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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pr 18. 2016

그러나 너는 알아야 한다

그 시간들만이 나의 삶임을

  사랑은 오만함을 덥석 베어먹으며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함을 배우게 되는 과정이다. 한때는 사랑만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으로 내 삶이 충분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벌고 먹고 입고 쓰는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사랑이 실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었구나'하는 의심이 든다면, 이제 감사함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루 중 단 몇 초, 몇 분이라도 '당신만 있다면 그 무엇도 상관없을 것만 같은' 시간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
 
  문득 10년 전, 고등학생 때 썼던 시가 생각났다.


 


너를 생각한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항상 너만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너를 떠올리는 시간은
소란한 대화 속 잠깐의 침묵
자동차가 사라진 대로변의 고요
약속 없이 걷는 걸음의 평화
1초 1분 길어봐야 1시간
나는 너를 생각한다


그러나 너는 알아야 한다
그 시간들만이 나의 삶임을,
나의 모든 삶은 너로 채워져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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