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아마존 생존기
아마존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퇴사를 했고, 시간이 남았으며, 아마존 셀러 인터넷 강의의 광고 문구, "하루 2시간 일하고 월 천만 원"을 벌었다는 것에 혹했을 뿐이었다. 때마침 함께 퇴사한 친구가 있었고, 우리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시간이 많으니 뭔가를 해보자고.
우리 둘 다 사업적 경험은 전혀 없었다. 나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했었으며, 친구는 마케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래서 지난 1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이었다. 사업적 눈을 길러주는 '경험' 말이다.
무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으니 우선 인터넷 강의를 들어보자 생각했다. 나를 혹하게 했던 바로 그 강의. 아마존 셀러 강의다. (사실 이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누구나 발을 담근다는 거는 이미 단물 다 빠졌단 의미. 마치 나에게까지 들려온 주식 종목 추천이라던가.) 아마존의 생태에 대해 알 수 있는 강의였고, 플로우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아예 사업 초보에게는, 국내에서도 해보지 못한 사업을 아마존으로 시작하는 건 부적합한 시작이 아니었을까.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특히 '미국'에서 판매하기 위한 브랜드 이름이라면 상표권 등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표권 등록이 안되면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기 때문. 아마존의 경우, 상표권 등록이 안되면 판매를 위한 여러 홍보 수단에서 제한이 걸린다. (예: 홍보 영상 등록, 상세 페이지 제작, 노출 범위 등) 이걸 모르는 상태였던 우리는 아주 단순히 상표 중복 검색만 했고, 중복검사에서 문제가 없어서 바로 브랜드 이름을 만들었으며(패인 1), 그 브랜드 이름으로 로고를 만들어 우리가 만든 제품에 각인했다(패인 2).
(모르니까 용감했다! 장하다 정말로!)
이후 '브랜드 유사성'이라는 철퇴를 맞고 등록에 실패하며 마케팅 방법에 큰 제약이 걸리게 된다.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우리의 첫 브랜드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데....
아마존 상품 검색 툴에 너무 매몰될 필요가 없었는데. 아마존 내의 검색 결과만을 위주로 상품을 제작하다 큰코다친 경우다. 사실 어떠한 제품이 '북미'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지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수많은 유튜버, 인터넷 강사가 말하는 단순히 다른 제품을 보완한다거나, 색상만 변경하는 식의 상품 제작은 절대 아니올시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아마존에 접근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조금만 지나도 카피 제품이 우수수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내 제품과 너무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데 나는 그래 버렸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템. 아이디어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애정이 넘쳐나서 객관적이지 못했다. 사업가에게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행태가 아니었나 싶다. 객관성을 잃으면 안 된다. 시장성 조사에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눈이다.
소비재라고 다 같은 소비재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식품용기를 제작했고,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안전테스트, 수입을 위한 복잡한 절차 등등. 그것도 유리로 만들어 배송까지 어찌나 조바심이 났는지. 처음이라 무식하게 용감했던 게 틀림없다. 지금 유리제품, 그것도 식품용기를 제작하라고 하면 절대 노우! 식약처 식검, 미국 FDA 테스팅, 한국과 미국 통관을 위한 수많은 서류, 식검 부적합 결과를 통보받고 폐기해야 했던 한국 수입 물량 등등..
이 세 가지 이유로 참 많은 고생을 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참 아픈 실패였지만 이 실패가 아니었다면 내가 공공기관 연구원 머리를 사업가 머리로 바꿀 수나 있었을까?
역시 실패 없이 얻는 성공이란 없다.
아마존 사업 실패를 딛고 또 다른 고난과 역경을 향해 걸어갈 예정이다. 우선 아마존을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끝내는지 정리를 하고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무얼 선택했는 지를 공유해보겠다.
쟤도 사업을 하는 데의 '쟤'를 담당할 예정이며, 그 '쟤'가 어떻게 성공해나가는지 잘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