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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민 Jun 06. 2023

재고자산은 애플을 찢어

재고자산의 개념, 재고자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TL:DR;

1. 재고자산은 기업의 주가뿐만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지표입니다. 실제 세계 시총 1위 애플은 1996년 혁신 속에서도, 재고 관리 문제로 파산 직전까지 간 경험이 있습니다.

2. 재고자산은 판매를 위해 매입한 상품과 제조된 상품, 그리고 제조과정 중에 있는 재공품이 포함됩니다. 보통 재고자산이 증가하면, 높은 수준의 가격 할인이 따라오며, 이는 브랜드 이미지 손실과 품질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재고자산회전율은 1년 동안의 재고자산 판매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재고자산 수준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종업계의 지표 및 매출액과 같은 보조 지표를 함께 활용한다면 더욱 가치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 Wallpaper Flare


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와 관련해서 꼭 함께 제시되는 근거 지표가 바로 '재고(자산)'입니다. 국가 경제 수준을 보여주는 경기종합지수의 구성 중, 앞으로의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선행지수' 중 하나가 재고순환지표입니다. 재고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 재고는 기업의 실적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애플이 1996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이유도 재고 관리 비용 때문이었다. .. 쿡이 애플에 합류한 지 7개월 만에 재고는 ‘30일치’에서 ‘6일치’ 물량으로 줄었다. 1999년에는 2일치까지 축소했다.

<'재고 관리의 귀재' 팀 쿡, 1년 만에 30일→2일치로> (한국경제, 2022.05.02)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애플이 재고 때문에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는 것만 봐도, 재고의 중요성이 와닿으실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혁신적인 크리에이터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후임으로 물류를 담당하던 팀 쿡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고가 쌓이면 기업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부진이 화승엔터프라이즈(7,120원 ▼ 40 -0.56%)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아디다스가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자 생산자 개발방식(ODM)으로 운동화 등을 생산했던 화승엔터프라이즈에 떨어지는 발주량이 줄고 덩달아 공장 가동률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재고 쌓인 아디다스...위기의 화승엔터프라이즈 ‘52주 신저가’> (조선비즈, 2023.05.17)

따라서 유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커머스)에 종사허거나, 혹은 주식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라면 이 재고자산을 이해해야 합니다.


오늘 아티클에서는 재고자산의 개념과 중요성, 그리고 재고자산 지표를 보는 관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재고자산의 개념,

어떤 것들이 재고자산에 포함될까


회계적으로 재고자산은 '정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 중이거나 생산 중인 자산 또는 생산이나 용역제공에 사용될 원재료나 소모품'으로 정의합니다. 말이 어려운데, 쉽게 생각하면 장사하는 사람이 갖다 팔 수 있는 상품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유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유통업제조업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마트, GS25 등 유통업은 대부분은 상품을 사 와서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예를 들면, 식품제조기업 '삼양'으로부터 '불닭볶음면'을 사 와서, 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런 유통기업은 불닭볶음면과 같은 상품이 재고자산이 되며, 이때 매입원가가 재고자산의 가격(취득원가)으로 반영됩니다.


반면 나이키, 애플과 같은 제조업에 속한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때는 원재료/부품을 사오고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게 됩니다. 이때 원재료/부품뿐만 아니라, 생산공장의 인건비, 수도/전기 같은 일반제조경비, 그리고 공장설비의 감가상각비 등 제조에 투입된 모든 원가가 재고자산의 가격으로 반영됩니다.


더 깊게 들어가면, 다양한 유형들이 존재하지만 우선은 이 정도로만 이해해도 충분하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자세한 항목은 이후에 또 정리해보겠습니다.)




재고가 많으면,

조심해야 하는 이유


재고가 쌓이면 슬픕니다. 판매가 생각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에서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패션처럼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거나, 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존재하는 경우 이전 제품의 판매가 어려운 경우, 이런 리스크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재고가 어떻게 손실로 이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보관하는 비용도 문제지만, 판매가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으면 '진부화' 과정을 겪습니다. 진부화는 시장가격이 하락하면서, 보유한 재고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때 회계상으로 재고자산 평가손실이라는 항목이 비용으로 반영됩니다.)


더 나아가 안 팔려도 문제지만, 팔아도 문제입니다. 안 팔리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기업은 할인행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특히 도매처리가 어려운 D2C 기업은 자사몰에서 길고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재고를 처리하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다만, 할인의 정도(빈도/기간/할인율 등)가 높아지면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가 따라옵니다.  (1) 우선 고객의 할인기대가 높아지게 됩니다. 정가나 10% 할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2) 브랜드 이미지 및 상품 퀄리티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을 줍니다. '잘 안 팔리는 제품인가 보다', '원래원보다 못한 제품인데 그동안 비싸게 판거구나' 등 브랜드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또 상품의 퀄리티에 대해 낮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3)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단기적으로는 매출로 전환될 수 있으나, 가격을 줄이면 낮은 마진을 가져가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익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 Youtube <달라스튜디오 - 네고왕>

(논외지만) 이런 이유에서 기업들은 '라이브커머스'나 '네고왕'같은 프로를 활용하게 됩니다. 스토리가 있는 방송을 통해서 할인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심리를 최소화하고, 방송이 진행되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다는 점 등으로 고객의 할인기대를 크게 높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회전율,

재고가 많아도 잘 팔면 된다


'재고자산이 많으면 팔 수 있는 상품이 많으니까, 좋은 것 아닌가요?'


물론 재고가 아예 없다고 무조건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재고가 없으면, 고객이 상품을 받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받기까지 시간이 길어질 경우, 바로 필요한 고객은 주문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주문을 했더라도 고객이 주문 취소 후 다른 상품을 고려할 충분한 시간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재고가 설령 많더라도, 기업의 세일즈/마케팅 역량이 보유한 재고보다 훨씬 더 많은 판매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라면 재고가 많은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재고자산의 규모가 더 크거나, 재고자산이 증가하고 있는 것만으로 기업의 상황이 안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때 함께 활용하는 지표가 재고자산회전율입니다.

재고자산 회전율 = 매출원가 / 재고자산

재고자산 회전기간 = 1 / 재고자산 회전율 X 365일



이해를 위해, 나이키의 재고자산 회전율을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Nike의 재고자산회전율 ⓒ AlphaQuery


자료에서 나이키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10년 5.00에서 2022년 3.00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나이키가 2010년에는 보유하던 재고의 5배만큼 매출이 발생했는데, 2022년에는 보유하고 있던 재고의 3배만큼만 매출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는 판매 상품이 늘었더라도, 그보다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더 증가한 것으로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73일에서 121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나이키에서 상품을 제조 후 판매하기까지 평균 73일이 소요되던 것이 121일로 증가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lululemon의 재고자산회전율 ⓒ AlphaQuery


재고자산의 회전 관련 지표를 볼 때, 고려할 사항이 몇 가지 더 존재합니다. 우선은 동종 업계 및 산업의 평균과 함께 비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에 동종 업계의 기업이 유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면, 나이키 자체의 문제보단 매크로 환경의 영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매출액, 영업이익 같은 기본 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매출액 규모를 부풀리기 위해서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판매량만 엄청 늘리고 있는 경우라면 내실 있는 기업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위의 나이키처럼 재고자산회전율은 감소했지만, 가격 최적화를 통해서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은 좋아지고 있다면 판단을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고관리 잘하는 기업> 리포트 중 ⓒ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대우의 <재고관리 잘하는 기업> 리포트에 따르면, 재고자산회전율이 상승한 기업 중에서 매출액이 증가한 기업들의 주가가 긍정적이었으며, 매출액보다 재고자산이 더 빠르게 증가해 재고자산회전율이 하락한 기업들의 주가는 벤치마크 대비 -2.1%p 하회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재고자산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지표를 함께 파악하는 것만으로 이전보다 유용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이 상승했더라도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들의 단기 성과는 부진했지만 장기적인 성과는 긍정적이었다. 매출 둔화가 나타나더라도 재고를 미리 줄여둔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 리포트 '재고관리 잘하는 기업' (미래에셋대우, 2019.04.23)


 


끝으로


재고자산은 기업의 성과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예측까지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특히 투자를 하는 개인들에게 친숙한 종목인 애플, 나이키 등 기업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재고자산을 이해하는 것은 투자 판단을 조금 더 높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ps. 회계적인 내용이지만, 재고자산과 관련 읽어볼 만한 아티클들이 있어서 아래 참고로 넣어두었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상단의 좋아요나 구독 한번씩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재고자산 증가액만 보고 현금흐름 악화 판단 땐 오류 가능성 (중앙일보,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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