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던 며칠 전, 생일을 맞이했다.
생일날만 되면 늘 태풍 아니면 폭우가 오는 9월 초 생의 설움은 비슷한 시기 출생자들만 알듯.
어린시절부터 생일파티를 할라치면 비바람 속에 친구들이 다 젖어 만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엄마는 내 성질이 지랄맞아서 생일마다 조용히 지나가는 날씨가 없다고 하셨고.
웃긴건 조카녀석이 '어떻게 이모 생일엔 맨날 비가 많이 와??' 라고 함...(해가 쨍한 날도 있었어!)
결혼을 한 뒤부터 생일마다 좋은 식당을 예약했다. 소위 파인다이닝 이라는 곳이거나 호텔 레스토랑 등등. 특별한 날이니 좋은데서 분위기도 내고 좋은 음식도 먹자 하는 생각이었고 생일이라는 것이 평생 챙겨봐야 100번이나 챙길 수 있겠나 싶은 생각도 있었기에.
멋진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들을 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생일 식사 한 번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비싸고 좋은 레스토랑에 가는 것 보다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 맛집에 가는 것으로 루틴을 바꾸었다.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해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집에 와서 케이크를 놓고 축하하는 패턴으로 생일 축하 문화를 바꿨다.
이번 생일 역시 지인에게 맛집이라고 추천받은 곳을 가기로 하고 남편과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을 했다. 그런데 주인 내외가 시에스타 시간에 부부 싸움을 한 것인지, 성질나는 일이 있었는지 주방에서 우리에게 다 들리게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었던 것. 그 성질은 우릴 향했고 툭툭 던지는 말투에 불쾌함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면 보통은 그냥 나가서 다른 가게를 찾았겠지만 시시각각으로 먹구름이 몰려와 부슬비가 곧 폭우로 변할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얼마나 맛집이길래 줄까지 선다는지 먹어나보자.' 라는 마음으로 메인 메뉴를 시켰다. 그런데 이 가게를 추천한 지인이 원망스러워질 정도로 음식이 별로였다.
음식도 별로, 주인내외의 짜증도 별로, 칭찬일색의 리뷰를 써놓은 거짓말쟁이 리뷰어들도 별로, 이 가게를 와보겠다 네이버 찜 리스트에 저장해놓은 나도 별로, 모든게 다 별로라 화가났다.
나중에 리뷰를 샅샅이 살펴보니 가게에 대한 불만들이 꽤 있었다.
대충 훑어보고 자세히 안 본 내 잘못이다.
아... 망한 내 생일 어떡해.
사람들이 식당에 갈 때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것임을 기대하고 간다. 적당한 환대와 그 가게에서 자신있게 내놓는 맛있는 음식 등등.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대부분의 식당들이 친절했고, 내가 예상했던 음식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니 생일날 맛집 탐방을 가자!가 몇 년간 문제없이 진행되었겠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생일이나 여러 기념일들이 대단히 특별한 날이라서 비싸거나 고급 식당에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좋은 날에 좋은 기분을 만끽하고 행여 있을 위와 같은 불미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비용을 좀 더 내더라도 기본 +@의 서비스가 균일하게 보장되는 곳에 가는 것이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파인 레스토랑들이나 호텔 레스토랑들은 중요한 날의 주인공과 손님들의 기분을 즐겁게 할 가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성 담긴 음식을 제공하고 손님이 만족할만한 친절한 서비스를 할 직원들을 채용한다.
그동안은 운이 좋아 대충 찾아다녀도 기본적인 서비스를 받았던 것이었는데 이게 기본이 아니었나보다.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는 무조건! 기념일이나 생일 등의 중요한 날들에는 중요한 날에 걸맞는 식당을 예약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중요한 날에 소중한 사람과 기분상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