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속상하고, 경제적 타격까지로 이어지는 것은 보장되지 않는 계약 기간이다.
기간제 라는 것이 원래 기간의 유한을 정한 근로자를 지칭하는 것이니 근무기간의 한정은 감안하지만 희한한 계약기간이나 계약의 독소조항 때문에 불편한 경우가 생기는 일이 상당히 많다. (독소조항은 뒤에 설명합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소위 '꼼수복직'이라 일컫는 퐁당퐁당 복직&휴직 대체 기간제 자리에 가는 경우다. 예를들면 정규교원이 휴직을 신청할 때 출산휴가 90일을 10월-12월로 신청하고 겨울방학 2개월 동안 복직한 뒤 육아휴직을 3월부터 신청하는 것.
출산휴가 사용 후 육아휴직 사용 예정 이라는 공고를 보면 '10월부터 쭉 계약하는건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가보면 겨울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쪼개기로 계약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리고 질병, 간병휴직 사용시 진단서를 저렇게 띄엄띄엄 끊어서 쓰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병이 겨울방학 기간에만 낫냐는 소리가 나올까.
이를 방지하고자 각 교육청들에서는 학기 단위 휴직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말 그대로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정규교원들이 휴직은 내 권리라 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일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모 교과 기간제 선생님이 10월-12월, 3월-12월, 그리고 또 3-12월 계약을 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계약 당사자가 동의한 것 아니냐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기간제교사 입장에서는 자리는 한정적이고, 그간 아이들과 든 정이 있고, 학교가 바뀌는 것&새로운 학교를 구하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부당한 계약기간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의 휴직은 출산&육아휴직, 질병휴직, 가사휴직, 유학휴직, 자율연수휴직, 동반휴직, 난임휴직 등이 있다.
기간제교사 입장에서는 이런 휴직 대체 자리보다 한시적 교과 운영자리, 그리고 정원 외 기간제교사 자리가 더 좋다. 이 자리들은 몇년씩 자리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서교사의 경우 한시적 교과운영 자리는 없고 휴직 대체 또는 정원 외 기간제(경기, 인천에서만 시행 중) 자리가 대부분이다.
나는 거주지가 서울이라 정원 외 사업 시행지가 아니어서 대부분 휴직대체 자리에서 근무했다. 그간 운이 좋았는지 연단위로 계약을 해서 경력 공백이 없었는데 올해 계약은 12월 31일부로 종료가 된다.
현재 근무하는 자리는 동반휴직 자리인데 정규교사 배우자의 파견이 12월 31일까지여서 휴직도 이날짜로 종료라는 것을 작년에 채용이 되면서 알았다.
어차피 1년은 온전한 계약이니까 내년에 생각하자, 했는데 그 내년이 와버렸고 관리자샘들이 백방으로 방법을 찾았지만 두 달의 청원휴가를 만들어낼 수가 없어서(휴직사유로 쓸 것이 없었다. 정규교원은 겨울방학 복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방법이 없었다) 결국 계약 종료일이 12월 31일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교감선생님이 작년 말부터 '정말 미안하지만 연장을 해줄수 있겠느냐'고 매일 찾아와 부탁을 하셨던...
이 경우 나에게 발생하는 문제는
1. 돈문제
1, 2월 두달치의 급여+1월에 몰려있는 명절상여금, 정근수당이 거의 천만원에 육박하는데 계약종료로 받을 수 없다. 게다가 2개월의 경력공백이 생겨 1호봉 손해를 보게된다. 1호봉은 작아 보이지만 누적되면 굉장히 큰 금액으로 변한다.
2. 생활기록부 작성 문제
보통 겨울방학 동안 생기부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2학기 종료와 동시에 계약이 종료되면 학기중에 생기부를 다 써놔야한다. 생기부는 학생들을 지도한 사람이 쓰는 것이 원칙이라 내가 다 못쓰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3. 아이들과의 문제
학사일정은 2월 28일에 종료된다. 나는 올해 떠나니 2월에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내가 없다. 그간 내가 싫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나를 좋아하던 아이들은 속이 상할터.
2월에 떠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을 아이들도 안다. 그래서 보통 봄방학 전 1주일 등교기간에 아이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아마 올해 나는 인사없이 그냥 떠나야 될 것 같다. 겨울방학식이 12월 31일이니.
이렇게 중간에 뚝 잘려 나가는 경우는 처음이라... 아이들에게 미리 인사를 해야하는건가. 애들이 나 짤렸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기간제교사의 계약서에는 '사유소멸로 교원이 소속교로 복직하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이 꼭 들어가있다. 이 때문에 기가막힌 상황이 벌어진 적도 있다.
정규 교원이 1년의 간병휴직(현재는 가사휴직으로 명칭이 변경된듯)을 써서 부모님 간병을 시작했고, 해당기간 근무할 기간제교사가 채용되었다. 그런데 간병 대상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정규교원은 휴직사유 소멸로 강제 복직을 해야 했고 계약서 조항에 따라 기간제교사는 계약이 종료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전교조, 기간제교사노조 등에서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 내 과원을 인정하라', '기간제교사의 근로기간 보장을 위한 단기 청원휴직을 신설하라'고 하는 것이다.
위에 사례로 든 꼼수복직이 발생할 때 정규교원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남은 휴직이 없는데 어떡하냐'이다. 실제로 휴직을 다 써서 더이상 쓸 휴직이 없는 경우들이 많다.
교육부에서는 학교당 교사의 정원을 정해두고 있기에 과원교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휴직사유 소멸+잔여휴가가 없어서 복직하는 교사가 생기면 기간제교사는 과원이 되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
많은 정규교원들은 꼼수복직을 원치않기 때문에 단기휴직을 쓰고 싶어하는데 해당 사유의 휴직이 없어서 쓰지 못한다.
이는 한시적 과원 인정과 기간제교사 근로기간 보장을 위한 단기 청원휴직의 신설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도!! 이 조항을 만들지 않는다. 조항 신설이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간제교사들의 몫이다.
예전에는 기간제교사가 별로 없었지만 현재는 학생수 급감으로 심한 경우 기간제교사들이 한 학교의 절반을 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왜 기간제교사의 학기 단위 근무 보장이 법제화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아이들은 계속 줄어들고 학교들도 줄어들고있다. 이미 정규교원의 과원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정규교원 채용은 줄고있다. 결국 정규교원보다 기간제교원이 많아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근무기간 보장, 그러니까 학기단위, 년단위의 계약기간 보장이 법제화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