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케이데이 KKday Nov 07. 2022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고찰하다,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단풍이 물들기 전, 서울에는 한차례 폭우가 내렸다. 서울 여행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효율적인 동선을 계획하며 다녔다. 생각해 보면 서울로 떠난 모든 여정이 그랬다. 매번 다른 동네에서 반갑거나 어색한 누군가와 약속을 잡았고, 지하철에 의존하며 정신없이 여행했던 기억이다. 



어쩌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 서울이라는 도시와 가장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겐 서울에서도 안식을 찾을 수 있는 동네가 한 군데 있다. 바로 성수동이다. 성수동은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와 전시 공간, 그리고 서울숲이 있다.


이번 서울 여행에서도 하루 일정을 비우고 성수동을 산책했다. 전시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숲을 거닐며 잠시 쉬어갔다. 오늘은 가을이 가기 전에 가볼 만한 성수동 전시,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전시다. 성수역에서 조금 떨어진 전시 공간, <그라운드 시소>에서 11월 13일까지 진행한다. 생각 공장 건물 입구에서부터 포스터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길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1층에서 별도의 안내 없이 지하로 내려가면 전시장 입구가 나온다. 무거운 짐은 코인락커에 맡길 수 있으며, 물을 제외한 그 어떤 음식물도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촬영은 지정된 포토스팟에서만 가능하다.



입구는 작아 보이지만 내부는 꽤 넓은 편이다. 사진을 모두 둘러보는데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이 걸린다.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의 영역이 지금처럼 넓지 않았던 70년대에 재치와 기본기를 갖춘 예술가다. 이 시기에 카메라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귀했고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사진이라는 예술은 노력과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지금이야 누구나 휴대폰으로 수만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카메라는 부유층이 어떤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이용하는 하나의 수단에 가까웠다.


비비안 마이어는 여성인데다가 부유한 출신도 아니고 아이를 돌보는 보모였으니, 그녀에게 사진이란 일생을 바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였지만 그녀의 사진은 죽기 전까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사후에 그녀의 필름이 경매에 값싸게 나왔고, 경매에 낙찰된 인물이 사진에 관심을 가져 세간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사진전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세계를 그녀의 일생과 연관 지어 소개한다. 최근에 제작된 비비안 마이어 전기 다큐멘터리도 함께 볼 수 있어 몰입이 쉽다.



그녀가 사용했던 대표적인 수동 카메라 '롤라이플렉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롤라이플렉스는 스크린에 비친 피사체를 보며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물 사진을 많이 찍는 비비안 마이어가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셔터를 누를 수 있도록 도와준 카메라다.



특히 그녀는 피사체와 커뮤니케이션을 거의 하지 않았던 탓에,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자연스러움이 더 묻어나는 것 같다. 그런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에는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지라도 말이다.


오히려 가장 무미건조한 사진은 셀피인데, 카메라를 테스트하거나 날짜, 날씨를 기록하기 위해 찍은 사진처럼 느껴진다.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도 전시장 옆에 마련되어 있다. 전시된 사진이 포함된 도록을 비롯해 포스터, 가방 등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전시장을 나와 서울숲을 조금 걸었다. 계속된 폭우로 안개가 낀 서울숲은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내가 성수에 있는 동안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위해 서울숲으로 모여들었다.


이용시간: 10:00-19:00 (입장마감 18:00)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 생각공장 A동 지하1층

문의: 02-501-9544


전시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점에서 여행과 닮았다. 물론 나도 역시 인터넷으로 감상하면 되는 작품을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관람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전시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일이 고되면서도 가치를 갖는 이유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좋아하거나 전시에 관심이 있다면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을 방문해 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11월 국내여행지 추천 BEST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