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절대 몰랐을 을지로 핫플
서울 핫플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을지로. 힙지로라 이름 붙여질 즈음, 인싸의 삶을 체험하러 을지로에 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에야 너무 좋아하는 동네가 됐지만, 인싸도 아싸도아닌 그럴싸에겐 얼마나 낯설던지.
네온사인 번쩍거리는 홍콩의 밤거리를 상상했던 건 오산이었다. 오래된 상업거리는 오히려 삭막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이제 와 보니 그랬기 때문에 을지로는 힙지로가 될 수 있었겠다. 오래되고 삭막한 것들 사이 녹아든 트렌디함, 골목골목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는 힙스러운 상점들. 간판도 없는 맛집, 상점을 보물 찾듯 지도를 찾아가며 발견하는 재미까지.
이전만큼 뜨겁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찾게 만드는 따뜻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이번 편은 을지로 투어 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절대 몰랐을 핫플 세 곳을 소개한다.
서울 경(京), 한 일(一),집 옥(屋)이란 이름의 설렁탕집은 을지로가 힙지로가 되기 한참 전 을지로의 한 인쇄소 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현재 서울 최고의 집이라는 뜻을 이어받은 피자샵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탈리아 정통 피자를 맛볼 수 있는 '경일옥 핏제리아'를 소개한다.
여러모로 친절한 곳은 아니다. 예약은 점심밖에 되지 않으며,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 이름을 적고 가게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매장도 크지 않으며 테이블 수도 많지 않다. 사장님은 살갑지 않지만 츤데레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 고객을 위한 친절한 서비스를 바라기는 어렵단 말.
그럼 왜가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늦는다면 웨이팅이 기본 30분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불편할 만한 것들을 나열했지만 사실 크게 불편할 것도 없다. 을지로여서 그 모든 것들이 이해되는 거 같기도.
가게 입구나 내부는 투박하기 그지없다. 오래된 설렁탕 집을 최소한의 공사만 해 피자샵으로 운영 중이다. 여느 피자샵의 유럽풍, 혹은 뉴욕풍 인테리어와 아주 다른 행보를 보인다.
덕지덕지 붙여놓은 사진들, 원색의 테이블과 투박한 접시 그리고 식기류 등 러프한 느낌 있는 그대로를 사용한다. 이게 바로 k 빈티지 이지 않을까..?자유롭고 캐주얼한 분위기가 을지로와 제법 잘 어울리기에 불편한 게 불편하지 않다.
투박함이 '러프'나 '빈티지'로 표현될 수 있는 이유는 작은 불편들은 모두 맛으로 커버되기 때문. 사장님의 로마, 나폴리 경험을 바탕으로 나폴리 정통 피자를 선보이고 있다.
매장이 크지 않지만 한편엔 작은 화덕을 마련했는데, 가스불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장작을 넣어 숯불에 불을 피워 피자를 구워낸다. 이런 클래식한 열정과 정성이 고스란히 음식에 묻어난다. 이런 고집이 있었기에 입소문만으로도 찾게 되는 맛집이 될 수 있었겠다.
피자는 다 좋아하지만 미국식 이탈리아식 중 고르라 하면 달고 짠 다소 자극적인 미국식 피자를 더 선호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먹은 이탈리아식 피자는 아주 간결했지만 강렬했다.
비교적 얇은 도우에 단맛을 많이 가미하지 않은 토마토소스, 툭툭 얹은 모짜렐라 치즈로 담백하게 만든 이탈리아 피자.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해 풍부한 맛을 만들어 냈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한입 베어 물면 숯에 구워낸 향과 풍미가 기분 좋게 입안을 채워 너무 맛있게 먹었다. 미국 피자를 좋아하지만 '피자는 역시 이탈리아지'를 외치게 되는 맛. 나폴리 정통 피자를 맛보고 싶다면 을지로 인쇄소 골목을 찾아보자.
- 이용시간 : 화~토 11:30-21:00 (15:00-17:00 브레이크타임)
-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16길 2-1
- 문의 : 0507-1314-9015
1970년대 근대식 주상복합의 시초였던 세운상가. 그 당시 최고급 주상복합으로 유명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이 살았던 종로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낙후된 을지로 상권과 상가는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바뀌었다. 그중 하나인 청계 상가와 대림상가를 잇는 공중보행로는 을지로 루프탑이라는 이름으로 카페, 바, 음식점 등 여러 상점이 입점한 핫플이 되었다.
세운상가 재생 프로젝트라고 해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새것처럼 만들지 않았다. 옛것을 유지한 채 각 상점마다 개성을 갖고 업사이클 했다.
챔프 커피도 최소한의 공사로 레트로한 무드를 유지했다. 바 테이블이나 조명은 세련되고 깔끔하게 전개했지만, 외벽이나 바닥재는 있는 그대로를 사용해 세운상가의 감성을 잘 이어받고 있다.
챔프커피의 매장 실내 공간은 넓지 않다. 그렇지만 이곳에 간 이유는 아무렇게나 놓인 외부 공간이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었다. 낮은 의자와 플라스틱 박스로 된 테이블, 편안한 좌석은 아니지만 을지로의 후리함(?)을 즐기는데 이만한 것도 없겠다.
날씨가 좋은 날엔 시원한 바람과 적당한 햇볕이 드는 야외 좌석이 참 매력적이다. 주말엔 사람이 꽤나 많은데, 몇몇씩 모여 커피 한 잔과 담소 나누는 모습을 보자면 뉴욕 뒷골목 카페 같기도.
원두를 직접 로스팅 해 커피를 내리는 카페를 선호한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코와 입으로도 느낄 수 있기 때문.
챔프커피의 시그니처인 챔프커피와 산미 있는 핸드드립 한 잔을 시켰다. 챔프커피는 플랫화이트같이 우유를 라테보다 덜 넣어 만든 커피로 진한 에스프레소 향과 고소한 밀크 스팀이 만나 부드럽고 고소하다. 시그니처라 할만하다.
산미 있는 핸드드립은 꽤나 상큼하다 느낄 만큼 많은 과일향이 났는데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산미를 좋아한다면 극 호일 듯한 맛.
챔프커피 제3작업실은 을지로 루프탑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늘 사람이 많아 그냥 지나치곤 했었는데, 방문한 날은 도저히 루프탑에서 차를 안 마시면 안 되는 날씨였다. 주말 낮 시간엔 웨이팅이 있을 만큼 인기다. 공간도 맛도 좋지만 날씨가 완벽하다면 기다림이 있더라도 꼭 한번 이곳을 즐겨보는 걸 추천한다.
- 이용시간 : 월~일 11:30-20:00
-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 157 라열 3층 381호
- 문의 : 010-8943-4516
앞서 을지로가 낯설었다 했던걸 기억하는지. 도저히 카페나 음식점이 있을법한 거리가 아니었기에 잘못 온 건가 하는 착각도 들었다.
을지로는 여전히 여러 공장과 인쇄소가 운영 중인 상업거리다. 여러 공업소 사이사이 숨어있는 상점들이 을지로의 매력을 더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공간이 오히려 이목을 끌게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여긴 친절하게 간판이 있다. 인현골방 역시 지도를 보고 찾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곳. 술을 파는 바이지만 외관은 전혀 바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다.
오래된 한 건물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감탄이 나온다. 외관이 저랬으니 반전이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거 같기도. 이런 곳에 바가 있을까 싶지만, 문을 지나면 여지없는 근사한 칵테일바가 반길 거다.
술과 음악을 즐기는 바. 이곳은 대화를 위한 공간은 아니다. 아니 대화를 할 수 없다. 그럼 뭘 하냐고? 그저 술과 음악.
인현골방은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감상하는 곳이다. 편안한 리클라이너 의자와 1인 테이블 5개가 커다란 화면을 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때 당신이 할 일은 리클라이너에 앉아 혹은 반쯤 누워 술과 음악에 취하면 될 뿐.
이곳에선 말할 필요가 없다. 주문, 요청 모든 것을 메신저로 하면 된다. 이곳이 더 매력적인 점은 신청곡을 틀어준다는 점. 본인이 원하는 노래 영상 유튜브 링크를 보내면 랜덤하게 틀어준다.
물론 음악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으니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다. 반대로 몰랐던 좋은 노래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혼술 하기엔 이만한 데가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이 나오는 그 순간 자체로 행복하니 말이다. 아, 100% 예약제이니 예약 후 방문하길 바란다. 이게 바로 힙지로지 싶은 이곳은 인현골방이다.
- 이용시간 : 월~금 17:00-01:00 / 토~일 15:00-01:00
- 주소 : 서울 중구 마른내로 60-1 2층
- 문의 : 0507-1419-8720
유명해질 만큼 유명해졌지만 아직도 숨겨진 좋은 공간이 많은 을지로. 아직 당신이 찾지 못한 취저공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두드리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