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JOBS Oct 11. 2024

런던에서 요가하기_ 02

요가의 언어

오늘 아침 요가 수업을 갔더니 미리 세팅된 매트 위에 사진과 같은 글귀가 랜덤 하게 적힌 쪽지들이 자리마다 하나씩 놓여있었다.


My creative potential is limitless.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부랴부랴 파워 워킹하느라 아침부터 너무 정신이 없었는데, 이런 소소한 듯 세심한 웰컴 카드를 보니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외국 사람들은 뭐랄까, 이런 한국에서 했을 때 손발이 오그라드는 행위(?)를 참 잘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게 참 신기하다.



특히 외국 요가 수업을 듣다 보면 한국어로 수업을 들을 때와 비교해서 언어의 다름에서 오는 뉘앙스와 수업 분위기의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뭐 거의 요가 선생님들을 티쳐가 아니라 시인이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은 'Open your heart.'

후굴 동작을 할 때 보통은 가슴, 즉 흉곽 부분을 넓히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슴을 Chest가 아닌 heart라고 표현하다니.

갑자기 요가 수업에 낭만 한 스푼이 추가된 것 같았다.

(수업 중에 한국말로 '너의 심장을 열어라.'라는 표현을 썼으면 잉? 스러웠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브륵사아사나(나무 자세)를 하는데 선생님이 'Grow your tree'라고 하는 것을 듣고 또 급 감성적이 되어서 울컥..ㅋㅋ

난 내가 이렇게 감수성 넘치는 사람인 줄 몰랐는데 별거 아닌 이런 문장들에 감동받을 줄이야..

'손을 머리 위로 더 뽑아 올리세요'가 아니라, 'Grow your tree'라고 큐잉을 주는 게 몹시 문화 충격이었다.

(이 것도 한국말로 '너의 나무를 키워라.'라고 수업 중에 들었다면 뭥미? 이런 느낌이었을 듯?)





영어라서 언어에 대한 포용력이 넓어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가끔씩 외국 티쳐들의 멘트를 듣고 있으면 '아, 움직임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외국에서 요가 수업을 듣는다는 건 요가도 배우고 영어 듣기도 하고 문화 차이도 배우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경험인 듯?




매거진의 이전글 Yoga Nomad_0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