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이 듬뿍 들어간 해외여행지 추천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롭다. 찌는 더위가 극성인 계절을 좋아하는 이는 많지 않으니까. 실제로 한국의 여름은 폭염 아니면 폭우로 점철된 나날들이다. 낮도 길고, 과일도 맛있게 익는 계절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계절을 사랑할 수 없다면 주목하자.
여름을 사랑하는 에디터가 늦여름에 방문하기 좋은 해외여행지를 모았다. 입출국도 자유로울 뿐 아니라, 눈을 돌리는 곳마다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여름에 대한 기억을 새로 쓰게 만든다. 에디터의 사심이 듬뿍 들어간 해외여행지 추천, 지금부터 소개한다.
꽤 오랫동안 에디터는 몽골에서의 여행을 상상할 수 없었다. 빈 초원과 사막 사진을 보며 이곳에선 대체 무엇을 느껴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 철이 든 모양일까. 가늠할 수도 없는 규모의 대자연은 모니터 너머로도 감동을 선사한다.
8월의 몽골의 기온은 한국의 초봄과 비슷하다. 최근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스팟은 고비사막. 거대하고 부드러운 모래성처럼 보이지만 제법 바람도 많이 불고 경사도 심해 등반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움푹 움푹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재미가 있고, 경사를 따라 샌드 보드를 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사막 사이로 지는 빨간 노을과 그 빛을 받아 검붉게 변하는 산도 빼놓을 수 없는 와우 포인트니 참고할 것.
몽골여행에서 은하수가 빠지면 섭섭하다. 해가 없이 빛나는 밤을 담고 있다 보면 흐릿했던 눈도 절로 맑아지는 기분이다. 지금 시즌에는 맑은 하늘의 은하수를 자주 볼 수 있다고 하니 호숫가, 숲속 등을 배경으로 나만의 은하수 스팟을 찾아보자.
광활한 자연에 낭만을 더한 나라, 튀르키예(터키)다. 튀르키예에선 카파도키아의 벌룬투어를 추천한다. 마치 영화 '업'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벌룬투어. 코스는 보통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방문해 열기구를 타고 일출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새벽같이 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 예약을 망설이게 만들지만 주황빛 하늘을 가득 채운 열기구를 직접 눈에 보고 나면 고민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라고.
파묵칼레에선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새하얀 석회층이 마치 눈처럼 온천 주변을 뒤덮어 오묘한 풍경을 선사한다. 또한 이곳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히에로 폴리스가 잘 보존된 유적이기도 하다.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천연 온천인 만큼 팔 다리를 걷어붙이고 입수하는 이들이 많다. 입장 시에도 맨발로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파란 온천은 청량한 소다를 연상케 한다. 솜사탕처럼 주변을 덮고 있는 석회층 덕에 꼭 어린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디저트를 닮았다. 이토록 가짜스러운 진짜가 존재한다니. 아이의 마음속에서만 운행하는 줄 알았던 상상 열차가 마구마구 돌아가는 여행지로 떠나보자.
여름을 저주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에디터는 생각한다. '그래도 다들 초록 좋아하잖아.'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초록은 다른 어떤 계절의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갓 딴 사과처럼 생기 있는 에너지가 매력적인 여행지, 스위스. 어떤 계절에도 거짓말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지만 늦여름의 스위스는 더욱 찬란하다.
스위스의 여름은 덥지만 습하지 않다. 따라서 대낮에도 그늘 아래에선 제법 쾌적한 여름을 느낄 수 있다. 긴 산책이 예상되는 날이라면 좋아하는 책과 이어폰을 챙겨 나서자. 마음에 드는 그늘 아래에서 간질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게으름 피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다.
특별한 초록을 보고 싶다면 호수를 찾자. 스위스 여름 호수는 파랗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녹아내린 빙하로 만들어진 튠호수는 건강한 에메랄드빛을 자랑한다. 베른에서 인터라켄으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유람선을 추천한다. 멍하니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벽에 걸린 그림을 보는 듯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화려한 힐링이 필요하다면 태국을 추천한다. 태국은 다채로운 야경과 값싸고 맛 좋은 음식이 유명하다. 때문에 방콕, 치앙마이 등 태국의 도시는 사계절 내내 인기 여행지다.
방콕 왓아룬. 외관부터 너무도 방콕스러운 건축물이다. 불교 사원인 왓아룬은 해가 가장 먼저 비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별한 점은 태국의 사원들이 주로 금빛인 반면 왓아룬은 새하얀 자태를 자랑한다는 것. 이는 힌두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원 가운데 가장 높이 솟은 탑인 프라 쁘랑은 여행객들의 대표 포토스팟.
밤이 되면 빛나는 건 별 뿐만이 아니다. 태국에서는 유독 황금빛으로 물든 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금색 사원의 기묘한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치앙마이의 도이수텝을 추천한다.
도이수텝은 해발 1000m의 언덕을 오른 뒤 300개의 계단을 또 한 번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불교사원이다. 찾는 길은 제법 고생스럽지만 노력이 아깝지 않을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파랑의 계절, 여름이다. 다채로운 파란색이 궁금하다면 괌으로 가자. 일주일을 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 잊을 수 없는 여름을 선물할 것이다.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빛 계곡이 펼쳐지는 에메랄드 밸리. 많은 여행객이 남부 투어 일정에 포함시키는 곳이다.
초록도, 파랑도 아닌 계곡물은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수질을 자랑한다. 오묘한 색감이 꼭 동화 속 요정의 샘을 연상케 하기도. 하지만 물뱀이 자주 출현하는 지역이라고 하니, 아름다운 계곡은 눈으로만 즐기자.
밤에 만나볼 수 있는 괌의 파랑은 좀 더 로맨틱하다. 낮에 본 바다, 계곡에서 느낄 수 없었던 우아한 파랑이 하늘 가득 펼쳐진다.
짙푸른 밤하늘에 진주처럼 박힌 별은 쉬이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하지만 순간을 남기고 싶다면 별빛 투어를 이용해 볼 것. 가이드 숙소 픽업은 물론 스냅 촬영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어차피 돌아오는 계절이라면, 수십 장 중 몇 장은 좋은 기억으로 채워보자.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도시의 풍경과 함께라면 당신의 여름도 조금은 사랑스러운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