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한 Sep 03. 2024

노랫말이 가슴에 내려앉았다

몇개의 글자로 위로 받는 것

노래를 들을 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멜로디를 듣는 사람과 노랫말을 듣는 사람.


나는 언제나 노랫말을 듣는 사람이었다.

이별을 한 것도 아니고, 감성충만한 F도 아닌데 노래를 들을 때는 언제나 가사가 먼저였다.

노랫말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사실 사랑도 이별도 제대로 해본 적 없던 10대에는 Rock 음악에 빠졌다.

폭력적 가정환경에 노출된 아이가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였을까

친구와 놀고 싶어도 일을 해야했던 농가의 아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였을까

시끄럽고 가슴뛰는 밴드 사운드가 그렇게 좋았다.


성인이 되어 이런 저런 일을 겪는다. 나 또한 그러했다.

군대 가기 전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부르는 것도 그랬고

사랑하던 이성과의 이별 후 듣고 부르는 모든 노래가 내 이야기 같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채 시외버스를 타고 본가에 내려가던 어느 날.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저릿한 가슴과 붉어지는 눈시울.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누군가가 나에게 툭 던져준 위로와 같은 노랫말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3년의 인생에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인간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 욕심이 많아서 혼자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참으로 많았던 나날이었다.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고, 욕심을 채워보고자 이 사람 저 사람 친분을 형성하며

넓은 인맥을 자랑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찾아오는 고독함과 외로움.

밤마다 이유없이 불쑥하고 찾아오는 심연의 감정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불안한 가정환경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사주팔자에 흙이 없다는데 그런 이유일까?

원인이 어떠하든 그때의 나는 불안을 깊이 고민했다.


그래서인지 고독을 벗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묘하게 끌리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임재범이라는 가수를 좋아한다.

워낙 사람들과 거리가 있어서 친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고

본인만의 세계가 확고해서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으며

가수라는 직업과 노래라는 행위에 대한 프라이드로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아내가 암으로 투병할 때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는데 돈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 섭외가 와서 출연했다던 MBC <나는 가수다>의 일화.

가수로서 자존심을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그 모습이 멋있었다.


인간관계에 지치고 불안함이 자리잡아 삶을 힘들게 할 때

홀로 걸으며 매일 들었던 노래가 있다.

임재범의 비상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 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상처 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고독이 꼭 나쁜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걸 깨닫게 했으니까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당당히 내 꿈을 보여줄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지금은 꽤 유명해진 노래지만 내가 매일 듣던 그 즈음엔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 노랫말을 뼈대 삼은 노래 강연을 시도해본 적도 있다.

내 이야기가 이 노래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노랫말과 이야기를 섞어 만든 콘텐츠였는데

생각보다 좋은 호응을 얻었다.


노랫말은 결국 이야기였다.

노래를 듣는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노랫말이라는 이야기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노래를 듣는 것으로도 위로 받고, 부르는 것으로 감정을 해소하곤 한다.

너무 좋은 노랫말이 많지만 모든 노랫말을 이야기할 순 없으니

혹시 누군가 사연과 노랫말을 이야기해준다면 그 내용으로 강연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강연을 기획하고 교육하는 이야기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을 창직한 이유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강연자로서, 기획자로서 살아가다보면 상담도 교육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고 있기에 이야기는 끊임없는 소재와 콘텐츠가 된다.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 것만큼 몇 글자의 노랫말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