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국경이 막힌 것이나 다름 없으니 비행기는 주기장에 발이 묶였고 해외여행 상품을 팔아서 영업을 하는 여행사들은 말 그대로 셧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 없이 여행업과 단절되었지만 언젠가 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하게 될 지 모르는 지금. 여행밥을 먹으며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셀트리온이 치료제를 만들었다고 하니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한편으로는... 변수와 리스크가 이렇게 큰 업종에 다시 돌아가야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여행업만큼 부침이 심한 업종도 아마 없을겁니다.
하지만 여행업은 여행업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박봉에도 일하게 하는 그 어떤 것이 있죠. 박봉 이야기는 이후에 다시 할게요~
2020년 2월부터 슬슬 나오던 우한 발 바이러스 이야기가 이렇게 심각해져서 업계 하나를 박살낼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여행사 사람들 조차도 4월까지는 이 사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이미 여행업계 사람들에게는 메르스와 사스 사태를 겪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특정 지역을 다루는 몇몇 여행사와 랜드사가 문을 닫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지난 메르스나 사스 사태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WHO는 펜데믹을 선포했고 당시 펜데믹이 뭐야? 라고 할 정도로 유례없는 사태였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끔찍한 바이러스는 유럽을 휩쓸고 북미 대륙을 초토화시켰으며 전 세계를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죽었고 그 끔찍한 죽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사태가 시작된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제서야 백신이 개발되고 있고 그와중에 남아공과 영국에서는 전파력이 더 빠른 변종 코로나가 나타나서 국경을 또다시 닫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자 뉴스에 셀트리온이 치료제 승인을 받을거고 임직원들 주식 매매 금지 공지가 올라왔다고 하네요. 이게 부디 희망적으로 진행이 되기를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을겁니다.
조금만 버티면 괜찮아지겠지 희망회로를 돌리던 사람들은 지치지 않는 코로나19의 확산세에 코로나 블루에 빠져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타의에 의해서 일을 멈춰야 했습니다.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이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벗는 일상은 이제 없어졌으니까요.
바글바글한 번화가 거리, 관객으로 꽉 찬 공연장과 경기장, 와글와글 활기찬 학교...
그리고 비행기 이티켓을 손에 쥐고 캐리어를 끌고 온 사람들의 흥분으로 가득한 공항.
굉장히 오래 전 일인 것 같네요.
출처 뉴스1
최근까지 제가 담당하던 중남미 지역은 3월까지가 성수기입니다. 각 나라별로 여행하기 좋은 날씨가 있는데 우유니 소금사막이 포함된 중남미 상품은 대부분 10월말부터 3월말까지 운영을 합니다.
1, 2월은 성수기 답게 매우 바빴습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열심히 여행을 다니는 열정적인 우리나라 사람들 덕분에 밤낮이 뒤바뀐 채로 살았습니다. (시차가 거의 반대입니다)
그렇게 시즌 마감이 한달정도 남은 시점.
우한 발 코로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별 문제 없겠지 했던 것과 달리 바이러스의 확산속도는 어마어마 했고 각 나라의 국경은 빠르게 닫혔습니다.
2~3월에 여행을 예약해서 떠난 손님들은 실시간으로 막히는 국경에 현지에서 발이 묶였고 모든 여행사들이 귀국하지 못한 손님들 송환 작전에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유퀴즈에 어떤 여행사 사장님이 나오셔서 당시 상황이 긴박해지자 자비를 털어서 손님들을 귀환시키고 폐업하셨다는데 왜그러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이런 비상상황에는 추가비용은 손님이 내는 것이 맞는데 이후에 그 손님으로부터 돈은 받으셨나 모르겠네요.
그나마 여행 끝물에 돌아올 수 있는 손님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물론 항공 스케줄 변경을 해야 했기에 추가비용이 발생했고(중남미 구간 항공은 세그가 워낙 많기 때문에 변경수수료나 클래스 변경으로 인한 차액이 꽤 많이 발생하는 편입니다) 현지 일정이 늘어나는 경우 추가 체류비를 내야 했기에 손님들도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때 빠져나온 분들은 여행 다하고 나왔으니 다행이었죠.
더한 것은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페루에 발이 묶여서 마추픽추 구경은 커녕 리마에서 발 동동 구르며 집에 돌아올 수 있는지 안달복달한 여행객들 이었습니다. 전례없는 사태에 패키지 상품은 취소수수료가 어마어마해서 여행사마다 분쟁이 발생했고 소보원에 해명서 전달하기 바빴습니다. 3월 한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네요. 3월 중순 이후 출발 중남미상품 예약한 분들 엄청 손해보셨는데 그거 여행사에서 그 취소 수수료 다 먹은거 아닙니다. 임박한 취소라 현지랑 항공에서 거의 다 가져간거에요... 물론 여행사도 일부 핸들링차지 가져갔겠지만.
당시 예약되어있던 항공들이 자동으로 캔슬되어 중간구간이 붕 뜨는 일도 부지기수였으며 항공사 멋대로 예약된 비행기를 캔슬시켜버리고 일괄 다음날 비행기로 변경이 되어있거나 하는 일들이 수시로 발생했습니다. 큐방에 쌓이는 항공변경 내용 때문에 말그대로 담당자들은 돌기 직전의 상태가 되어갔고 저희 직원들 역시 어떡해요를 수백번 쯤 외쳤던 것 같습니다. 파리행 항공편이 같은 유럽이라며 로마로 바뀌어있을 정도였으니 말다했죠.
기 발권된 항공을 취소하고 환불을 받아야 하는데 당연히 항공사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한항공 대리점에는 몇백명의 환불객이 몰려서 줄을 섰고 통화대기는 두세시간이 기본이었으며 그나마도 국적기는 연락할 방법이라도 있지 외항사들은 연결이 아예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에로멕시코.... 잊지 않겠다!
매일 gds에 항공 무료 취소 코드가 올라오는지 확인해야 했고(항공사에서 항편을 취소하면 패널티 없이 환불진행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취소시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그나마도 처음엔 해주던 환불이 항공사들도 현찰확보가 어려워지자 크레딧으로 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난리통에 항공사가 파산할지도 모르고, 언제 사용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1년도 채 안되는 기한의 크레딧. 손님에게 설명하면 돌아오는건 대체 저걸 언제쓰라는 거냐며 내 돈 내놓으라는 욕밖에 없었죠. 그래도 어떡하나요. 저도 전달받은 대로 안내할 수 밖에.
그렇게 난리부르스를 하고 난 뒤 더이상 예약문의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습니다. 보통 3월 이후부터는 유럽, 동남아, 일본이 불티나게 팔리는 시점인데 문의도 예약도 0이었습니다. 할 일이 없어진 수많은 여행사들은 그간 정비하지 못한 홈페이지도 정리하고, 올려놨던 상품도 체크해보고 새로운 상품도 구상해보고 하면서 업무를 이어나갔죠.
항공 담당자들만 취소와 환불이 너무 많아서 계속 바빴습니다. 해외팀에 비해 매출액이 적어 별다른 빛을 못보던 국내팀이 바빠졌고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듣도 보도 못한 무급휴직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매출이 거의 없으니 당연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정부지원금이 나왔기에 얼마간은 버텼습니다만 그나마도 최대 189만원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도 뒤에 좀 더 할게요.
그렇게 관광 산업은 멈춰섰습니다. 그 이후엔 다들 아시죠? 이스타 항공이 무너지고 여행박사가 대표의 술기운에 쓴 공지사항과 함께 영업을 접었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랑 합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FSC는 저 둘이 경쟁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독점의 길을 열어주는 것에 대해 참... 할말하않입니다) 이런일들은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이 이야기들도 뒤에 더 할 수 있으면 해볼게요.
현재는 너무 슬프고 힘든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때가 되면 여행사 이야기를 한번 쯤 정리해보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