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우리가 조금 가까워지기 시작한 그 날 부터 난 네가 참 부러웠어. 단지 우리는 조금 가까워졌을 뿐인데도 너는 항상 지금처럼 나를 반겨줬잖아. 우리가 무슨 배트맨과 로빈 같은, 갓 구운 가래떡과 꿀 같은, 어린왕자와 여우 같은, 생선과 소금 같은 그런 관계는 아니었는데 말야. 내 세상이라고는 겨울에 가끔 빛나는 오리온 자리를 누군가의 말로 겨우 기억하는 것 뿐이었고 네 세상이라고는 1m짜리 사슬에 매인 풍경, 겨우 그런 것들에 지나지 않았을 따름이었는데.
내 차의 엔진 소리를 알아봐주기 시작했구나.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잠에서 겨우 깬 네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내가 너에게는 어떤 의미이구나. 너도 내게 그런데. 그래서 나는 가끔 더 아프기도 해. 어떻게 그런 풍경속에 하염없이 놓여 있는데도 너는 내게 기대하는 눈빛을 보낼 수 있니? 어떻게 사람이나 세상을 저주하지 않을 수 있니? 그 일부인 내가 밉거나 싫지는 않니? 그런게 몹시도 아프고, 궁금하면서도 하염없이 네가 부럽다?
너는 용케도 몹시 목마른 여름을 견뎌내더구나. 여전히 네 물그릇에 녹색 이끼가 끼어 있고 나는 그 것을 치우는 데 지쳐버려 포기했는데 너는 묵묵히 그 진창속을 살아내더구나. 겨울이 되어 네게 허락되는 잠시간의 볕으로는 견뎌내지 못할 추위도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꿋꿋이 버텨내더구나. 이제 겨우 시작한 겨울이지만, 네게 너무 가혹한 부탁일지도 모르지만, 난 네가 여전히 그렇게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해. 참 이기적이지? 미안해 못된 사람이라.
널 보면 산울림의 무지개가 떠올라. 이 아름다운 것들 속에서 슬픈 것만 보던 내가 부끄러워져. 네 눈빛을 마음대로 읽고 내 고단함을 견뎌내려고 이용하는 거라면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널 보면서 조금씩 배우고 있어. 세상을 저주하지 않는 방법을, 나를 못살게 굴지 않는 방법을, 오늘을 이겨내고 내일을 기대하는 방법을, 아주아주 느리지만 분명히 배워 나가고 있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