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경빈 Apr 16. 2018

다정한 안부를 묻자

아이들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정치나 이해관계 따위를 잠시 묻어두고, 안부를 묻자.

죽은 아이들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그저, 어떻게 지내느냐고 조용하고 다정하게

안부를 묻자.



안부


소란스럽단다, 여기는 꽤 오랫동안


그믐달을 모른 척하는 밤들  이어지고

수심은 그쯤에서 그쳤을 텐데

떠올릴수록 푹푹 부모 속이 패이고

그 속으로 자꾸 깊게 침잠하는 너희들,

어느덧 심해란다


심해에서도 달 뜨는 벼린 소리가 들리니


와류渦流에 휩쓸린 말들이 수시로 익사하는

여기는 꽤 오랫동안

소란스럽단다 

뱉어두고 본체만체하는 사람들은 

말들에게 묵념하지 않아

죽음과 잊힘이 늘 동의어인 사람들은

쉽게 말들을 죽이곤 한단다


말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아야 할 텐데


팽목彭木이라는 이름, 어떠니

가끔 들러보기도 하니

그곳은 짙은 고요였으면 좋겠구나

부디 물 밖으로 외출할 때엔 귀를 꼭 막으렴신

왜냐하면 여전히


소란스럽단다, 여기는 꽤 오랫동안



이 시는 시집 <다시, 다 詩>에서 발췌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면식범(麵食凡)의 면 이야기, 우동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