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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1급 정교사 자격연수

기간제교사도 1정 받을 수 있다

by 당근쥬스

지글지글 끓었던 2025 여름

서울지역 사서교사들의 2025학년도 하계 1급 정교사 자격연수가 공주대에서 열렸다.

사서교사의 1정 연수는 올해 공주대, 신라대, 경인교대, 대진대에서 열렸다.

공주대에는 서울, 충남, 전라, 강원, 제주지역의 교사들이, 대진대는 경기, 경인교대는 인천, 신라대는 충북, 경상 지역 사서교사들이 모인 것으로 들었다.


그런데 공주대랑 가까운 대전지역 샘들은 인원이 넘쳐서 신라대로 튕겨갔다는 이야기가........^^;;;

이번에 전남대에서 연수가 개설이 안되는 바람에 전라지역 샘들이 다 올라와서 이런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나 싶다.


공주대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문헌정보교육과가 있는 곳이고 해서 가장 크고, 많은 지역의 교사들을 모시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커리큘럼도 잘 짜여있었고, 그만큼 빡셌다... 연수들으면서 울고, 시험보고 또 울고 나온 1인...


사범대를 졸업하거나, 학부에서 교직이수를 하면 2급 정교사 자격이 발급된다.

이를 1급으로 승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석사 학위 취득

둘째. 교원 근무 경력 3년 이상 + 일정 자격 연수 이수


자격이 2급에서 1급으로 승급되면 호봉이 1호봉 오른다. (돈 문제는 중요하지)

하여 초등교사의 경우 대부분 교대 졸업 후 바로 임용이 되어 3년 근무 후 1정 연수에 오게 되니 20대 중, 후반대의 교사들이 많은데, 중등의 경우 다른 일을 하다가 학교로 오는 경우들이 잦아 딱히 젊은 선생님들만 1정 연수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사서교사의 경우 안뽑던 해는 몇 년간 채용 인원이 0명일 정도로 채용 규모가 중구난방이었고, 때문에 공공도서관이나 일반 기업체를 다니다가 학교로 진입하는 경우들이 많아 연령대가 높은편이었다.


예전에는 이 연수 성적이 교장감이나 장학사 승진 점수에 반영이 되어서 공립샘들이 앞줄에서 미친듯이 공부하고 사립샘들은 뒷줄에서 슬렁슬렁 공부했다던데 요즘은 pass/fail 제도로 바뀌고 점수 공개도 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미리 다녀온 샘들이 세상 좋아졌다면서 마구 부러워하셨다.


놀라운 사실은 2018년 이전까지는 기간제교사는 1급 자격연수를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기간제교사가 아무리 경력이 많고 능력치가 출중하다 하더라도 승급 연수를 받을 수 없는 것. 이런 말도 안되는 차별이 최근까지 있었다니.


2019년에 교원자격검정령 개정에 의해 기간제교사도 자격 승급이 가능해졌으니 정교사와 기간제교사의 차별대우가 사라진 것이 채 십년도 되지 않은 변화였다.


이번 연수에서도 강사진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정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듯한 발언들이 상당히 많았고-신규 교사 연수 때 다 들어보신 내용이죠? 라든가...- 실제로 기숙사에서 만난 여러 지역 선생님들이 '몇 년도 임용이냐'를 묻는 경우가 많아서 좀 곤란한 경우가 잦았다.


첨엔 '21년도요' 라고 대답했는데(21년에 첫 기간제를 시작했으니) 얘기하다보니 임용 합격을 언제 한 것인지 묻는 것이었음....


하긴, 2012년까지는 기간제교사는 호봉 상한이 있어 최대 호봉을 14호봉으로 동결해왔던 역사도 있었으니.... (교사 호봉은 40호봉까지)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가기 위한 여정이 내 경우엔 참으로 험난했다.

일단 나이를 꽤 먹은 채로 학교에 왔기 때문에 거의 뭐 만학도 수준이었고...


2년째 근무하고 있는 지금 학교는 사립학교인데 1정 연수는 이 학교 재직기간 3년 이상인 사람만 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기간제교사가 한 학교에 3년씩 재직하는 경우가 흔한 경우는 아니다. 물론 오래 계시는 샘들도 있지만 6개월, 1년단위로 옮기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법령상에 어느 학교든 전체 교사 경력이 3년이 넘으면 자격연수 대상자가 되는데 이 학교에 3년 재직한 사람이라는 규정은 이 학교 자체 규정인건가...? (이래도 됨?) 때문에 작년에 계셨던 기간제선생님 한 분이 학교랑 싸우다가 결국 올해 다른 학교로 가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립학교들은 정말 이런 때 보면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공립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정 대상자라고 하면 그냥 바로바로 보낸다고 한다. 인원이 넘쳐서 신청했는데 그 해에 못받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어도 학교에서 아예 신청도 안해주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케이스라던데. (사립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1정 못가게 하는게 말이 돼? 라고 함)


내 경우는 계약이 올해 12월에 끊기는 상황이라 교장선생님께 부탁드려서 연수 허가를 받았다. 교장선생님도 이사진을 설득해야될 명분이 필요하다고 하시던데 내 덕분에 어부지리로 올해 다른 기간제샘도 1정을 가게 됨. ㅋ


근데 당연히 가야하는 연수고 학교는 교사가 원하먼 보내줘야하는게 당연하다고 다들 이야기함...


근데 공주대 가서 보니 계약기간이 6개월인 샘들도 많이 와계시드만.....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사립학교의 규정이다.

4년차 교사가 되면 이제 학교 돌아가는 것도 좀 알고 어버버거리던 일도 어느정도 눈에 들어오고 그 와중에 애들이랑 교사들이랑 치대고 여기저기 터지고 물리고 하다보면 교직이 내 길이 맞나 싶어진다.


딱 그런 시기에 1정 연수를 받으면 초심을 다잡고 내 능력치를 업데이트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번 연수는 나에게는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난 교원 자격을 딴지 꽤 오래되었고 사기업에 있다가 학교로 온 경우라 뭔가 일은 잘 하는데 2프로 부족한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채로 근무한지 4년차가 넘어가던 중이었다.


1정 연수를 통해 2022 교육과정도 다 훑어보고, 직무관련 토론, 실습들을 하면서 능력치도 업데이트 하고, 여러지역 선생님들과 나눈 고충과 업무팁들을 얻게되니 뭔가 이제 좀 더 나은 교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연수가 이제 마지막이라니 끝나는 날에는 아쉽기까지 했다. 주기별로 계속계속 집합연수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ㅎㅎ


물론 3주간의 연수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1주는 비대면 2주는 공주대 집합연수여서 집을 떠나 2주간 기숙사 생활을 했다.


비대면 연수는 매일 9시에 시작해서 5시반에 시간을 꽉꽉 채워 끝내줬고, 잠시라도 카메라에 얼굴이 사라지면 득달같이 조교들한테 연락이 왔다. 대면연수 역시 시간을 채워서 진행되었고, 강의마다 시험 문제가 6개씩 배정되어있다 보니 딴생각 할 시간도 없었다. 끝나면 도서관에 모여서 스터디하고 12시까지 기숙사 책상에서 공부하다 잠든 시간들이었다.


연수기간 내내 죽다 살아나긴 했지만.. 시험도 생각보다 진짜 못봤지만... 오랜만에 쌤들이랑 스터디하면서 공부하며 머리를 굴려보니 기분이 참 좋았다. 역시 사람은 계속 공부하는 존재여야해!


1정연수가 이렇게 힘이드니 각 지역에서 선생님들이 응원을 오시고 지역별 선물들이 쏟아졌다. 덕분에 많이 먹어서 엉덩이만 커졌다.


학교로 돌아오니 다들 고생했다고 해주시고, 이제 1급이네~ 라며 축하도 해주셨다.


이제 나도 2급 아니고 '1급 사서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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