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새로웠던 2020년의 마지막 기록
연말은 보람차야 할 것 같고, 잘 지내야 할 것 같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내며,
왠지 끝장나는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저 또 하루를 늙는 것뿐인데 일 년을 한 번에 확 늙어버리는 것만 같아 지금 이 젊음을 얼른 즐겨야 한다는 이름 모를 압박감이 찾아온다.
몇 마디 단어로 나의 한 해를 다 살필 수 있겠냐만은... 올해 또한 잘 넘겼다.
애쓰며 살아갔고 군데군데 행복이 묻어났다.
마음은 요동치지만 표하지 않고 진득하게 견뎌내는 법을 배웠고,
속앓이가 심해질 때면 울거나 먹거나 떠나고 떠나보냈다.
내일부터 노력하고자 하는 건,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고 미련 갖지 않기.
옳다고 믿는 것들에 너무 의지하지 않기.
어떤 일이 있어도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 말기.
사랑받는 것에 애쓰지 않기. 사랑받는다면 감사하기.
@ssnami 작가님의 2018년 12월 31일의 글 중
몇 년 전 이 글을 읽고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한 문장 한 문장 기억하고 매년 12월 31일에 이 글을 읽기로 다짐했다.
올 한 해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처음이었다. 아무도 2020년이 전 세계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가 될지 예측하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19로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렸고 학교 수업부터 직장, 각종 행사까지 모두 비대면이 원칙으로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그 마지막 길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진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천 명씩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휴대폰을 보고 확인하는 것이 어제 하루의 코로나 확진자 수인 한 해였다.
최근에 유튜브 <뉴스 안 하니> 채널의 영상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든 것"이라고.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수업을 들으러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던 일이, 지인을 만나서 식당 가서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일이, 명절 때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가던 일이, 방학이면 해외여행을 떠났던 일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제는 일상으로 복귀라는 말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언제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일상이라는 단어가 슬슬 잊혀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코로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점점 터득해가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를 잘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완전히 익혀갈 때쯤엔 어느 순간 코로나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올 한 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나름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내 생애 다시는 오지 않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24학점과 병행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인해 1일 1 아메리카노는 필수였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응원해주는 따뜻한 주변 사람들 덕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는 말이 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때론 그 평범함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한 해 평범함을 쟁취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 것이 목표이다. 그 평범함안에 녹아있는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연말이지만 올 한 해 탈없이 보낸 것에 감사하며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웃을 수 있길 바라며 다짐한다.
2021년은 올해보다 조금 더 행복하기.
익숙한 것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기.
당연한 것에 감사하기.
사랑받는 것에 감사하고 사랑 주는 어른이 되기.
사소한 것에 미련 가지고 상처 받지 않기.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기.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멋있는 어른이 되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함께.
-2020년을 약 30시간 남긴 12월 30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