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하면 공식처럼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파스타와 에펠탑, 그리고 런던아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유럽 국가를 알고 있는지'와는 관계없다. 머릿속 알고리즘이 유명한 여행지에 점령당한 것이다.
오늘은 이방인이 되어 여행할 수 있는 동유럽 여행지를 준비했다. 잘 알려진 서유럽에 비해 비교적 한국인 여행객이 드문 여행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 동유럽 여행코스를 계획 중이라면 참고하길 바란다.
에디터의 최애 여행지 체코.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도시의 규모가 크지 않아 산책하듯 여행하는 맛이 있다. 11월 체코의 날씨는 서울과 비슷하다. 두꺼운 외투가 필요할 만큼 쌀쌀한 날씨를 보이지만, 차가운 공기가 한층 더 진한 낭만을 선사한다.
11월~12월 프라하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크리스마스 마켓을 놓치지 말 것. 12월 25일을 기준으로, 약 한 달 전부터 프라하 내 다양한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나볼 수 있다.
기분 좋은 음악과 먹거리, 아기자기한 장식까지. 기쁜 날을 앞두고 들떠있는 사람들과 한데 섞여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억이 될 것이다. 보다 규모 있는 마켓을 원한다면 구시가지 광장, 바츨라프 광장. 프라하 성을 기억하자.
체코에 오래 머무를 예정이라면, 프라하 근교 도시인 체스키크롬로프를 추천한다. 13세기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돼있어 중세 시대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이발사의 다리, 체스키 크롬로프 성 등 주요 관광지 간의 거리가 가까워,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체코는 유로가 아닌 코루나(CZK)라는 화폐를 사용한다. 물가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자비로운 편이다. 유럽 국가 중 치안이 좋은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주요 관광지는 하루 이틀이면 섭렵할 수 있지만, 막상 여행하다 보면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해질 것.
어제 본 골목과 거리도 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체코,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체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동유럽 여행 코스로 빠지지 않는 여행지다. 문화와 음식에서 묘하게 아시아의 향기가 느껴지는 유럽 국가로도 유명하다. 수도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건물은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야경 스팟.
헝가리 역시 11월에는 서울의 겨울 날씨를 보이니 여행을 고려하고 있다면 두꺼운 외투를 준비하자.
에디터가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온천이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온천은 로마시대부터 유명했다. 그중 세체니 온천은 부다페스트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네오 바로크식으로 지어져 화려한 온천은 어쩐지 궁궐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온천 방문 전 기억하면 좋을 몇 가지 팁이 있다. 우선, 되도록 아침에 방문할 것. 이른 시간에 방문할수록 깨끗한 수질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오픈 시간은 오전 7시니 참고하자.
온천 내부에서 신고 다닐 슬리퍼를 챙겨가는 것도 추천한다. 겨울에는 야외 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요긴하게 쓰인다고.
13개의 탕으로 이뤄진 온천은 탕 별로 온도가 다르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스팟도 있다. 비키니를 입고 수영과 온천을 즐기는 풍경이 마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한다. 색다른 유럽이 궁금하다면 올겨울은 부다페스트 세체니 온천으로 떠나보자.
한국말이 통하지 않는 땅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있다. 내 말을 알아듣는 이가 없어도 세상은 문제없이 굴러가는구나. 에디터는 이런 순간에 여행이 좋아진다. 여행지에서 완벽한 고독을 즐기고 싶다면 폴란드를 추천한다.
물가가 낮아, 적은 비용으로 여행하기 좋은 폴란드. 여행자에게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 옵션에 따라 상이하겠지만 제법 좋은 컨디션의 아파트도 1박에 10만 원 안팎으로 예약할 수 있다.
폴란드는 아직까진 한국인에게 생소한 여행지다. 유명 관광지에서도 한국 사람을 목격할 확률은 낮다고 한다. 잘 알려진 폴란드 도시로는 크라쿠프와 그단스크가 있다.
유럽 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도시, 크라쿠프. 하지만 동시에 전쟁의 아픔이 남아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부터 박물관까지,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다크 투어리즘 명소가 가득하다.
폴란드 최대 항구도시, 그단스크. 걷는 여행을 즐긴다면 그단스크를 추천한다. 대중교통 없이 대부분의 명소를 도보로 둘러볼 수 있다고. 알록달록한 건물과 부둣가의 배가 마주한 풍경은 꼭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인공 소피가 살던 마을을 닮았다.
모차르트의 도시, 오스트리아. 정확히는 중부 유럽에 속하는 국가지만, 체코, 헝가리와 함께 동유럽 코스로 사랑받는 여행지다. 에디터가 꼽은 오스트리아 여행지는 단연 할슈타트다.
3천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할슈타트. 할슈타트에선 호수와 집, 그리고 산. 이 세 가지 요소를 한 풍경 안에서 볼 수 있다. 도시 자체가 아름다워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지정됐다.
할슈타트의 전경을 보기 위해선 대다수의 관광객이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이용한다. 하지만 화창한 날에는 보트로 호수 투어를 해보자. 호수 위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마을 전경은 어떤 포토스팟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까지는 편도로 2시간~3시간이 소요된다. 한 번에 이동 가능한 교통편은 없고, 보통 버스와 열차, 페리 등을 섞어서 타야 한다. 이동이 번거롭다면 투어를 이용해 보자. 상품에 따라 중도 하차도 가능하며, 교통편 걱정 없이 최적의 경로로 근교 관광을 즐길 수 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느끼는 쓸쓸함은 동시에 큰 위안이 된다. 분명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이러니한 감정이다. 올겨울, 간섭과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동유럽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