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콩 Feb 06. 2024

꼭 비쌀 필요는 없어

  고양이들은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적당히 맘에 드는 척해줘도 될 것 같지만 싫고 좋음이 확실하다.


  그중 봉콩이들의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것이 있다. (아마 대다수의 집사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고양이용품(장난감 포함)이다.


  집고양이는 하루에 일정시간 놀아주는 것이 좋다. 사냥을 하는 고양이의 본성을 채워줘야 한다고 한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살도 찌고 우울해지기도 하니 놀아주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세상에 귀엽고 이쁜 고양이들을 위한 물건들이 참 많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알 것이다. 장난감의 가격과 사용의 빈도는 비례하지 않다는 걸. 고양이용품의 경우 목적과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을.


  베란다가 없는 빌라에 살던 시절, 봉콩이들은 창틀에 누워있거나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베란다가 생기면 전망 좋은 곳에 캣타워를 놓아주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꿈이 이루어진 지금, 캣타워는 한 달에 한 번이나 올라가서 누워있을까. 캣타워의 세로봉에 설치된 스크래쳐만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외출 돌아오거나 집에서 지켜본 결과 칠봉이와 콩이의 지정석은 소파와 침대, 쿠팡에서 원형의 스크래쳐다.


  그리고 장난감은 정말 얼마 전에도 겪은 일이다. 얼마 전까지 인스타에서 한창 많이 보이는 장난감이 있었다. 그건 바닥에 세워놓는 낚싯대였다. 얇은 철사로 된 낚싯대 끝에는 고양이들이 좋아할 만한 깃털과 방울이 달려있었고 이걸 바닥에 고정시켜 놓으면 철사의 탄성을 이용해 고양이들이 혼자서도 잘 논다는 것이었다. 영상 속의 고양이들도 제품의 후기 속 고양이들도 일명 '환장하고' 놀고 있었다.

  구매버튼을 누르고 제품이 배송된 뒤 설레는 마음으로 낚싯대를 설치한 순간, 봉콩이들은 킁킁거리더니 이내 관심을 거두고 본인들의 몸치장에 온전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앞발을 열심히 그루밍해서 세수를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허무함이 밀려왔다.

  '난 뭘 기대한 것인가.'

  혹시나 시간이 지나면 관심을 가질까 하는 마음에 며칠 놓아두긴 했지만 낚싯대 끝의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가 한 번도 들리질 않는 걸 보면 실수로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봉콩이가 좋아하는 건 정말 사소한 것이다.


  먼저 칠봉이의 경우, 본인의 털을 뭉쳐 만든 공과 눈앞에 흔들리는 물체들이다.(혹은 모니터 속의 마우스, 혹은 거울에 반사된 햇빛)

  칠봉이는 유난히 털 공을 좋아한다. 이 털공으로 말할 것 같으면 빗질을 해준 뒤 빠진 칠봉이의 털들을 뭉쳐 만든 공이다. 한마디로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탁구공이나 골프공은 크기는 좋지만 굴러가는 소리가 혹시나 아랫집에 들릴까 걱정되지만 털공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정말 좋은 아이템이다.


  콩이는 끈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어지간한 낚싯대나 레이저포인트도 콩이에겐 통하지 않는데 유난히 끈은 좋아한다. 낚싯대에 한번 좌절한 뒤 택배에 딸려온 끈에 환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좌절을 느끼게 해 줬달까.


  이런 걸 보면 확실하게 본묘(?)의 취향을 고집하고 가격에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은 배워야 할 모습인 것 같다. 그리고, 집사의 지갑을 걱정해(?) 저렴한 것을 좋아하는 봉콩이에게 고맙기도 하다.


사소한 것에 관심이 많은 봉콩이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 냥아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