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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케이데이 KKday Mar 03. 2023

대구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따라서

대구 골목투어 

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봄은 서서히 온다. 낮이 길어지고 볕이 강해지면 나무가 새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순서는 다르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저마다의 속도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은 따뜻한 봄 날씨에 걸어 다니면서 대구를 여행할 수 있는 대구 근대골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골목을 따라 여행하는 대구 근대골목투어는 근대 대구의 역사를 배워가며 대구 시내를 함께 구경할 수 있는 코스다.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오늘은 개화기 때 이주한 선교사들이 뿌리내린 청라언덕을 시작으로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약전 골목까지 둘러볼 예정이다.



투어의 시작은 지하철 2호선 청라언덕역에서 시작한다. 청라언덕역은 2호선과 3호선을 이어주는 역이다. 대구의 중심인 반월당과 한 정거장 떨어져 있다. 접근성이 좋아서 기차나 버스로 대구를 여행한다면 이곳에 숙소를 정하고 돌아다녀도 좋다. 대구의 관광 명소인 서문시장과도 가깝다.



청라언덕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면 조금 떨어진 곳에 동성로의 고층 빌딩과 백화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고딕 양식의 성당과 벽돌 건물이 보이는데, 주변 일대가 근대 문화와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오늘 코스는 청라언덕을 따라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입구까지 걸어보는 여정이다.



지하철에서부터 대구 근대골목투어와 관련한 지도와 안내가 많이 보인다. 지도를 꼭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전체적인 관광 명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9번 출구로 나가면 청라언덕으로 가는 길이 이어지는데, 그대로 직진하면 오르막길이 보일 것이다.


1. 청라언덕


청라언덕은 대구 의학 발전에 힘써왔던 선교사들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푸른 담쟁이덩굴(청라)'이라는 뜻에 걸맞게 선교사들이 머물렀던 주택들은 벽면이 덩굴로 가득하다. 이곳의 주택은 대부분 개화기 때 학교나 병원으로 사용되었다.


현재 출입이 가능한 건물은 대구의 근대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COVID-19로 힘들었던 지난 2년을 기록하기 위한 역사관도 최근에 개관하였다.



청라언덕은 최근 가수 뉴진스(Newjeans)의 Ditto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동산의료원으로 이어지는 다리와 3호선이 지나가는 주차장이 포토스팟이다. 전통적인 서양식 건물 구조와 도시화된 대구의 모습이 잘 어우러진다.


2. 대구 3.1운동길


다음으로 가볼 장소는 대구 3.1운동길이다. 1919년에는 대구에서도 3.1운동이 일어났는데, 그 현장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다. 청라언덕에서 대구 시내로 내려가는 길이며, 90개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립운동길로 불리기도 한다.



위에서 봤을 때 왼쪽에는 대구 최초의 교회인 대구제일교회, 오른쪽에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있다.


3. 계산성당


3.1운동길을 따라 내려가면 3차선 도로 너머로 계산성당이 보인다. 이곳은 대구제일교회와 마찬가지로 대구 최초의 성당이며, 서양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두 건물이 마주 보고 있어서 같은 종교 건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톨릭 성당과 개신교 교회라는 차이가 있지만 대구의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건물이라는 점은 같다. 대구제일교회와 다르게 붉은색 벽돌이 상징이다.



성당 옆에는 대구 경북에서 발행하는 최대 일간지인 매일신문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두 건물인 만큼 주변의 수많은 현대식 건물과 다른 매력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산성당의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는 대구제일교회다. 3.1운동길을 내려오면서 잠시 계산성당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 이용시간 : 연중무휴

-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서성로 10

- 문의 : 053-254-2300



4. 약전골목


계산성당 주위에는 근대 문화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공간이 몇 군데 마련되어 있다. 시인 이상화의 고택과 독립운동가 서상돈의 고택, 그리고 화가인 이인성을 기리기 위한 나무도 보인다. 이를 따라 동성로 방면으로 걸어가면 코끝에 한약 재료의 향이 스치는데, 이곳부터는 약전골목이다.



대구 약령시라고도 불리는 약전골목. 무려 1658년 효종 때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재래시장이다. 근처 가게들이 대부분 한약재를 파는 한약방이거나 한의원이 많아서 인도를 걸어 다니기만 해도 씁쓸한 한약 냄새가 풍겨온다.



이곳은 한방이라는 전통적인 콘텐츠가 뿌리 깊은 골목이라서 해외에서는 꽤 유명한 관광지로 소개되고 있다. 한방이 비교적 익숙한 사람들도 근처 가게에서 도매하는 한방 재료를 보면 신기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년 한방문화를 알리고 명맥을 이어가고자 한방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현재는 백화점과 인접하고 한약 대신 커피를 파는 카페가 들어서면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 거리가 되었다.


5. 진골목


약전골목에는 골목과 골목을 잇는 작은 골목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50m가 넘게 길게 이어진 진골목이 오늘의 마지막 장소다. 경상도 사투리로 '진'은 길다는 뜻이다. 이곳은 길뿐만 아니라 좁고 오래된 양옥 건물들이 많아 대구 근대골목투어 코스에 포함된다.



몇 년 전부터 카페가 하나둘씩 생기면서 지금은 카페거리로 사랑받고 있는데, 오늘 소개할 카페 엘티알커피(Long term relationship)도 이름처럼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카페 중 하나다.


몇 년 전 진골목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카페인데, 오랜만에 찾아도 예전 느낌 그대로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 만약 강아지를 무서워한다면 방문하지 않는 게 좋다. 카페의 터줏대감이자 붙임성 좋은 시바견인 삼동이가 새로운 손님이 오면 마중 나가 인사를 해준다. 물론 삼동이가 인사성이 밝은 편이지 손님을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편하게 커피를 마시다가 볕을 쐬거나 곁에 와서 드러눕는 삼동이를 구경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 유리 벽 너머로 삼동이가 나를 지켜보고 있어서 들어가게 되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아몬드 라떼와 휘낭시에다. 고소한 향과 달달함을 함께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 이용시간 : 화~일 12:00-21:00

- 주소 : 대구 중구 진골목길 12 1층

- 문의 : 0507-1314-9642



대구는 동성로를 중심으로 약령시와 교동, 북성로, 봉산동, 대봉동, 삼덕동 등 재미있는 역사와 문화가 담긴 동네가 많다. 대구 시민이라면 익숙하겠지만 대구를 처음 방문한 여행자라면 근대골목투어의 안내를 따라 대구를 여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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