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위험하다?
영화 '대부' 시리즈와 마피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시칠리아>가 생각난다. 시칠리아는 미식의 도시로도 알려졌지만, 과거 마피아의 근거지로 인상이 강한 탓에 편견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물었고, 나는 항상 같은 태도와 문장을 구사했다.
"마피아의 도시 아니야? 위험하지 않아?"
"전혀! 마피아는 찾아볼 수도 없어!"
시칠리아를 선택했다.
2011년도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고, 2013년도에 영국 워킹홀리데이에 도전했다. 그때 만난 유럽은 '아름답고 근사하다.'라는 표현이 적합했다. 여행 경력이 쌓이면서 유럽이 싫증 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헤매야 했다. 그 여행지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배움이 있어야 하고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했다.
돌고 돌다 다시 구글맵을 펼쳤다. 첫눈에 반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어느 나라의 지도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 마치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난 듯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
영화 '대부' 시리즈에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마피아의 나라라고 생각했다. 영화배우 '엄지원'이 다녀온 시칠리아 여행 브이로그를 통해서 마피아 박물관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사실 마드리드 공항버스에서 전문 소매치기에게 지갑을 도둑맞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중이었는데 그때 그 일이 꽤 충격으로 남아서 해외여행 갈 때는 무조건 버려도 될 만큼 필요 없는 것들로만 고르고 골랐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시칠리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나의 여행 소비를 늦추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칠리아여야만 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여행자들이 탐내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서유럽에 등을 돌리려는 찰나 눈에 들어온 섬나라이고 그런 매력점이 갈수록 설레는 마음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
버킷리스트 여행
평소 대도시와 맛집 위주로 여행을 했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소도시 여행이 주가 된다. 시칠리아 소도시의 감성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었다. 소도시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진정한 소도시 성애자가 될 수 있을지는 시칠리아 여행 이후에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진정으로 소도시를 사랑하게 된다면 세계 곳곳의 소도시에 발도장을 찍지 싶다.
먹킷리스트 여행
시칠리아는 '미식의 나라'이다. 시칠리아는 그리스, 로마, 비잔틴, 아랍, 노르만, 스페인 등의 지배를 받았다. 이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생겼고 음식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시대에 전파된 와인부터 치즈, 특히 아랍의 지배하에 있을 때 식문화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11-12세기에 탄생한 파스타부터 10세기에 탄생한 아란치노, 사라센인(집시)이 가져온 사탕수수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카놀로까지. '맛=시칠리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서유럽에서 가장 큰 활화산과 지중해도 빼놓지 않고 둘러본다. 남편과 함께, 소도시를 탐험하고 시칠리아를 맛보고 오는 것이 목적이다. 개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여행을 즐겼다.
“그렇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땅이다.”
고전영화 ‘대부’ 시리즈에 미국에 사는 시칠리아 마피아들이 나온다. 그들의 역사가 흥미롭다. 시칠리아의 역사는 기원전 8세기 그리스인이 상륙하면서 시작되는데 그리스, 로마, 고트, 비잔틴 제국의 통치를 받는다. 1072년 노르만족이 팔레르모를 정복하여 시칠리아 왕국을 세웠고 그리스로부터 받은 비단 기술로 번영해 나폴리까지 영토를 확장한다.
1266년 독일의 슈타우펜 왕가와, 프랑스의 앙주 왕가에 의해 정복되는데 앙주 왕가의 반복된 학정으로 인해 결국 1282년 이후 20여 년간 민중 봉기가 일어난다. 계속된 민중 봉기 끝에 아라곤 왕국의 피터 3세가 왕위에 오르고, 앙주 왕가는 나폴리 왕국을 세웠지만 16세기 이후 시칠리아는 다시 나폴리를 통치한다.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시칠리아인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고 그때 마피아가 탄생한 것이다.
1816년 나폴리 왕국과 합병했고 결국에 1861년 이탈리아 왕국에 편입되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많은 시칠리아인들이 가난을 피해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지로 이민을 갔다.
시칠리아는 역사상 문화적 차이를 인정받아 이탈리아의 자치주가 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화로 마피아가 전역에 활개를 쳤지만 1980년대부터 제재를 받는다.
“베스트셀러 ‘여행의 이유’를 쓴 김영하 작가의 추천”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김영하 작가도 시칠리아의 매력에 퐁당 빠져 책까지 집필했다. 어쩌면 운명처럼 다가온 시칠리아를 경험한 것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의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나의 최우선 여행지가 되었을 것이다.
“카타니아▶라구사▶모디카▶노토▶시라쿠사”
시칠리아는 팔레르모, 카타니아, 메시나, 시라쿠사, 라구사, 엔나, 칼타니세타, 아그리젠토, 트라파니의 9개 주로 구성되어 있다. 수도는 팔레르모이다. 인천을 거쳐 아부다비를 경유해 카타니아 공항에 In&Out을 했고 렌터카를 이용해 카타니아, 라구사, 모디카, 노토, 시라쿠사를 총 2주간 여행했다.
"그럼에도, 시칠리아는 시칠리아이다."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 섬 사이. [메시나 해협]에 눈길이 간다. 이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은 3.1km이다. 수천 년 동안 이 두 사이를 놓는 현수교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올해 이탈리아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시칠리아인의 70%는 이탈리아어가 아닌 시칠리아어를 사용한다. 시칠리아어는 이탈리아어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탈리아 방언'이라고 불리지만 그 자체로 언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