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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안부를 묻자

아이들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by 김경빈

정치나 이해관계 따위를 잠시 묻어두고, 안부를 묻자.

죽은 아이들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그저, 어떻게 지내느냐고 조용하고 다정하게

안부를 묻자.



안부


소란스럽단다, 여기는 꽤 오랫동안


그믐달을 모른 척하는 밤들 이어지고

수심은 그쯤에서 그쳤을 텐데

떠올릴수록 푹푹 부모 속이 패이고

그 속으로 자꾸 깊게 침잠하는 너희들,

어느덧 심해란다


심해에서도 달 뜨는 벼린 소리가 들리니


와류渦流에 휩쓸린 말들이 수시로 익사하는

여기는 꽤 오랫동안

소란스럽단다

뱉어두고 본체만체하는 사람들은

말들에게 묵념하지 않아

죽음과 잊힘이 늘 동의어인 사람들은

쉽게 말들을 죽이곤 한단다


말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아야 할 텐데


팽목彭木이라는 이름, 어떠니

가끔 들러보기도 하니

그곳은 짙은 고요였으면 좋겠구나

부디 물 밖으로 외출할 때엔 귀를 꼭 막으렴신

왜냐하면 여전히


소란스럽단다, 여기는 꽤 오랫동안



이 시는 시집 <다시, 다 詩>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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