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맛집 추천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질 때쯤 한창 북유럽 스타일이 유행이었다. 자연스레 이국적인 공간에 관심이 많아졌고, 어떻게 하면 어색함 없이 구현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다. 어쩌다 보니 주변에 디자이너로 일하는 지인들이 많아 물어보니, 분위기에 맞는 사람이 있을 때 그 공간은 가장 그곳 다운 공간이 된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렇다. 해외여행을 할 때 로컬 맛집을 찾아가는 이유도 그곳다움을 느끼고 싶어서이니.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태원은 국내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경험하기에 좋은 여행지다. 한 여행 업체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카피가 생각난다. 이태원 하면 메인 거리의 북적임과 화려함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해방촌, 경리단길을 가보면 또 다른 분위기이다. 세계 각국의 음식점, 상점들과 그곳에 터를 잡고 사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이태원은 제주처럼 야자수나 미국 서부 해변이 생각나는 자연경관이 있진 않지만, 각 문화권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니 다른 의미에서 이국적인 여행지겠다. 머물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겐 이곳이 현지 여행지일 수도. 여러모로 떠남과 머무름이 공존하는 곳이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해외여행을 하는 듯 특별한 기분을 만끽해 보자. 이번 여행지는 세미 해외여행,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이태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점을 말하라고 하면 [맥도날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햄버거는 굉장히 미국스러운 음식이다. 서민들에게 친숙한 음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고급화 마케팅을 펼치는 건지, 수제버거는 저렴하거나 가볍게 먹는 음식이기보단 브런치 카페에서 칼로 썰으며 먹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다. 투박하지만 익숙한 분식집 김밥을 먹고 싶었는데, 식당에 가보니 트러플 김밥, 토마호크 김밥을 팔고 있는 상황이랄까..?
하지만 이곳은 고급화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저급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투박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어찌 저급하다 표현할 수 있을까. 외관부터 미국 김밥천국쯤 될 같은 단순한 인테리어와 크지 않은 내부가 미국 다운타운에 있는 로컬 식당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국 현지 버거를 먹어본 기억을 되짚어 보니 군복무할 당시 미군부대에서 잠시 파견을 나갔을 때가 생각난다. 큰 철판에 흑인 하사가 구워낸 패티와 눅진하게 녹여낸 치즈를 버거로 만들어 먹었다. 온전한 현지는 아니지만, 현지인이 만들어 낸 현지 음식을 로컬푸드라 하지 않을 것도 없다. 미국 버거의 맛은 태운듯한 소고기 패티와 진한 치즈향이 특징인데, 찾아가는 길에서도 이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식당 옆 칸에서는 직접 패티를 갈고 만든다. 육즙을 촉촉이 품은 패티를 적당히 그을려 현대인이 원하는 '겉바속촉'의 식감을 자랑한다. 버거의 구성은 패티와 치즈, 소스, 번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그만큼 패티에 자신 있다는 의미겠다. 자고로 미국 버거라 하면 짜다 싶을 만큼 짭조름한 맛이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화한 버거들은 대게 단맛이 나는데, 이곳은 패티와 치즈의 짠맛이 번과 만나 조화로운 맛을 나타낸다. 케첩을 안에 뿌려먹는다면 단짠의 극한을 맛볼 수 있으니 곁들여 봐도 좋겠다.
메뉴 구성도, 인테리어도, 투박한 접시에 담아낸 버거도 단순한 이곳. 버거를 맛보면 그 단순함이 자신감이자 자부심으로 느껴진다. 미국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들러보기 바란다.
- 운영시간 :
월-금 11:00 - 00:00 (break time 15:00-17:00)
토-일 11:00 - 01:00 (break time 15:30-17:00)
- 대표메뉴 :
클래식 치즈버거 6,000원
더블 치즈버거 8,000원
핫윙 5,000원
해쉬브라운 3,000원
맥주 5,000원
음료 3,000원
해방촌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면 뜬금없이 카페 하나가 나온다. 길게 늘어선 한국적인 주택가에 이국적인 카페라니 호기심을 일으킨다. 알고 보니 셀프 세탁방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이제서야 주택가에 있는 이유를 알겠다.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두 공간은 화이트톤과 조명을 활용한 인테리어로, 세탁방의 시원한 이미지와 편하게 쉴 수 있는 카페의 분위기를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페라는 말이 붙으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지 이상한 곳에 카페라는 말을 붙여놓는 걸 볼 때가 있다.(김밥카페는 충격적인 조합이었다..) 카페와 또 다른 업종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게 그런 곳을 보면 카페는 본업의 부록인 것 마냥 기대 이하의 음료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도 본업이 아닌 걸 알기에 별말 없이 이용한다. 하지만 이곳은 오너가 두 곳 모두를 진심으로 대한다. 음료의 담음새나 맛, 조화로운 공간이 세탁방과 함께 있지만, 카페 자체로도 충분함을 보여준다. 카페가 훌륭하니 부록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특색 있는 곳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앞서 말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의 느낌을 받기 좋은 곳이지 않을까 싶다. 빨래라 하면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사적인 일인데, 이런 곳에서 머물러 있자니 누군가의 일상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주민들은 슬리퍼를 신고 편안하게 방문해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차를 마시며 쉬어간다. 누군가는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며 사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주민들에게도, 잠시 머무는 이에게도 만족스러운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론드리 프로젝트는 '세탁이라는 일상의 시간을 홀로 외롭게 하는 집안일이 아닌, 맛있는 커피와 함께 사람도 만나는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기'라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새로운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의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으니 오너에게도 사용자에게도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 운영시간 :
월-금 10:00 - 22:00 (화요일 13:00 오픈)
토-일 10:00 - 23:00
해방 직후, 북에서 월남한 실향민들이 집단으로 마을을 이루고 살게 된 곳이 지금의 해방촌이다. 정식 행정구역 명칭이 있지만, 해방과 더불어 형성되었다고 하여 지금까지도 '해방촌'으로 불리고 있다. 남산 아래 판자촌을 이루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었고, 전쟁 이후 고향을 잃거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되었다.
남산 아래 마을이 생긴 터라 언덕진 곳에 있어 장을 보러 아래까지 내려가기는 상당히 소모적이었다. 따라서 1968년 해방촌 마을 언덕 끝자락쯤 골목 안쪽으로 신흥시장이 조성되었다.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만큼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과 상점이 많다. 하지만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점점 더 현대적인 문화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시장이라고 해서 꽤나 클 줄 알았는데, 인사동 쌈지길만 한 부지에 한 바퀴를 돌 수 있게 되어 있어 가볍게 구경하기 좋다. 시장의 구조는 중앙 건물을 기준으로 3~4층 건물이 벽을 이루고 있다. 한정된 하늘 시야와 그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는 남산타워 뷰가 참 재밌다. 오래된 건물과 네온사인 간판,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운 상점이 동남아의 밤거리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널브러진 전선들과 자유분방한 시장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부조화의 조화'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억지스럽지 않은 업사이클로 옛것과 현재의 것을 조화시킨 신흥시장. '구멍가게', '정육점', '미원' 등 옛날 상표가 붙은 가게 간판들은 새롭게 입점한 가게와 함께 시장을 지키고 있다. 새롭게 들어온 카페와 음식점, 공방들은 20~30대의 청년 사장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옛스러움과 트렌디함이 한곳에서 느끼고 싶다면 신흥시장을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
브런치 문화는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업무 시간에 맞춰 서둘러 아침을 해결하고 가야 했던 노동자들과는 달리, 귀족들에겐 느긋하고 여유로운 부의 상징 같은 의미이기도 했다. 나 역시 귀족보다는 노동자 계층에 가깝다. 그럼 어떤가, 문화의 도시 이태원에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고 있으니 간접적으로나마 귀족의 삶을 경험하는 듯하다.
독일 베이커리이자 레스토랑인 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슈니첼, 소시지, 각종 제과 등 정통 독일식 식사를 선보인다. 독일인 셰프와 독일 음식을 파는 음식점, 한국에 있다는 거만 빼면 완벽한 독일 현지 식당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 손님 보다 외국인 손님이 더 많고, 직원 역시 대부분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국적인 공간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함께 있으니 오히려 이방인이 된 거 같은 기분에 여행의 맛이 더해진다.
예쁘고 화려한 브런치는 SNS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독일 가정집에서 쓸법한 접시에 플레이팅도 툭툭 시원스럽게 얹어 나온다. 이런 투박함이 가정식으로써 더 충실한 구성인듯하다. 혹 달걀이 있는 음식을 주문한다면 서니사이드업으로 주문하는 걸 강추한다. 베이컨과 소시지, 감자에 촉촉한 달걀노른자로 감싼 맛을 직접 맛보면 필자에게 감사를 표할 수도 있겠다. 단짠의 조합만큼이나 담짠(담백함+짠)의 맛도 행복하다. 브런치뿐 아니라 올데이 음식들도 많으니 분위기 좋은 밤에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 즐겨도 좋겠다.
- 운영시간 :
매일 08:00 - 21:00
국내에서 해외여행의 기분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지만, 이태원처럼 이국적이고도 편한 여행지도 없을 거다. 멀리 떠나지 못하는 상황에 여러 문화를 즐겨보는 걸로 잠시 여행의 욕구를 달래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