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이 계획이라면
어쩌다 시칠리아
시칠리아로 떠나기로 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 결정한 일이었다. 나와 남편은 어쩌다 보니 무계획으로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나는 프리랜서이고, 남편은 회사원인데 남편의 휴가가 갑작스레 잡히는 경우가 많아 그때 함께 떠날 수 있어서다. 늘 여행지와 그 계획을 세우는 건 내 몫인데, 이번에도 여행 계획은 조밀하게 짤 수가 없었다. 시간은 촉박하고 할 일도 태산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30개국 이상 여행한 짬으로 어찌어찌 실행은 되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오히려 좋았다!’이다.
1) 비행 편 예약: 인천-아부다비-시칠리아
시칠리아로 가는 직항이 없어 경유를 택했다. ‘인천-아부다비’를 따로 끊고, ‘아부다비-시칠리아’를 따로 끊는다.
아부다비로 오는 직항은 [에띠하드/아시아나/대한항공] 등이 있는데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의 에띠하드 항공이 가장 저렴하다. 그리고 시칠리아까지는 [위즈에어]를 이용했다. 위즈에어는 동유럽 저가항공사인데 아부다비에 지사가 있어 아부다비에서 출도착 하는 위즈에어는 아랍 통화를 사용한다. 고로 결제 시 원화결제가 아닌 디르람(AED)로 결제하는 것이 수수료를 덜 문다.
2) 숙소 예약: 아고다 이용
총 2주간의 여행동안 아고다 앱을 이용해 예약했다. 해외여행 시에 무조건 아고다를 이용하는데, 한 번도 사기당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고다 할인쿠폰 다운 및 사용하기 (클릭)>
3) 렌터카 예약: 현지 렌터카 업체 이용, 풀커버보험 필수!
현지 렌터카 업체를 이용했다. 허츠, 부킹닷컴 등 렌터카 비교 사이트에서 예약하는 것보다 로컬업체 온라인 사이트에서 바로 예약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덤터기 쓸 경우가 적다.
고로 여행 계획에 충분한 시간이 없더라도 위 세 가지만 완벽하게 해결되면 게임셋이다!
2023년 9월 24일 시칠리아 입국
+ 시칠리아 입국기 (클릭) <참고>
{ 유효기간 6개월 이상 남은 대한민국 여권 } 이면 된다. 다른 건 필요하지 않다. 이탈리아의 땅이기 때문에 90일 동안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 섬나라이다.
아부다비에서 시칠리아 카타니아에 도착하니 벌써 다음날이었다. 시칠리아 동부의 <카타니아 공항>은 밤이면 대부분 상점은 문을 닫고 주변도 캄캄한 편이라 숙소로의 이동이 걱정됐다. 다행히 늦게까지 택시는 있었지만 부르는 게 값이었고 우버는 불러도 오질 않았다. 우린 시내 중심부와는 살짝 떨어진 곳까지 가는데 30유로를 냈다.
어두컴컴한 거리를 지나며 숙소까지만 무사히 갔음 했고 가는 내내 사이드미러로 살펴야 했다. 쉽지 않은 첫날이었다. 다행히 택시 기사님은 정확히 조용한 골목에 있는 호텔 입구에 내려주셨고 무사히 체크인할 수 있었다.
사실 돈이면 되는 문제인데, 이게 돈이랑 감정이랑 엮이면 힘들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바가지 당할 일이 거의 없고 설사 돈을 뜯겨도 신고할 길이 있어 망정인데 해외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수년간의 여행 경험으로 축척된 팁은 바로 ‘현금은 최소한만 가지고 다니자.’이다. 현금과 귀중품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소매치기와 범죄의 타깃이 된다. 특히 아시아인들은 더더욱 그렇다. 현지 경찰서에 가도 도와줄 길은 국내에서 든 여행자 보험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고로 여행에서의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신용카드나 적립식 카드(ex. 트래블월렛)를 사용해 도난당해도 바닥을 찍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칠리아 호텔>은 24시간 체크인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추가 지불을 하거나 최고급 5성급 호텔을 이용해야지 24시간 무료 체크인이 가능하다. 우리가 묵은 저렴한 숙박지 역시 새벽 1시가 다 돼서 도착하니 셀프체크인을 해야 했고 거리는 온통 암흑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린 지하 방에 묵었다. 지상층도 있었는데 왜 우리만 지하에 배정됐는지 모르지만 숙소 내부는 넓어서 만족하며 썼다. 다만 아침이 밝았는지는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 한줄기로 알 수 있었다.
조식도 간단했다. 호텔 테라스에서 먹을 수 있는데 무인으로 운영되었고 셀프로 토스트나 시리얼을 먹을 수 있었다.
재미난 시칠리아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호텔이지만 최소한의 서비스만 내걸고 원하는 것은 스스로 쟁취해야 이곳에서 여행할 수 있다. 마치 유령이 있을 법한 조용한 어느 시칠리아 골목 호텔에서 여행의 서막이 열렸다. 말로만 듣던 마피아 소굴일지도 모를 길거리에는 온통 불량스러운 사람 투성이었고 그 길목에 서서 한참을 울었다. 그렇다. 여행은 혼자해야 한다. 남편과의 무지막지한 감정싸움을 일으키고 한바탕 소동도 있었다. 이미 갈라져야 할 운명이었을까. 신혼 초반부터 봉합되지 않던 문제들이 쌓이고 묵혀 곪을 때로 곪아버린 응어리가 분출되고 있었다.
그렇게 시칠리아의 여행은 악몽처럼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