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1
그동안 주로 철학책 발간을 생각하면서 연재를 해왔었습니다.
앞으로는 <일어나는 이야기> 집필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나
책에 주장한 내용에 대해 보완해서 설명하고 싶은 부분
또는 영향받은 이론들과 참고문헌들에 대한 내용 등
발간한 책과 관련해서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책을 만들면서 여러 고비들이 있었지만
책 내용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로 책 표지 만들기였습니다.
많이들 사용하는 포토샵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연한 상태에서 처음 생각한 스타일은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처럼
단순하면서도 포인트가 있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초보자니까 단순하게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그 생각이 어리석은 착각이라는 것을 아는데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뭔가 살짝 포인트만 바꾸면 괜찮은 표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전문 디자이너의 그 미묘한 감각을 감각 없는 초짜가 따라갈 수 없었어요.
얄미운 것은 '조금만 바꾸면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미련이 남아서
한참을 붙들고 씨름하게 한다는 겁니다.
이런 비슷한 표지들을 일주일 가까이 만들다가 가족들의 반응을 보고 미련을 접게 되었죠.
단순한 게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난 다음에는 책 내용과 어울리는 이미지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연결망'나 '물결' 같은 검색어로 이미지들을 몇 개 찾았는데
이미지를 배경으로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림을 잘 다루지 못하니까 제가 원하는 부분만 따거나 바꾸지 못해서
할 수 있는 것은 크기를 조정하거나 흐릿하게 만들거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이거 가지고도 며칠은 이랬다 저랬다 씨름했습니다.
역시 퇴짜 맞고 다시 여러 책들 표지를 존경의 눈으로 보던 중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노란 색감과 검은 제목 그리고 흰색 배경그림의 조화가 인상적이었어요.
흰색 한자 역할을 할 그림만 만들면 이 느낌을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표지와 내지에 들어가는 그림들을 다루면서 디자인할 때
'투명한 이미지'가 쓸모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투명한 이미지는 뒤에 있는 배경을 가로막지 않는 그림입니다.
이 영상에서는 포토샵으로 싸인을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요
모든 그림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계가 분명하고 배경이 단순한 그림은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방법으로 픽사베이에서 찾은 아래 그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이미지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가족 심사위원들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표지를 만들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