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들의 인사
두꺼운 옷을 벗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싶습니다.
겨우내 입었던 옷을 벗고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면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설렘이 있습니다. 무작정 집을 나와 목적도 없는 길을 가고 싶습니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가고 흘러가는 대로 바람을 맞고 싶습니다. 즐거운 음악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마음껏 소리 높여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습니다.
겨우내 꽁꽁 언 땅에 몸을 숨기고 있던 올망졸망한 꽃들이 말간 얼굴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작은 꽃들이지만,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 먼저 봄을 알려주는 존재들입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 자리에서 묵묵히 계절을 견디고, 가장 먼저 세상에 인사를 건네는 그 모습이 참으로 고맙고 대견합니다.
작은 꽃들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손끝으로 살며시 다가가며,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얼어붙은 시간을 뚫고 올라온 그 여린 생명은, 생각보다 단단한 힘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힘은 어쩌면 우리와 닮아 있어 더 마음이 갑니다.
이름 모를 꽃들은 말없이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견딤의 시간 끝에 피어나는 기쁨,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살아낸 계절의 기록,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화려하지 않아 더 오래 바라보게 되고,
작아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이 꽃들은 봄의 가장 진실한 얼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머지않아 더 크고 화사한 꽃들이 세상을 채우겠지만, 이 작고 소박한 꽃들을 먼저 기억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봄을 살아낸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봄은 더 따뜻합니다. 서로의 겨울을 말없이 견뎌낸 우리에게 이 작은 꽃들이 건네는 인사처럼,
조용히 사랑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잘 견뎌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