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롭게 시작했던 이 지면에 글을 쓰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모두에게 기록한다는 행동이 마찬가지겠지만 기억하고 싶은 사람과 순간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게 나에게는 오늘인거고.
이제는 언제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순간, 그냥 그렇게 다가왔던 노래가 있다. 그 때의 나에게는 어느 새 왔다가 가고 말 순간들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는 말로 들렸다. 이제는 다시 찾아오는 햇살이 지겨울 때 쯤 다시 반갑게 맞을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노랫말 속의 고마운 소녀처럼 나에게는 그 노래가 그랬다. 그녀는 슬픔을 집에 가두지 말고 풀자고 했고 나는 좌절을 내게 가두지 않고 풀 수 있었다.
기타를 치는 모양새가, 목소리가, 묘하게 앞을 보지 않고 아래를 보던 눈이 참 원숙해보였다. 그의 모든 순간에 질투가 났다. 내가 살아온 시간은 아무 것도 아닌 듯 이미 갖추고 태어난 자연스러움이 보였다. 정말로, 순수한 질투였다. 내가 정말로 가지고 싶었던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어 버리는 사람을 볼 때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렇게 질투하는 마음과 별개로 그가 만들어 내는 것들은 참 좋았고, 언제나 나의 질투의 대상으로 남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담아낸 앨범이 이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이젠 모두에게 추억인 술집 앞에서 마주쳤던 짧은 순간이 내게는 더 없이 소중해졌다. 함께 있던 친구가 그의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자 쭈뼛대던 그의 친구에게 핀잔을 주던 그 모습을 내 눈으로 봤다는 것이, 내 감각에 가둘 수 있었다는 것이, 이기적이지만, 참 다행이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무엇인가 떠올릴 사람들과 오늘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