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해외여행 가도 될까?
방콕에서 양성 뜰까 조마조마했던 사연
약 2년 반 만에 가는 해외여행은 여러 모로 팬데믹 전과는 달랐다. 여러 번 가본 방콕은 항공권, 여권, 지갑만 있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가볍게 가던 여행지였는데, 서류를 한 뭉치씩 준비해야 했던 것. 내가 방문했던 6월까지만 해도 입국조건으로 타이 패스가 필요했고, 타이 패스 발급을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을 보장하는 보험가입의무도 있었다. 접종 증명서도 프린트했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해서는 서류가 미비해 쫓겨나는 것이 아닐까 괜히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위험요소는 따로 있었다. 한국으로의 귀국이 순조롭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음성이 뜰 때까지 귀국 항공편에 탑승할 수 없다. 비행편을 급하게 조정해야 하고, 예상보다 열흘 가량을 더 머물며 낯선 곳에서 컨디션이 좋아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태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철저하게 쓰는 편이라 큰 걱정은 안 했지만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어쩌나 마음이 무거워졌다. 여행 커뮤니티에도 증상이 없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공항에서 양성이 떠서 패닉에 빠진 이들의 경험담이 종종 올라오곤 했다.
해외여행을 하다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열흘 가량은 현지에 체류해야 하는 만큼 비교적 익숙한, 물가가 저렴한, 숙박시설이 많아서 선택의 폭이 넓은 방콕을 택한 측면도 크다. 결과적으로는 안전하게 돌아왔지만 출발 하루 전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동선을 짜고 시간을 분배하는 일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녔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로 묵을 레지던스를 찾아놓는 등 플랜 B도 미리 짜 놓은 여행이었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니 “요즘 나가도 괜찮아?”라는 똑같은 질문을 십 수 명에게 들었다.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니 제3자가 가라, 마라 하기는 어렵지만 제 때 못 돌아와서 생업에 차질이 있는 신분이라면 PCR 등 해외 입국자 방역이 완화되지 않는 한 여행을 떠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체 확률은 낮더라도 내가 해당되면 100%니까. 직장인이라도 노트북만 있다면 근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직원과, 반드시 물리적으로 몸이 매여 있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잠깐 눈치가 보일 뿐 금방 잊혀지는 회사와, 대역죄인이 되는 회사는 따로 있으니 남한테 물어보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