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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김현영 Jul 11. 2021

당신들의 룸살롱 경험담을 집어치우고 해야 할 일

한겨레 세상읽기, 2021.7.6

이번에 쓴 한겨레 칼럼 댓글에 실시간으로 쌍욕이 달리는 걸 봤다. 쌍시옷이 들어간 욕설들은 작성되자마자 곧 지워졌다. 댓글의 성비는 남자가 압도적이었고 그 중에서 40대 남자들이 많았다. '당신들'이라는 호명에 딱 들어맞는 집단이 호응을 한 글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앞으로 무슨 얘기가 더 필요한지를 아주 잘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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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의 승리(31·이승현)는 29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 등 총 9개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군검찰은 지난 1일 징역 5년과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 승리 쪽 변호사는 성매매 알선은 버닝썬 지주회사 유리홀딩스의 공동 대표 유인석이 단독으로 저지른 일이라며 자신은 성매매를 알선할 동기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승리는 ‘매춘 여성을 준비하라’는 유인석의 지시와 ‘잘 주는 여자’를 섭외하라는 자신의 주문은 성격이 다르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핵심은 승리와 유인석이 “클럽에 놀러온 여자”를 “매춘 여성”과 구분될 수 없도록 만든다는 데 있다. 버닝썬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잘 노는’, 그래서 ‘잘 주는’ 여성의 몸이었다. 승리와 유인석은 자신들이 남자라면 누구나 욕망할 만한 성적 대상인 여성들을 얼마든지 섭외하고 공급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승리와 그의 친구들에게 파티에 초대된 여자, 클럽에 입장한 여자, 접대에 동원된 여자는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교환되는 존재로 묘사되며, 이 여성들은 모두 예외 없이 대체가능한 일회용 존재로 취급된다. 이들이 여성과의 관계에서 사용하는 서술어는 다음과 같다. 주다, 받다, 꽂다, 먹다. 이런 상황에서 잘 주는 여자를 섭외하라는 말과 매춘 여성을 준비하라는 말은 대체 어떤 차이를 가지는가.


버닝썬 사태의 핵심은 강남의 대형 유흥업소들이 여성의 몸을 담보로 자본을 축적하는 동시에 합법적 착취와 불법적 폭력을 휘두르며 여성을 협박하는 성별화된 성경제의 공간을 만들어냈음에도 관련된 당사자들이 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게 합리화의 기술을 발달시켰다는 점에 있다.


레이딧크레딧 표지


 <레이디 크레딧>의 저자 김주희는 “성매매 업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만약 누군가 룸살롱 불패 신화를 믿고 성매매 업소를 창업하겠다고 결심하면 그는 자본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임대료가 매우 비싼 강남 한복판에서 전직 조직폭력배 ㄱ씨는 어떻게 해서 자기자본금 없이 강남에 다섯개 이상의 룸살롱을 차릴 수 있었을까를 묻는다. ㄱ씨는 강남 유흥업소 특화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ㅈ저축은행에서 성판매 여성들의 선불금 관련 서류를 근거로 대출을 받았다. ㅈ저축은행의 상품이 나오기 직전에는 여성전용대출상품이 선불금의 금융경제 편입을 견인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는 35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신용카드 대란을 겪었다는 걸 상기해보자. 무차별적인 신용 대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던 바로 그 시점에 젊은 여성들을 위한 무담보 무자격 여성전용대출상품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판매되기 시작한다. 



당시 여성전용대출상품은 오직 젊은 여성이기만 하면 대출이 가능했다. 이런 상품이 어떻게 개발되고 판매될 수 있었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젊은 여성들이 성판매를 통해 대출상환을 할 수 있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김주희는 ㅈ저축은행 부실 대출 관련 판결문을 분석하며 무차별적 대출이 합법적 대출의 양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매춘 여성’의 예속을 보장하고 이동을 실행시키는 도구였던 선불금에 대한 채권이 은행이 처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는 하나의 합리적 수단으로 취급되었다는 점을 포착해낸다. 이 합리화 과정에서 성매매 업주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게 되고, 여성전용대출상품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몸을 팔 수 있다고 간주되는 젊은 여성들은 모두 잠재적인 성판매자가 된다. 그러므로 김주희의 지적대로 이러한 사회의 매춘화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뒤로한 채 성매매 문제를 알선자와 구매자의 문제로만 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문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여성들이 ‘탈성매매’ 후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가정되는 사회의 구성 양식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면, 단편적인 해법만 제기할 뿐 사회적 의미의 ‘탈성매매’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자들이 만든 세계의 민낯을 쏙 빼고 여자 연예인부터 정치인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출신’에 대해 뒷담화나 하고 있을 때인가. 쩜오가 어쩌고 성형이 어쩌고 하는 당신들의 룸살롱 경험담을 집어치우고 지금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어떻게 탈성매매할 것인가를 논해야 할 때라는 말이다.


권김현영, 당신들의 룸살롱경험담을 집어치우고 해야할 일, 한겨레 세상읽기, 202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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