아하나봐.

그리고 몸을 쓰는 이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다.

힘을 가득 담아서 팔을 휘두르는 느낌을, 열심히 달려가서 정확한 지점에 멈추는 방법을, 나의 타점을 찾는 연습을. 

나는 아직은 조금 더 노력해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뚝딱이도 5개월을 하더니 공을 치더라 (01/0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