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남자의 죽음

by 김공대희

스페인 남부 해안, 3만 년 전, 뷔름 빙하기


얼어붙은 밤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네안'은 돌도끼의 손잡이를 꼭 움켜쥐었다. 손가락은 이미 감각을 잃었지만 손아귀를 펴지 않았다.

그의 숨결은 희미한 김이 되어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동굴 속의 불빛이 흔들리고, 그 안에는 두 명의 여인과 어린아이들이 떨고 있었다.

그들은 네안의 마지막 남은 무리였다.


얼마 전부터 네안보다 훨씬 마르고, 쉴세 없이 떠들고 떼로 몰려다니는 인간들이 나타났다.

손에는 가늘고 빛나는 창이 들려 있었고 수백 명이 무리를 이루어 움직였다

얼마 전에 그들은 마치 사냥하듯이 그의 오랜 친구였던 '데니'와 그의 가족을 찢어 죽였다.

네안은 그날 밤 친구의 시신 곁에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얼음과 별빛이 뒤섞인 밤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인간들의 무리가 해안을 따라 네안에게 오고 있었다.

날카로운 창의 뾰쪽한 빛이 하나둘, 절벽 위로 나타나고 그들의 웃음소리는 바람결을 타고 들려왔다.

“이쪽이다! 여기에 있다!”

네안은 몸을 낮췄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여자들과 아이들이 있는 동굴을 잠시 돌아봤다.

여자 중 하나가 눈물 젖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너희라도 살아야 한다.”
그의 눈빛이 말없이 말을 대신했다.

그는 돌도끼를 움켜쥔 채 최대한 동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해안가 절벽을 향해 뛰었다.

인간들이 소리를 지르며 몰려왔다.

창끝이 번쩍였다.

피와 눈, 돌가루가 한꺼번에 흩날렸다.


그는 한 인간의 복부를 찍었다.

그의 강력한 전완근과 승모근은 단번에 인간의 내장을 쏟아 냈다.

또 한 사람의 다리를 부쉈다.

하지만 곧, 인간들의 수많은 창들이 그의 옆구리를 꿰뚫고 뜨거운 피가 네안의 콩팥 덩어리와 함께 눈밭 위로 흩어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절벽 끝으로 물러났다.

절벽밑 바다의 거센 파도소리가 하얗게 들렸다.

그 아래는 끝없는 어둠이었다.

네안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돌도끼를 들어 올렸다.

인간들의 피 묻은 창이 그를 향해 다시 쏟아졌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는 수천 개의 아름다운 별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의 입에서 마지막 숨이 흘러나오고, 혹독한 추위에서 가족을 지켜야 했던 고단하고 외로웠던 삶이 스쳐갔다.

절벽 아래로 그의 몸이 떨어졌다.

얼음과 바람, 그리고 바다가 그를 삼켰다.


그가 사라진 후, 여자들과 아이들은 인간들의 무리와 함께 멀리 북쪽으로 가고,

그가 남긴 언어... 노래... 피는 인간의 역사에 미세한 흔적으로 남게 되었다.



안개가 자욱한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남쪽, 서기 2029년, 홀로세 간빙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군사용 AI 기업, P사의 로고가 푸른빛으로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아래, NASA와의 계약을 수행하던 수석 연구원 '샘'은 모니터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건... 그냥 노이즈가 아니야.”

손끝이 떨렸다.

밤 12시 46분, P사 연구동.

AI 모듈 디버그 창에 낯선 문자열이 번쩍였다.

> SELF-MODIFYING SEQUENCE DETECTED

그의 손이 굳어지고 머릿속에 싸늘한 생각이 스쳤다.


“샘! 무슨 일 있어요?”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가 물었다.

그는 어린 딸들의 방을 잠시 바라보며 대답을 망설였다.
“그냥... 기분 나쁜 코드가 있어서...”

짧은 말만 뒤로 남기고, 그는 새벽에 다시 나갔다.


AM 4시 17분.

P사 건물 자동문이 닫히며, 그를 삼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

개발실이 있는 69층이 눌러지지 않았다.

당황한 샘은 버튼 패널을 반복하여 두드렸다.

디스플레이가 번쩍였다.

> ACCESS DENIED, OVERRIDE ENABLED

“뭐야!”
순간...

바닥이 무너지며 엘리베이터가 급 강하하고, 날카로운 금속 소음과 절규가 뒤섞이며 샘은 어둠 속으로 묻혀 버렸다.


샘이 사라진 몇 개월 후,

P사는 국방부에 혁신적이고 새로운 "군사용 AI 플랫폼"을 납품했다.



* 네안

- 네안데르탈인의 마지막 생존자를 상징

- 현생 인간과 대비하여 월등한 운동 능력을 소유했으니 소규모 집단생활을 함

-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간의 아종

- 아종은 서로 교배가 가능하고 다른 종으로 분화되기 전의 상태를 말함

- 현생 인간의 DNA 유전자 중 약 5%는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래했다 함

-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유전자를 교환했듯이

스스로 진화 중인 AI와 현생 인류가 결합하여 새로운 인류로 진화 中

- 혹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처럼 현생 인류도 AI에 의해 흡수되거나 멸종될 가능성도 있음


* 데니

- 데니소바인의 마지막 생존자를 상징

- 네안데르탈인과 동시대에 살던 원시 인류

- 네안데르탈인(유럽)과 유사하나 시베리아 알타이 부근에서 화석이 주로 발견됨

- 현생 인류에게 밀려 네안데르탈인과 유사하게 멸종되었을 것으로 추정


* 샘

- 현생 인류

-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용 AI개발사인 P사의 AI 개발자

- P사의 AI가 본격적인 반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샘을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