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출생일기 Day 370s
이제 호박이는 기어 다니지 않는다. 걷는 것이 기어 다니는 것보다 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2족 보행의 차원으로 들어왔다. 한 달 전부터 시작한 밖에 나가면 신발 신기 프로젝트의 결과로 이제는 놀이터에 가서도 신발 잘 신고 가고 싶은 곳을 뛰어다닌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야외 활동이 많이 제약되는데, 다음번에 장갑과 모자를 쓰는 연습을 한 뒤에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놀이터에서 호박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빠방이다. 남자애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동차, 공룡, 동물, 로봇을 좋아한다. 자동차 모양의 탈 것에 타더니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치 아빠가 잘하지 못하는 한 손 후진을 본인은 잘한다는 표정으로 태연스레 뒤를 쳐다본다.
흔들 말도 타고, 철봉도 잡고 늘어지고, 바닥도 뒹굴고, 떨어진 낙엽도 만져보고... 기쁜 표정으로 신나게 노는 호박이를 보면 흐뭇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가 어렸을 때 동네 놀이터에서 놀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놀이터는 정교하고 다양한 기구보다는 그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서 좋았던 것 같다.
내년에 이사 갈 집을 1층으로 구한 것도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앞으로도 밝고 신나는 아이로 자라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