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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May 02. 2016

다리를 건너

너에게 간다, 두 다리로 다리를 건너

  제일 처음, 서로 떨어진 두 곳을 이으려 했던 그 날을 상상해본다. 궁금했으리라. 저기 저 곳엔 누가 살고 있을까. 무엇을 먹고 또 무엇을 노래하며 살고 있을까. 사실 그 궁금함의 뒤편으로는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길게 누워있었으리라. 반대에 우두커니 서있던 또 다른 육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서로에게 닿고 싶은 그 마음을, 차마 연약한 두 다리로 내달려 달랠 수 없어서 그들은 다리를 짓기로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가보기 전에는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면서, 그러나 분명 외로움보다 나은 것일 거라 믿으면서. 서로 떨어져 있던 두 존재가 맞닿을 때, 다리는 단순한 연결고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외로운 것이 저 홀로 떨어진 육지뿐이라면 다리를 지으면 될 일이지만, 외로운 사람들 사이에는 다리를 지을 수도 없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두 다리로,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야 한다. 저물녘 햇살 속에서 너에게 다가갈 때, 저기 익숙한 모습이 노랗게 물든 햇살 속에 있을 때. 내 두 다리는 멀게만 느껴졌던 우리 사이의 다리를 달린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다리를 건너


자신과 닮은 모습이 

강 건너 먼 데에 누워있는 것이

땅은, 외로웠던 것이다


제 몸의 가장 간절한 부위에 

철커덩 쿵, 모진 쇳소리

뼈마디 같은 교각들 자라나고

상처만큼 뾰족이

서로에게 다가갔던 것이다


남남이었던 두 땅이 

서로에게 맞닿는 일

하나의 다리는

한 번의 굳건한 포옹


저물녘 햇살에

노란 빛깔로 익은 다리를 건너

너에게 가는 길

한 때는 강 건너에 있던

네가 선명해진다,

가까워진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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