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카카오 TV 중에 "아만자"라는 드라마가 있다.
26살에 암이 그것도 4기 위암이 걸린 이야기이다.
보고 있노라면 나도 아팠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난다.
나도 4년 전이니까 마흔셋이었을 때인데 이 친구는 20대에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위암 4기이고 그것도 시한부 인생이라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막다른 지점인 건데...
나는 소위 흔한, 암이라고도 취급도 안 해준다는 갑상선 암에 걸렸었다. 물론 지금도 6개월에 한 번 나의 인생을 갱신하러 병원에 다니고 있다. 다들 흔히 들어본 암이지만 이것도 암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갑상선 암은 수술을 안 해되 되는 거라고 생각도 하고 우리나라는 쓸데없이 초음파 검사를 많이 해서 발견이 많이 되는 것이라고 도 이야기 하지만 막상 암이 걸려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든다.
갑자기 한 달 만에 죽고 그러는 암은 아니라지만 몸속에 암이라는 녀석이 있고 이 녀석이 갑자기 어디로 뿌리를 내리러 내 몸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 갈 수도 있는데 이 녀석을 잘라내지 않고 몸속에 그냥 둔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암을 발견한 즉시 날을 잡아 수술을 해버렸다. 불안해서 수술 날짜가 빨리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또 수술을 마치고 조직 결과가 나오는 날은 아침부터 떨려서 아무것도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었다. 나는 1센티도 안 되는 혹이었는데도 말이다.
의사 선생님이 전위된 곳은 하나도 없네요 하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날뻔한 걸 참았던 기억도 있다.
처음 암을 발견하게 된 것은 사촌 동생이 매일매일이 너무 피곤해서 검진을 받았더니 갑상선암이었다고 이야기를 해서 나도 여름방학 동안 내내 소파에 붙어있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방학 때 쉬기는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처럼 그렇게 피곤해서 누워 지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동네 큰 병원을 찾아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역시나 나의 느낌이 맞았다. 정말 갑상선에 작은 혹이 있는데 모양이 예쁘지 않으니 조직검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조직 검사를 받았고 나도 암 환자가 되었다.
처음 암환자가 되면 핸드폰 문자로 나의 암환자 , 중증환자인 고유번호가 생긴다. 이 번호로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가 있다. 병원비며 약제비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이 번호를 받는 순간의 느낌이란 죄수가 죄수번호 받는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암환자가 되어 수술 날짜를 받아놓고 나는 아직 어린 아들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어려운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혹시 내가 잘못되면 우리 아들들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 밥도 하지 못하고 청소도 잘 못하고 빨래도 못하는데 어떻게 하지?
내가 너무 가르친 게 없네.
그날부터 나는 집안일을 하나씩 가르치기 시작했다. 세탁기 돌리는 법, 빨래 개는 법, 설거지하는 법, 전기밥솥에 밥하는 법 등 큰아들부터 작은아들까지 하나씩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짧은 시간 동안에 너무 많은 걸 생각했고 너무 많은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거 같다.
죽으려 하면 파노라마처럼 인생의 중요 장면들이 지나간다고 하는데 나도 암환자가 되고 암수술을 하고 회복이 되는 시간 동안 한 1년이 내 인생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고 나의 가족들을 더 소중하다고 느끼게 되고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 있어 참 좋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물론 힘들었지만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기였고, 나의 인생관을 다시금 조정하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제 2주 후면 다시금 나의 인생을 갱신하러 간다.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