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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강 Aug 08. 2016

있잖아, 엄마! - 10

##  나이 듦에 대하여

Q. 있잖아 엄마! 

 오늘은 우연히 앨범을 꺼내봤어.

처음부터 앨범을 보려고 한 건 아니었어.  

찾아야 할 것이 서랍을 뒤적이다 한 귀퉁이에 누워 있는 나를 봤지. 

중학교 졸업식이었나 봐. 엄마가 짜 준 빨간 스웨터를 입은 내가 잔뜩 얼어붙은 자세로 서 있었네.

사진 몇 장을 더 들춰보다가 아예 주저앉아 시간을 잠시 거슬렀네. 


있잖아, 엄마!

그거 알아? 난 중학교 때까지 엄마 아빠가 처음부터 마흔셋마흔넷이란 나이를 가진 줄 알았어.

엄마 아빠가 처음부터 우리 엄마 아빠로 이 세상에 온 줄 알았네. 

그런데 우연히 젊은 날의 엄마 아빠 사진을 보고 짧은 탄성을  질렀지.

'엄마 아빠도 나처럼 열다섯 살이 있었겠구나!'


있잖아, 엄마!

어느 날 거울 속에 마흔을 넘긴 내가 있었어.

군데군데 흰머리카락이 보이더니 지금은 한 달에 한번 염색을 하고 있어.

엄마, 나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내 젊음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몸을 따라가지 못하고 열아홉에 머문 내 마음이 서글프기도 하네. 

엄마도 그랬어? 

엄마,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

A. 딸아!

엄마 딸이 어느새 엄마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구나!

작고 보드라운 네가 다칠까 봐 조심스럽게 너를 안았었지.

엄마 품에서 새근새근 잠든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했어. 


딸아!

엄마도 그랬단다. 마음에는 항상 붉은 찔레꽃이 피어 있었지.

친구들과 뛰어놀던 뒷동산도 그곳에 있는 천방지축 어린 나도 그리웠단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단다. 

가끔은 아이가 되고 싶어 엄마가 몹시 보고 풀 때도 있었어.

가끔은 엄마한테 미안해서 혼자 울 때도 있었어.

아마도 엄마도 여자라는 걸 알았을 때인 것 같구나!


딸아!

우리는 늙는 게 아니라 나이 드는 거란다. 

우리는 나이 드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란다. 

나이 듦이란 소리를 줄여가는 거란다. 

내 몸에서 나는 소리를 줄이고 마음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단다.

마음으로 듣고 침묵할 줄 아는 이성을 가져야 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침묵을 배우는 것이란다. 

가르치려고 애쓰지도 말고 무언가 낯선 것을 배우려 뛰어다니지도 마렴!

나이들수록 출렁이는 파도를 잠재우고 고요한 마음을 가지렴!

그렇게 아름답게 익어가는 너를 보렴!


엄마는 그렇게 나이들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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