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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가족에 대처하는 직장인의 자세

by 당근쥬스

오너 가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오너 가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나라의 유명한 기업들 중 대부분은 3세, 4세 경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만 하더라도 이병철 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으로 진행되고 있죠. 한동안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진그룹의 경우 상속과 관련해 다사다난했던 지난 기간을 지나 현재 조중훈 회장 - 조양호 회장 - 조원태 회장의 체제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힘들게 일궈온 회사를 외부에 맡기기보다는 내가 일구어 온 기업을 내 가족에게 승계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경영구조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도 가족경영이 빈번한 이유가 바로 '사람을 못 믿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많은 비율로 '가족 기업'의 형태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이유가 기승전 '자금'의 문제 때문입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일반 직원에게 회사의 자금 흐름을 다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되는지는 '견물생심: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이라는 사자성어를 대입해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정말 극소수의 사례이긴 하지만 '자금 담당 직원이 횡령을 해서 처벌을 받았다' 라는 뉴스가 심심찮게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을 보면 아주 틀린말은 아닌가봅니다.


(사실 주식회사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면 회사는 대표이사의 것만은 아닙니다.)


12년의 학창시절을 전부 투입해서 어렵게 대입시험을 통과해서 4년동안 학점 전쟁을 치르고 난 뒤 좁디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여 직장인이 된 여러분의 앞에, 오너 일가가 입사 1~2년만에 부장 또는 임원을 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심각한 회사생활의 리스크로 대두된 것은 밀레니엄의 바람이 넘실대던 그 시점부터가 아닌가 합니다.


장수기업이라 불리는 회사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창업을 한 시기는 아래의 표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1938년 1월, SK그룹 39년, LG ,47년, 한화 52년 등 이렇게 오래 된 기업들을 제외하면 1000대 상장사 평균 수명연령은 36세로 95년도부터 99년사이에 설립된 회사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출처 : 금융경제신문


이 경우 평균에 입각하여 가정을 해본다면 오너가 회사를 30살에 창립하여 상장사 설립년도 기준으로 평균치를 대입했을 때 2020년 현재 오너의 나이가 66세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기업들이나 신생기업의 빠른 성장이나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평균으로 보았을 때 이 시점에 가업 승계가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95년에 창립한 회사의 오너의 자식들이 그 당시 10대 였다고 가정한다면 충분히 성장하여서 2020년 시점에 회사의 핵심 인물로 등판을 했거나, 그 전후의 절차를 밟고 있을 수 있다는 상황이 예측됩니다.


실제로도 많은 2세 경영으로의 전환이 매 경제면의 인기 기사로 랭크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 2세들의 스펙을 낱낱이 공개한다거나, 어떤 부서에 어떤 위치로 역할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기사들은 떴다 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2세든 3세든지 간에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 오너일가들과 같이 회사생활을 하고 있을 확률이 굉장히 크다는 것입니다.


오너 일가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식들에게 경영승계 과정을 진행합니다.


1. 사원으로 입사를 시켜서 기업 문화를 어느 정도 체험 후 고속 승진의 절차를 밟게하는 경우 -> 대부분의 오너 자제들은 해외파이거나, 고퀄리티 교육을 이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펙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때문에 본인의 입장을 감추고 몰래 입사가 가능합니다.

2. 핵심보직의 차, 부장급으로 입사시켜서 일단 존재감을 드러내게 하는 경우

3. 임원으로 다이렉트 입사 후 회사 경영전반에 손을 대도록 하는 경우.


실제 경영권이 다음 세대로 승계되는 부분은 굉장히 많은 법적, 자금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논외로하고, 회사생활에서 이들을 마주했을 때의 처세에 대해서만 얘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바로 임원으로 입사하는 것은 대규모 기업에서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3번은 많이 없다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장님, 회장님들이(특히 중견기업 이상의 회사인 경우) 자제들을 갑자기 임원으로 입사시킨다거나 굉장한 중책을 맡는 자리의 부장급으로 앉힌다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내의 여론도 신경쓰이고 주주들의 반응도 신경쓰이고 당장 본인의 자식들이 얼마나 경영 전반에서 만족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예측이 안되는 상황이니까요.


일단 위에 나열한 두가지 경우를 살펴볼까요?


1. 블라인드 입사를 시켜서 일반직원인 척 회사를 다니게 하는 경우


이 경우 오너일가의 입장을 떠나서 적나라한 회사생활을 파악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직원(오너일가)을 갈군 선임에겐 가시밭길의 회사 생활을 선사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겠죠.


몇 년 전에 다니던 회사에 이런 경우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도 그 신입사원이이 사장님의 아들인 걸 몰랐는데(인사팀만 아는 상황, 비밀 유지 지시를 받았다고 함) 이 분 사회생활 레벨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외국 생활이 굉장히 오래되었고, 한국 기업에 대한 준비가 완전히 미비했던 탓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예상 외로 고문관으로 찍힌 덕분에 신나게 사수에게 깨졌고, 엄청나게 갈굼을 당했죠. 5개월 채 못버티고 퇴사 처리한 후 자회사 임원으로 재입사를 했고 그 소식을 들은 신나게 갈군 사수는 몇 년간 짤릴까봐 전전긍긍해서 탈모가 왔다고 합니다.


2. 회사의 중심부서 차, 부장급으로 입사하는 경우


회사에서 중추역할을 하는 부서는 기획, 영업, 마케팅 부서들입니다. 오너 일가들은 대부분 기획이나 마케팅쪽으로 많이 와요.(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껏 오너 일가가 물류나 생산, IT 보직으로 입사했다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네요. 혹시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입사 후 일정기간 동안 업무를 한 뒤 임원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이 때 이 오너일가 배정된 부서 사람들은 이 사람이 임원이 되기까지 두 갈래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오너 일가가 배치된 부서이기 때문에 일단 부서에 지원이 빵빵하게 와요. 그리고 오너의 최측근이 부서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됩니다.


이 경우 이사람이 임원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해당 부서의 전 직원은 이 오너일가의 승진(?)전까지 전담 비서팀이 되게 됩니다. 차후 승진이 완료되면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여 해당 부서가 승진 특급열차를 타는 경우도 많죠.



그럼 우리같은 일반 직장인은 이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1. 오너일가가 자신을 평범하게 대해달라고 하면 일단 못들은 척 합니다.


오너일가의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과는 완전 다른사람입니다. 이미 부모님이 회사 오너고 당신들이 우리 엄빠가 주는 월급을 받고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란 것을 아주 잘 알고있어요.


아무리 본인들이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본인이 이 위치에 있는 동안 당신들과 동등하게 대해달라고 말을한다 한들 귓등으로 듣고 오너 자제 대접을 해주면 됩니다. 왜냐구요? 위로 올라가서 당신들이 회사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두고두고 기억하니까요.


오너 일가들은 회사에서 퇴사도 없고 강등도 없고 좌천도 없습니다. 당신이 그 사람과 함께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보여준 태도가 그사람이 계속 당신을 인식하는 부분이 될거에요. 왜냐면 그 오너가족은 당신과 잠깐 같이 있었고 이제 당신이 족히 20년은 회사에서 굴러다녀야 올라갈 수 있는 부분에 이미 올라가 있을거거든요. 이말은 그사람이 올라가고 난 뒤에 당신과 마주할 일이 크게 없다는 말입니다. 있는 동안 잘 보이세요.


2. 그렇다고 바닥에 납작 엎드릴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이부분은 그사람들도 원하는 부분이 아니에요. 혹시라도 바짝 엎드려 기면 이사람 왜이래?라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당신을 굉장히 기회주의적 인간이라고 생각할거에요. 저사람은 간이랑 쓸개가 없는사람이다. 라고 취급당하고 싶진 않은거죠? 간혹 입 안의 혀처럼 구는 사람을 원하는 되바라진 오너 일가들이 있어요. 이경우는 그냥 기본 예의만 지키고 모른척 하는게 낫습니다.


나 자신은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평생 간신처럼 살고싶지 않다면 하지맙시다.


3. 원치 않았지만 우리 부서로 발령이 나서 오너일가와 가까이 있게 되었다면 입은 무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는 낮 말은 새랑 쥐가 듣고 밤 말도 새랑 쥐가 들어요. 그래서 한 번 말 나간게 전 빌딩에 퍼지기까지 한시간이 채 안걸립니다.


이렇게 도는 얘기가 내가 그랬다더라 하면서 그 오너 일가의 귀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사표쓰고 싶어질듯... 그사람들 일반 회사 직원들처럼 마주 앉아서 술 한잔 기울이면서 '속상했다면 미안하다~' 해서 될 사람들 아니에요. 그냥 입 꾹 다무는게 상책입니다.


4. 같이 있다가 승진해서 오너일가가 자리를 옮기면 그 위치의 직급으로 부릅시다.


그 전에 잠시 격의없이 지냈다고 승진발령 난지가 언젠데 반가워서 김xx씨! 이대리! 이렇게 부르면 그 오너 가족의 표정이 싸해지는 걸 볼 수 있을거에요. 그사람들 몇개월 잠깐 사원놀이 한거에요. 대리놀이 한거고요. 승진발령이 과장이나 차장이 된게 아닐걸요? 보통 임원급으로 발령이 났을건데.. 거기다 대고 전 호칭을 불렀다. 역시 평탄한 회사생활은 글렀습니다.



오너 일가들이 갑자기 회사에 등장하게 되는 경우 내부에서는 많은 파장이 일어납니다. 특히 오너의 자제들이 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서 갑자기 회사 경영 일선에 들어오는 경우에 굉장한 진통이 일어나게 됩니다.


생각보다 오너 자제들이 나쁜 사람인 경우는 별로 없어요. (인성이 나쁜 오너 일가는 그냥 안마주치는게 답입니다.) 갑자기 맞딱뜨린 회사 환경, 낯선 사람들, 어떤 사람이 좋고 나쁜사람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 업무적 스킬 부족 등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워서 오너 자제들과 그 곁에 있는 회사 직원들이 동시에 과도기를 겪게 되는겁니다.


일반 직원의 우리는 소중한 회사의 자산이니깐 이것만 기억합시다.


1. 오너 일가들은 일단 일반 직원과는 다른사람이다.

-> 이건 부모 빽도 실력이다에 입각한 내용입니다. 어차피 그 부모 빽으로 외국에서 좋은 교육 다 받고 들어왔으니까요.


2. 사람 대 사람으로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생활하자.

-> 저 사람과 나는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직장 안에서 생활하는 회사 구성원이고요. 직원이 있어야 회사가 있습니다. 서로 지킬 예의만 정확하게 지킵시다.


3. 부당하거나, 불편한 요구, 행위는 정중하게 거절합시다.

-> 간혹 공사 구별이 안되는 오너 가족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좋은 거절은 없습니다. 아무말 없이 해주거나,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개선요구를 하거나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물론 거절했다가 후폭풍이 두렵다. 개선요구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퇴사and 이직하는 방법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 경우 부디 여러분들이 막장 오너 일가를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는 없겠네요..

너무 터무니 없는 지시나 행위라면 증거를 모아두었다가 고용노동부를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운전 기사한테 발길질이나 욕설을 한 오너도 있었죠)

이 때 회사 동료들이 증언해줄거라고 믿지 마세요. 노동부를 통해서 배상을 진행한다는것은 퇴사를 전제로 한일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혼자 이겨내야 되는 부분입니다. 평일에 휴가내고 당신과 동행해줄 회사 동료,, 없다고 보는 게 맞고요. 증거의 힘은 생각보다 굉장합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직장 안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월요병이라는 단어도 없어졌으면 좋겠고요. 라떼인간을 쓰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서로가 가장 기본적인 예의를 잘 지키면 모두가 행복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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