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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May 20. 2024

이것이 중세의 맛? 잔혹 동화 마을 탐방기

네덜란드 교환학생 D+62, 독일 여행 넷째날(로텐부르크)

2017년 3월 21일 화요일



TIP 뉘른베르크에서 로텐부르크 가는 법 (*2017년 기준이니 현재는 다를 수 있음!)

뉘른베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1~2시간쯤 달리면 근교인 로텐부르크에 도착한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들이 말하는 동화마을 로텐부르크는 'Rothenburg ob der Tauber'(Rothenburg o. d. Tauber)이다. 처음에 나는 '로텐베르크'로 생각하고 Rotenberg를 지도에 찍었다가 엉뚱한 데로 갈 뻔 했다ㅋㅋㅋㅋ 뉘른베르크 중앙역에서 로텐부르크로 가려면 두 번이나 환승을 해야 하는데, DB Navigator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환승역이나 플랫폼, 시간같은 걸 편하게 볼 수 있어서 다운로드하기를 추천한다! 


뉘른베르크나 로텐부르크 역시 바이에른 지방에 속하기 때문에 그저께 뮌헨에서 퓌센으로 갔을 때 처럼 바이에른 티켓을 사도 되지만, 이번에는 나 혼자기 때문에 타게스 티켓(Tages Ticket, VGN)을 사는 게 더 저렴하다. 뉘른베르크 중앙역 내의 티켓 자판기에서 Day Weekend Ticket - All day ticket plus를 사면 왕복 기차를 포함한 버스, 지하철 등을 하루동안 무료로 탈 수 있다. all day ticket과 plus의 차이점은 그냥 all day ticket은 편도만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가격은 19.10유로.


**다만 이 타케스 티켓으로는 기차 중에서 이체에(ICE)는 이용할 수 없다! 시간표를 잘 확인하고 타게스 티켓으로 커버 가능한 시간대의 기차를 타면 된다.


뉘른베르크 역에서 Schnelldorf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Ansbach에서 첫번째 환승을 하고, Steinach에서 두번째 환승을 하면 로텐부르크 마을에 도착한다. 




동화 속 마을 로텐부르크

오랜만에 정보성 글로 서두를 시작하게 되었다ㅋㅋㅋㅋ 이제 다시 여행글을 빙자한 일기로..

로텐부르크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꼽는 예쁜 동화속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슬프게도 내가 간 날은 우중충한 날씨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ㅠ 중세 독일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날씨가 이렇다 보니 아름답다기보다는 쓸쓸해 보였다. 

역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이렇게 마을 입구처럼 보이는 문이 나온다.
알록달록한 로텐부르크 시내의 집들. 날씨가 좋았다면 정말 예뻤을 것 같다.
여기는 간판들이 다 저렇게 화려하고 예쁘게 생겼다.


아래 동영상은 창가에 앉아 비누방울 부는 곰돌이 인형이다. 정처없이 걷다가 어딘가에서 비눗방울이 날아오길래 비눗방울을 따라가니까 이렇게 귀여운 곰돌이가 있었다. 전에 로텐부르크 여행 포스팅을 구경할 때 한번 슥 보고 지나갔던 것 같은데,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지은이에게 영상을 보내줬더니 '바람 소리가 차네'라고 답장이 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다...날은 무척 추웠고...날씨도 구렸으며...바람이 많이 불었다..ㅠ




크리스마스 샵, Käthe Wohlfahrt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리저리 걸어다니다 보니 크리스마스 샵으로 유명한 케테 볼파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로텐부르크는 작은 마을이라서 그냥 생각없이 걷다 보면 웬만한 볼거리는 거의 다 마주칠 수 있다. 

입구에 서 있는 호두까기 병정 인형이 크리스마스 느낌을 내고 있다.


케테 볼파르트 안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고, 가게 내부는 아늑한 크리마스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서 마치 에버랜드 지구마을 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만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여서 그 느낌을 사진에 담아 오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ㅜㅜ


내가 여기에 또 언제 와보겠나 싶어서 뭐라도 사갈까 둘러보다가, 너무너무 귀여운 인형이 보여서 발을 떼지 못하고 구경하다 결국 사왔다. 내 심장을 저격한 건 아래의 저 루돌프 후드를 입은, 못된 표정의 곰돌이였다. 왼쪽은 선물용으로 샀다.

(집에 돌아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즐거운 소비를 한 후 이제 어디에 가 볼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또 다른 포스팅에서 본 중세 고문 박물관에 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본 예쁜 간판. 옆의 'Metzgerei'는 독일어로 정육점이란 뜻인데(수능 독일어 어휘에 있었다 후후), 그래서 소 모형이 있나보다.




중세 고문 박물관

또 다시 아무데로나 터벅터벅 걷다 발견한 중세 고문 박물관. 학생 할인을 받아서 들어오긴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여기는 추천하지 않는다! 여기에 쓴 4유로로 차라리 맥주 1리터를 사먹을걸... 내가 날씨가 우중충한 때에 방문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괜히 기분만 더 우중충해지고 별로였다ㅠㅠ

입장하는 문부터 벌써 으스스하다


박물관 안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드는 전시물이 별로 없었다. 사극이나 영화에 고문 장면이 나오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내가 고문 박물관에 온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을까...ㅎ...


전시물을 둘러볼수록 중세에 인간이 얼마나 미개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돼 먹은 시대였길래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걸 대중들이 '적절한 형벌'이라며 수긍하고 받아들였을까 싶었다. 나중에 미래 세대 역시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기록을 본다면 '정말 미개한 시대였다!'라고 생각할지도.


비교적 가벼운 잘못을 한 사람은 수치심을 주기 위해 마을의 광장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설치된 이 감옥 안에 가두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안에 갇힌 사람을 향해 욕설을 뱉거나 감옥을 빙글빙글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이걸 찍어온 이유는 바로 이게 사람들이 '동화 속 마을'이라며 감탄하는, 바로 이 마을 로텐부르크에 설치되었던 감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설치되어 있던 위치도 시청 근처였던걸로 기억함. 중세 고문 박물관을 둘러보면 현재는 마냥 아름답고 평화로워보이는 동화마을 로텐부르크지만, 중세에는 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잔인한 형벌들이 자행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온갖 고문 기록들과 그림들을 보고 나니 가뜩이나 비위도 약한데 기분이 정말 안 좋았다. 너무 어이없었던 기록 중 하나는 사람을 소쿠리에 집어넣은 뒤 물 속에 담그는 형벌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빵을 정해진 양보다 조금이라도 적거나 많게 만든 제빵사는 정량에서 차이나는 만큼 강물에 담궜다고 한다;; 당시에는 빵이 무척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이러면 대체 누가 제빵사 하고 싶겠냐고ㅠㅜ


또, 이곳에는 죄인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한 형벌에 쓰인 도구들이 무척 많았는데, 기괴한 shame mask들을 보다가 이 몽실몽실한 모자를 보니 너무 뜬금없어서ㅋㅋㅋㅋㅋ 설명을 읽어봤다. 중세 여자들은 위의 사진 뒤편에 보이는 금색 머리장식을 쓰는 게 결혼식의 필수 요소였는데, 일반 여성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교회나 성당에서 대여 사업을 했다고 한다(이런걸로 종교기관이 돈벌이를 하다니..) 그렇지만 혼전 관계를 맺은 커플의 경우 여성은 저 금 머리장식이 금지되었고 이 우스꽝스러운 폼폼이 모자를 쓰고 결혼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웃기지만, 사실 모두가 모여서 자신의 앞날을 축하해주는 결혼식날에 강제로 저런 모자를 쓰고 수치스러운 가발과 옷-이것도 전시에 있었는데 굳이 찍어오진 않았다- 을 입은 채로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해야 하는 신부 입장에서는 얼마나 끔찍했을까 싶었다.


고문 박물관을 보고 기분이 급 다운돼서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하늘과 몰아치는 바람이 나를 맞아주었다ㅋㅋㅋㅋㅋ큐ㅠㅠㅠ 이전까지는 나름 예뻐 보였던 마을 풍경도 고문 박물관의 전시를 보고 나니 이전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약간 소름끼쳤달까...


기분 전환을 위해 들어간 장난감 가게. 장난감의 도시인 뉘른베르크의 근교 도시라 그런지 역시나 장난감 가게가 무척 많다.


이런 기분에는...뭔가 즐거운 게 필요해...! 하면서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시청사로 갔지만, 안타깝게도 비수기인 3월까지는 전망대를 주말에만 개방한다고 했다ㅠㅠ

마찬가지로 우중충한 시청


모두가 미개했던 그 시절, 로텐부르크에 얽힌 또다른 이야기!

한번은 로텐부르크가 전쟁 중 침략을 당했는데, 침략한 나라의 장군이 이 마을의 아무나 3리터가 넘는 와인을 한번에 마시면 마을 사람들을 살려주겠다는 미-개한 제안을 했었다고 한다. 사실상 다 죽이겠다는 얘기지 뭐... 그러나 놀랍게도 당시 로텐부르크 시장이 그 3.25리터짜리 와인을 단번에 마셔서 마을을 구했다는 이야기이다. 매일 11시마다 위 사진의 건물 빨간 시계 좌우의 창문에서 인형이 나와서 그 영웅담(?)을 재현한다는데, 내가 마을에 도착한건 이미 11시가 훌쩍 지난 상태여서 못 본게 좀 아쉬웠다.




슈니발렌의 고장 로텐부르크

전망대도 못보고...인형극도 못보고...여전히 우중충한 기분. 그러니 단걸 먹어야겠다 싶어서 슈니발렌 가게를 찾았다ㅋㅋㅋㅋ 놀랍게도 로텐부르크는 우리나라에서 한때 망치로 깨 먹는 고급 과자라고 유행했던 슈니발렌의 본고장이다. 

지은이 주려고 사온 미니 슈니발렌

가게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운데, 많이들 찾는 Diller 말고 그 맞은편에 있는 가게에서 미니 슈니발렌을 판다고 해서 거기로 갔다. 아주머니께 가장 많이 나가는 게 뭐냐고 묻자 헤이즐넛 맛이라고 하시길래 지금 먹으려고 하나 사고, 초코랑 바닐라 맛은 지은이와 나눠먹기 위해 포장된 걸로 샀다. 맛은 뭐 그냥 평범하다. (한국에서 슈니발렌이 유행했을 때도 솔직히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국 슈니발렌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손으로도 꾹 누르면 깨진다.

헤이즐넛 슈니발렌을 사서 다시 시청 앞 광장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먹었다. 혼자 여행하려니 정말 쓸쓸하구나....하는 걸 느끼며....눈물 젖은 슈니발렌을 먹어치웠다. 이제 어디 가지? 웬만한 블로그에서 추천한 코스는 다 돌았는데 할 게 없었다ㅋㅋㅋㅋㅋ 로텐부르크는 정말 작은 마을이다.




자연을 즐기다, Burggarten

뭘 할지 고민하다가, 혼자 여행의 묘미가 뭐겠어! 하면서 다시 발이 가는 대로, 안 가본 방향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앗 이 시계탑은 뭐지? 저쪽에서 한국분들이 걸어나오시길래 저 방향으로 가봤다.
동굴같은 통로를 지나~


이곳은.. 어디...?

여기가 어딘가 싶어서 지도를 찾아보니 burggarten이라고 되어있는, 꽤나 넓은 녹지 구역이었다. 어차피 기차 출발 시간까지 너무 많이 남아서, 그럼 정원인지 공원인지 한번 돌아다녀 보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 걸었다.


Burggarten은 로텐부르크 마을에서도 아주 왼쪽, Tauber강을 끼고 이어진 공원이었는데, 사람도 없고 해서 혼자 여행 온 기분을 만끽하며 걸어다녔다. 윗 사진의 왼쪽 문을 따라 나가니까 오래된 성벽 바깥으로 이어진 산책로가 등장했다.


산책로를 따라 가다 보니 이렇게 놀이터도 나왔다. 오른쪽의 저 그네를 타 보고 싶었지만 자제했다ㅋㅋㅋㅋ

이 문은 원래 어디로 향하는 문이었을까? 다 무너진 담벼락의 잔해들 사이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철문과 무성한 식물들을 보면서 새삼스레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래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렇게 걷다가, 걷다가 보니 어느 순간 탁 트인 풍경이 나타났다.

비록 전망대는 못 올라갔지만 나름대로 마을의 모습을 멀리서 볼 수 있는 위치를 찾아냈다. 여기 벤치에 앉아서 하염없이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만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와글와글 떠올랐다가, 어느 순간 전부 사라져 버렸다. 혼자 여행하면 생각이 많아진다고들 하던데, 오히려 그 끝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해야 할 걱정도 없이, 시간에 쫓기는 것도 없이, 그냥, 그 순간을 만끽하면서 앉아있었다.


날씨가 더 좋았다면 더 오래 앉아있었을 텐데, 점점 바람이 거세지고 추워져서 슬슬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만약에 내가 화창하고 따뜻한 날에 로텐부르크에 왔다면, 다른 블로거들처럼 한번 더 오고 싶은 마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추워서 옷깃을 여미며 황급히 역으로 돌아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비 예보를 보고 다행히 우산을 챙겨와서, 여유롭게 바로 우산을 펼쳐 들고 걸었다. 건너편에서 종종걸음으로 걷던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ㅋㅋㅋ


6시 3분 차였나, 아무튼 역에 도착했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실내로 들어와 폰을 만지작거렸다. 혼자 여행하니까 내 사진이 한장도 없는게 너무 슬펐다...


다시 기차를 두번 갈아타며 힘겹게 뉘른베르크로 돌아오자 배가 너무너무 고파서 쓰러질 것 같았다ㅋㅋㅋ큐ㅠㅠ 어차피 마트는 닫아서 뭘 해먹을 수도 없는 시간.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저녁은 반드시 호화롭게 먹으리라 다짐하며, 한국에서도 해 보지 못했던 혼자 레스토랑 가기를 이번 기회에 실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Zum Spiessgesellen에서의 저녁

독일에서 소시지도 먹었고 학센도 먹었는데, 이제 또 뭘 먹고 가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블로그를 뒤져보니 쇼이펠레(Schäufele)라는 음식이 있다고 했다. 그럼 또 먹어봐야지!


그 블로그에서 추천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종업원에게 '아무데나 앉으면 돼요?' 물어봤더니, 혼자 왔냐고 물어보고는 다행히 1인석을 줬다. 혼자서 큰 테이블에 앉아야 했으면 민망할뻔... 그래도 사람들이 들어오는 입구를 쳐다본 채 혼자 앉아있으려니 조금 부끄러웠지만, 어차피 여기는 외국인걸 뭐! 내 옆 테이블에 앉아계신 할아버지도 혼자 오셨는지 맥주만 시켜놓고 앉아 계셨는데, 내가 옆에 앉으니 반가워하시면서 말을 거셨다. 하지만 내가 짧은 교환학생 생활이지만 그 사이에 얻은 교훈이 있으니... 외국인인 나에게 말을 거는 낯선 사람의 의도를 외모로, 나이로, 인상만으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마스트리히트 카니발에서는 우리에게 친절하게 스몰토크를 시도했던 네덜란드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인심 좋은 동네사람이구나 싶어 편하게 이야기를 했다. 설마 딱봐도 손녀뻘인 우리한테 헌팅ㅎ을 시도하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후 그 할아버지가 자기 친구들을 데려오더니 같이 놀자면서 (사심 없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이성끼리 짝지어서 놀자는 의미로 말했다. 으악!!!!) 말도 안 되는 수작질을 해서 경악했던 경험이 있다. 동양인이고 또 어린 여자라 만만하게 보는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이 레스토랑에서도, 할아버지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으면 언제라도 도망가기 위해서 긴장한 상태로 밥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이상한 할아버지였다..!!!!


이 분은 심지어 나에게 전도를 하려고 하셨다(?!) 한국에서도 당했던 전도를 이런데서까지 당하게 되다니 세상엨ㅋㅋㅋㅋㅋ 내가 이런 얘기는 불편하다고 분명하게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도 자꾸 종교 얘기를 하면서 내게 대답을 강요해서(참고로 나는 무교다) 밥을 다 먹자마자 거의 도망치듯이 빠져나오고 말았다... 하... 맥주 맛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는데 마음이 급해져서 거의 입에 털어넣다시피 하고 뛰쳐나오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오늘도 맥주에 취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 알딸딸한 기분이었지만 나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파워워킹해서 호스텔로 돌아왔다. 역시 혼자 여행은 쉬운 게 아니다.



아무튼 음식 얘기로 돌아가서, 쇼이펠레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조금 퍽퍽한 갈비찜이다! 저 위에 얹힌 건 옆자리 도를 믿으십니까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돼지 껍데기라고 하는데 바삭바삭하다. 사실 처음에는 '양이 이게 다야??' 싶었는데, 양이 은근 많아서 아무리 계속 살을 발라내도 살이 끊임없이 나왔다... 1.5인분 느낌? 누군가와 같이 왔다면 이거랑 소시지랑 시켜서 나눠먹으면 딱이었을 것 같다. 맛있긴 해서 계속 먹다 보니 나중에는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고기 옆에 있는 둥그런 모양의 음식은 크뇌델(Knödel)이라고 부른다는 걸 지금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어떻게 감자를 이렇게 떡처럼 만들지? 싶었는데 실제로 밀가루랑 감자 이런걸 섞어서 만드나보다. 밥을 대신하는 느낌? 하지만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고기 결을 보여주기 위해 지은이에게 보낸 사진



쓰고 보니 오늘 하루가 참 길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쓸쓸했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니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우산을 쓰고 밤 거리를 혼자 걷고 있으니 문득 오늘 하루종일 주문하는 말 빼고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만났던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다른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 반가워했는지, 그 기분을 딱 알 것 같았다. 누군가는 혼자 여행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얻어간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긍정적인 무언가를 느끼기에는 다소 움츠러들어 있었던 것 같았다. '나이가 몇살인데 그거 하나 혼자 못하니?'라던 엄마의 말처럼 내가 그냥 나잇값 못하는 겁쟁이인건지, 아니면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 하나하나를 신경쓰는 소심쟁이인건지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 중에서 내가 혼자 보낸 1박 2일은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자발적인 혼자 여행이라기보다는 레포트 실험을 위한 반 강제적인 혼자여행이어서 그랬을지도ㅋㅋㅋㅋ 아무튼, 아직 나는 함께하는 여행이 더 좋다. 그치만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다시 한번쯤 혼자 훌쩍 떠나보고 싶어질지는, 또 모르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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