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는 막 튀겨야 제 맛
요즘 때 아닌 핫도그 열풍이 골목, 골목에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몇몇 서로 다른 업체들이 있지만, 모두 ‘쌀 핫도그’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밀가루로만 반죽하던 옛날 핫도그와 달리 쌀 반죽을 사용하니 식감이 바삭바삭하고 쫄깃쫄깃하다. 가격은 1000원에서 2000원 사이로 저렴한 편인데, 당연히 그만큼 크기도 옛날 핫도그에 비해 아담하다. 나 같은 대식가는 요즘의 쌀 핫도그를 보통 세 입만에 다 먹는다.
음식이라는 게, 몇몇의 실패를 거치기는 하더라도, 보통은 예전보다 더 맛있게 발전하는 것 같다. 요즘 쌀 핫도그 열풍의 이유도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라기 보단, 확실히 옛날 핫도그보다 식감도 좋아졌고, 종류도 다양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투박한 과거의 것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밀가루 반죽을 쓰던 옛날 핫도그들은 대부분 폭신폭신한 빵, 그 속에 뜨거운 소시지, 그리고 설탕과 케첩 소스로 기억된다. 한때는 못난이 핫도그라고 해서 감자튀김을 핫도그 반죽에 덕지덕지 붙이기도 했다. 라면땅을 부셔서 반죽에 섞은 핫도그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가 하면, 곱빼기 핫도그라는 메뉴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황당한 메뉴다.
보통 핫도그보다 더 뚱뚱하고 크기가 큰 핫도그를 곱빼기 핫도그라고 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앞 분식점에서 팔았는데, 사실은 그냥 보통 핫도그에 반죽을 2,3번 덧입혀 튀긴 것이었다. 그러니까 빵만 자꾸 두꺼워지고, 얇은 소시지는 그대로인 것. 그저 배나 채울 요량이라면 나쁘지 않았을지 몰라도, 사실 핫도그가 그냥 밀가루 튀김이 아니라 ‘핫도그’ 일 수 있는 건 속에 들어간 소시지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곱빼기 핫도그란 이름은 거의 사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가끔은 요즘의 그 바삭바삭하고 쫄깃쫄깃한 쌀 핫도그 말고, 폭신폭신하고 가끔은 퍽퍽하기까지 했던 그 시절의 옛날 핫도그가 생각난다. 그건 아마도, 그 시절의 기억 때문이겠지. 500원짜리 동전을 보물처럼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면서 핫도그를 사 먹으러 가던 하굣길, 케첩 통 입구에 말라붙어 있던 케첩과, 분식집 아줌마의 노련한 손놀림, 한 입만 달라던 친구의 모습 같은 것들이 옛날 핫도그의 맛에 섞여 있기 때문이겠지.
요즘도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묶음으로 파는 냉동 옛날 핫도그들이 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그 핫도그들은, 하지만 그 옛날의 맛이 아니다. 추억의 맛을 배제하더라도 성의 없고 퍽퍽한 빵과 빈약한 소시지를 먹다 보면 괜히 배만 채운 것 같아 더 찝찝하기까지 하다. 옛날 핫도그의 감성은 유지하면서, 소시지도 더 크고, 빵도 더 촉촉하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온고지신의 자세 아닐까. 어디 그런 핫도그 없을까. 두말할 것 없이 맛있는 쌀 핫도그를 베어 물면서도, 옛날 핫도그가 그립다. 단, 맛있게 잘 만들어진, 그런 옛날 핫도그 말이다.
이 글은 8F 칼럼으로 최초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