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아마존 생존기
2020년 11월, 퇴사를 했다. 회사 생활에 지쳐 내 '라이프'를 즐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워크'에서 얻을 것이 있어야 했는데,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회사는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회생활 3년 만에 깨닫게 되었다. 자아실현을 회사에서 할 수 없다면 퇴근 후의 활동으로 채웠어야 했는데, 나에겐 그런 열정도,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퇴사를 한 후에는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인고의 끝에 들어갔던 회사였지만 몸과 마음이 지쳐 나가떨어질 정도로 나 자신이 소진된 상태였다. 잠시 쉬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가벼운 마음으로 평소 궁금했던 '아마존'에 대해 더욱 관심이 가게 되었다.
FBA - Fulfillment By Amazon. 제품을 아마존 창고에 가져다 두면 알아서 배송되고, 정산되고. 이거야말로 디지털 노매드에게 맞는 수익 파이프라인이 아닐까?라는 착각과 함께 미약한 도약을 시작했다.
자본금은 소자본으로 시작했다.
제품 제작, 안전성 테스트, 배송, 광고비, 사무실, 제품 촬영, 물류창고, 폐기, 그리고 그 외 비용들. 자잘하게 돈을 쓰다 보니 '소자본'은 금방 사라졌다.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금방 그 돈을 메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하면 부담감이 적어 더 공격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돈이 들어간 프로젝트라 그랬나 역시나 가벼운 마음으로 하기는 어려웠다. 분명 아마존 강의에서는 투자한 금액만큼은 회수할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식품 용기'를 제작했기에 아마존 강의에서 말해주지 않은 그 외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다. 테스트, 사무실, 촬영, 물류창고, 폐기 비용 등등.
아마존 창업만 한 게 아니라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기에 간과했던 비용이 꽤나 컸다.
그럼 이 돈은 버린 돈일까?
그렇지 않다.
내 것을 해보겠다며 퇴사하고 나와 야심 차게, 하지만 약간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도전을 해 본 2021년이었다. 대학 시절에도 창업 동아리조차 해본 적이 없고, 비즈니스적 경험이라곤 하나도 없는 나에게 2021년 아마존 창업은 반드시 필요한 발판이었다. 왜냐하면 실전 경험 없이 무작정 모든 자본을 털어 사업을 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소자본으로 해볼 수 있는 실험이자 경험이 나에게 필요했다.
왜 국내 판매에 도전하지 않았느냐고?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B2C 판매 브랜드 구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의 거인인 아마존 생태계를 직접 경험해보고, 이커머스의 끝판왕 경험을 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애정을 갖고 물건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마케팅 후 판매까지, 거기에다가 물류와 유통 경험도 놓칠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을 아마존을 통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2021년, 아마존을 겪으며 진정으로 얻은 것은 다름 아닌 '사업가의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귀하고 값진 경험이자, 앞으로 더욱 필요한 자산이다. 왜냐하면 결국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사업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며 나 자신이 '부품'이 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신년 사업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는 KPI에 맞춰 달려가는 한 해. 그 1년이 쌓여 어느덧 내 것은 못하고 사측의 이익을 위한 목표 달성에만 치우친 내 모습은 그저 완연한 사회인의 것이었다. 회사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게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았고, 그 고민의 시간인 꽤 길었지만 내릴 수 있는 결론이라고는 단 한 가지였다.
회사는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창업을 하며 '자아실현의 장'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체적으로 '내 사업'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내 사업'의 KPI를 세우고 달성해나가는 것.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마켓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소비자 행동은 어떻게 야기되는지. 원론적인 공부가 아니라 실전 경험을 통해 사업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봐야 했다. 그래야 이윽고 진정한 '내 사업'을 할 때,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가의 마인드는 그렇다. 너무 나 자신에, 혹은 내 제품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끊임없이 수정하고 개발하며 발전해나가야 한다. 또 한 번의 사업 아이템에서 소위 '대박'이 날 것이라 생각하며 가능성 없는 아이템에 대해 끝없는 투자를 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아무리 애정을 가진 아이템이라도 가능성이 없다면 단호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다. 내 제품이 흐름을 탈 수 있는 '타이밍', 판매가 될 수 있는 '적기', 그리고 실패한 아이템을 버릴 '시기', 다른 아이템에 투자할 '시간'.
2021년, 아마존을 시작했습니다.
2021년 12월, 아마존을 끝내는 중입니다.
해볼만큼 해본 첫 번째 아이템에 대한 애정은 늘 간직한 채로, 두 번째 시도를 위해 실패한 아이템은 과감히 버리고, 공부하고 투자할 시간이다.
이제 아마존 생존기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네요. 어떻게 '끝내는 중'인지, 상세한 내용을 적어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모든 초보 창업가들에게 찬란한 성공이 오길 기도합니다!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