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불빛축제 아련한 이벤트 기억
회상_기획자 3편
(1편을 안보신 분들은 '불꽃을 꺼야만 했던 기억 1/2'를 먼저 읽고 오시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됩니다.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아무 사고 없이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웅장하고 멋진 무대에서는 식전 공연으로 Fire Dance 공연이 이어졌고.
어러 대의 Fire 블러스터가 붐을 뿜었다.
무전 한통이 날라 왔다.
보통 인터컴이란 장비를 사용해서, 콘솔과 무대가 소통하지만, 워낙 거리가 먼지라 이때는 무전기를 사용했다.
사실 불꽃놀이 연출이라는 게, 처음 불꽃 스타드가 중요하지 그다음은 이미 짜여진 음악을 바탕으로 터트리는 건 한국화약분들이 또는 초청된 외국팀들이 메모리로 터트리는 거라, 콘솔의 기능은 별로 없다.
음악 제때 잘 틀고 함께 보면 된다. 사실 식전공연이나, 기타 공연 때 더 바쁜 거 같다.
바지선 불꽃 1번 : 지직~~! 1번 바지선 스탠바이 되었습니다.
콘솔: OK. 다들 준비되었지요? 자. 그럼 가겠습니다. 음악 스탠바이, 중계 스탠바이. 하이~~ 고!
(실제 음악을 준비하고, 영상, 중계, 조명등을 준비하도록 대부분의 감독들은 본인만의 예령을 둔다)
이윽고, 바지선 멀리서 바지선에서 축포 한 발과 함께 짜인 (맞추어진) 음악에
불꽃 수천 발이 하늘을 수놓았다.
정말 멋있었다, 경이로웠다. 며칠 동안 세팅하고 점검하고 또 리허설하고, 죽다 살았고, ㅎㅎ
그 순간들이 스치듯 지나갔고, 이일을 한 지 3년 차 나의 마음은 불꽃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감동에 빠져 시간은 어느덧 엔딩을 향하고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는 수만 명 (경찰 추산이 라는데 나는 수십만 명 된 것 같다)의 인파가 해변이고, 해변 위 인도고, 심지어 찻길까지 5KM 정도를 빼곡히 채워서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지나갈 공간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인파가 현장에 있었다.
그 무렵 무전 한통이 날아왔다.
콘솔: 야~!!! 바다 중앙에서 나오는 저 분수 뭐야.!!! 아직 엔딩 아니잖아. 저게 왜 지금 틀어져. 미쳤어!
달빛 PD 네가 어서 가서 끄라 그래!
달빛 PD: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은 해줘야지 라는 생각은 했지만) 네 어디로 가야 하나요?
콘솔: 저기 저기~!! 하수 쪽 200M 옆 화장실 보여 거기 옆에 해변시설팀 있잖아, 빨리 뛰어~!
달빛 PD: 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뛰어 가려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사람들을 비집고, 얼굴에는 이상한 거 하나 끼고 오른쪽엔 무전기를 끼고, 꼬재재한 넘이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 좀 지나가겠습니다라는 말을 외치며
그곳으로 빠르게 뛰어가고 있었다.
1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의 발목은 정상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몇 시간 전에 분수 불꽃을 있는 힘껏 발로 밟으며 끈지라 그렇게 빠르게 전진할 수 없었다.
콘솔: 야~! 아직이야? 머가 그리 굼떠, 빨리 뛰어~!
달빛 PD: 네 알겠습니다. 다와 갑니다.
다와 가지 않았다. 저기 멀리 목적지가 있는데, 그 많은 인파들을 물리치고 아픈 발을 끌고 가려니 너무 힘들었다.
이윽고, 안전 펜스 울타리 밖으로 그 건물이 보였고. 나는 당황했다.
펜스가 너무 높았고, 모두 연결되어있는지라 넘어가야만 했다. 그 발로....
하지만 또 날아올 무전이 싫어서, 또는 이 행사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신념 아래 울타리를 조심스럽게 올랐고
모든 정신은 내려올 때, 절대~절대~ 오른발은 닿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그 살짝궁 내려놓는 나의 오른발은 조금의 충격에도 매우 매우 민감한 시기였던 것이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다시 몇 개월 전에 겪었던 인대에서 딱 소리가 나는 거 같았다. 으악! 너무 아팠다.
눈물이 흘렀다. 많이 흘렸다. 너무 아픈데. 그 떨어진 펜스는 간 이공 중 화장실 앞이었고, 바로 수십 명이 화장실 줄에서 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너무 쪽팔리고, 발이 너무 아프고...
하지만 그 발로는 일어날 수 없었고, 나는 질질 기었다. 울면서 죄송합니다. 좀 지나갈게요라는 말과 함께.
포복으로 화장실 옆에 건물로 들어서서, 문을 깨금발로 딛고 열면서 다시 쓰러지며 외쳤다.
달빛 PD: 저기, 지금 물 트는 시간 아닙니다! 물 꺼 주세요!
해변시설 관계자: 아이코, 이게 엔딩 아니었어요? 원래 엔딩 음악 나오면, 감독님이 틀라고 한 건데?
달빛 PD: 엔딩 아니에요!!!! 빨리 꺼~~~~~~~! 주세요. 하고 나는 다시 발목이 너무 아파서
그 자리에 댓 자로 누웠다.
드디어. 드디어 그 물이 꺼졌다.
물이 켜 졌던, 꺼졌던 관객들은 아무 관심이 없었다.
내가 도착하고 10초 후 물은 이미 다시 켜져 있었어야 했다
눕자마자 무전이 왔다.
콘솔: 달빛 PD야. 수고했고, 그냥 다시 틀어. 어차피 엔딩 왔잖아~!!!
달빛 PD:........ (응답하지 않았다)
내 표정을 본 시설 담당자는 조심스럽게 물을 틀었다. 난 틀라고 한 적 없는데.
고마웠다 물어보지 않아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내 기억 속에 멋진 불빛 축제로 남은 SHOW는 잘 마무리가 되었다.
선발대는 다음날 오전에 일찍 서울로 떠났고
나와 김대리님은 숙소로 사용했던 포항공대 기숙사에서 짐을 싸고 다음날
내 차로 서울로 올라와야 했는데, 나는 그 오른발로 도저희 운전할 수가 없어서
당일날, 김대리님께 부탁을 했다.
달빛 PD: 대리님 제가 부탁이 있습니다. 제가 이발로는 운전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대신 운전 좀...
김대리: 머야~ 장난해? 나 운전면허 없는 거 몰랐구나~ 허허허!
난 이벤트 하는 남자분이 면허가 없다는 말에 너무 놀랐고, 해맑게 웃으면서, 쩔뚝되는 내발을 보고도...
아무튼 나는 그 아픈 오른발로는 도저희 운전할 수가 없고, 운전을 대신해 줄 분도 없고, 대리님을 모시고
결국 왼발로 운전을 했다, 포항에서 서울까지 자그마치 8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ㅎㅎ
그렇게 나의 발목은 그때의 다시 한번 큰 충격으로 3개월 전의 쩔뚝이로 돌아가야만 했다.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서울에 와서도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간다는 정형외과와
몇 군데의 병원을 더 다녔다. 그때도 답은 같았다. 인대가 끊어져서 수술을 하시는 게 어떠냐?
하지만 끝내 나는 내 발목에 칼을 대지 않았고,
13년이 지난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낸 자연치료라고 해야 할까? 나는 다시 뛸 수 있다
(완전히 시계 뛰진 못하지만, 일상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장_기획자 3편
※ 인터컴: 대규모 야외 촬영, 무대, 연극, 방송, 뮤지컬, 행사등 멀리서 연출 지시를 내리는 감독과 현장간에 이뤄지는 의사소통을 위한 무선 통신 장비를 지칭.
방식은 유선형과, 무선형이 있다. 유선형은 말그대로 연결된 라인이 있어서 이동에 불편하지만
그 만큼 안전하다. 무선형은 아래 그림처럼 허리춤에 차고 이동이 편리한 장점이 있지만
가끔~ 정말 아주 가끔, 핸드폰이 많은 장소에서는 혼선을 타거나 안된다!!!
(그 이유는 주파수가 겹처서라고들 말하는데,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런경우가 몇번 있었다.
사람 많다고 핸드폰때문에 안터지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좌우지간 이벤트의 세계에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 바지선
안전을 위해서, 보통 불꽃축제는 바지 선위에다 화약을 얹어 바다에다 또는 강에다가 불꽃을 쏜다.
서울 불꽃축제 역시 한강에다가 바지선을 띄우는 것으로 안다.
나중에는 이벤트 지인인 서울 불꽃 축제 담당자의 의견을 들어 보고 불꽃 축제란 무엇인지, 어떻게 연출되는지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한다.
※ 과연 엔딩 전 고작 3분 전에 약속되지 않은 분수가 나왔는데, 그 분수를 끄러 가는 게 맞은 결정이었을까?
정답은 YES!
마지막 노래 전에 인공 분수가 나오는 게 큰일은 아니 었지만,
(관객은 관심도 없었다, 인공분수가 켜졌는지 꺼졌는지)
이벤트 라는 게 완벽을 추구해도 80% 성공한다 라고 하신 그 당시 노실장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완벽을 추구해도 조금의 실수들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로 지금은 이해한다.
그 실수가 쌓이면 결국 관객 눈에 보인다.
내가 뛴 그때의 쩔뚝발로 10초라도 관객이 실수를 덜 느꼈다면, 그런 노력들이 모여
성공적인 행사가 만들어지는 거 같다.
이벤트는 한번 지나가면 끝인 드라마틱한 라이브이기 때문이다.
FROM MOON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