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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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 지냈어요? 여전히 어른스럽게 모든 일들을 척척 해내며, 그렇게 살고 있겠죠? 심지어 그 시절에 우린 어른도 아니었고, 굳이 어른스러울 필요도 없었는데. 당신이 너무 어른스러우니까, 내가 새파랗게 어리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심지어 얼굴은 내가 훨씬 더 노안이었는데도. 어쨌든 각자의 계절이 수십 번 바뀌는 동안 벌써, 문득, 이런 나이에 이르렀네요. 누가 봐도 어른이어야 할 어떤 나이에.
저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더 많이 사랑을 하고, 방황은 덜 하니까. 더 많이 움직이고, 덜 먹으려고 노력하니까. 더 어른이 되려고 하면서도, 덜 지루해지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그래도 꽤 어른스러워진 것 같은데, 가끔 '예전에 당신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이란, 이런 걸까. 내가 좀 더 일찍 어른스러웠다면 어땠을까.
다 적고 나니, 이것도 어른의 대화는 아니네요. 캐묻는 건 어른스럽지 못하잖아요. 잘 지냈냐고 물었지만, 대답을 바란 건 아녜요. 그냥 던져본 거죠. 그냥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듯이. 돌려받지 못할 돌멩이를 던지고서 일렁이는 물비늘을 보는 것처럼요. 그럼 적어도 호수는 무사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호수의 수심을 상상해볼 수 있고, 메마른 돌멩이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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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돌멩이 때문에 호수가 사라졌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이런 안부, 답을 바라지 않는 질문, 이런 작은 돌멩이는 얼마든지 괜찮다고 해줘요. 깊고 넓은 기억의 호수 같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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