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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LAN May 05. 2024

사용자경험 설계 : #01 서비스의 도메인을 이해하자

스트릿 출신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의 기록

시리즈 :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 01. 해당 서비스의 도메인을 이해하자


도메인 지식이란?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특정 분야의 지식’ 이 됩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편한 한국어가 있지만 대부분의 직업인들은 ‘도메인 지식’이라는 말을 더 즐겨 쓰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국어에는 다 담지 못하는 좀 더 넓은 범위의 의미(지식뿐만 아닌 경험까지)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 것 같습니다.

타인과 소통할 때 정답을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다 같이 쓰는 규칙으로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도메인 지식’이라는 단어를 쓰고자 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여러 구슬을 잘 꿰어야 합니다. 그중 가장 먼저 꿰어야 하는 구슬은 해당 도메인의 지식입니다.


해당 기업이 ‘어떤 산업’의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정의하면 그게 기업의 고객과 활동 영역과 범위가 됩니다. 우리는 이 지식에 대해 이해하고 습득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도메인은 기업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여러 개의 도메인을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 ‘냥아치 잡화점’의 3가지 변화를 통해 도메인 지식을 이해하다.


‘냥아치 잡화점’이라는 가상의 기업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가상의 기업은 업력 2년 차로 개업 후 1년간은 고양이 용품을 제조하여 반려 동물 도매상에 유통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년 차가 되면서부터는 도매상 유통을 그만두고 직접 판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1개와 온라인 스토어 1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접 제조한 고양이 용품만 판매하고 있지만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고양이 용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반려동물 용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용품은 직접 제조하는 방식이 아닌 여러 도매상에서 납품받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냥아치 잡화점이 직접 제조하던 고양이 용품을 다른 도매상에 판매했듯이 반려용품을 판매하는 다른 도매상도 냥아치 잡화점에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현재 냥아치 잡화점은 사업 확대를 위해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숙소’ 티켓 판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냥아치 잡화점의 2년은 꽤나 변화무쌍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 보자면 산업, 고객, 매출 방식의 변화가 있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산업의 변화입니다. 

처음에는 고양이 용품만 판매하였으나 나아가 다른 반려동물 용품까지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큰 시장 안에서 고양이 시장이라는 파이만 먹고 있다가 강아지 시장이라는 파이까지 먹기 위해 시장 내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입니다.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숙소’를 판매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반려동물’ 산업군뿐만 아니라 ‘여행 ・ 여가’ 산업군까지 병행하는 것입니다.

종합해 보면 냥아치 잡화점은 ‘반려동물’ 시장과 ‘여행 ・ 여가’ 산업군, 이렇게 2가지 도메인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산업군은 다르지만 고객군은 같다는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이어지는 고객의 변화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은 고객의 변화입니다. 

냥아치 잡화점은 개인이 아닌 사업자가 있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냥아치 잡화점의 첫 고객은 기업이었습니다. 이걸 B2B (business-to-business : 기업이 기업을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라고 합니다. 제조한 물품을 다른 도매상에 판매하였기에 기업 간의 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판매 대상이 기업에서 일반 소비자로 바뀝니다. 이걸 B2C (business-to-consumer :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물건을 판매 )라고 합니다. 도매상 판매를 중단하고 냥아치 잡화점이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B2B에서 B2C로 고객이 전환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산업군은 다르지만 고객군은 같다’라고 이야기하였던 것은 무슨 이야기일까요? 

B2C니 B2B니 하는 것은 고객의 유형이고 고객의 종류는 또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고객군은 고객의 종류를 말합니다. ‘반려동물’ 산업군과 ‘여행・여가’ 산업군은 서로 다른 산업군이지만 고객군은 여전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 동일합니다. (물론 기존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더 넓은 고객군이긴 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냥아치 잡화점은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을 내고 있었지만 특정 시점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출을 내게 되었고 이때 고객군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 확장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출 방식의 변화입니다.

냥아치 잡화점은 제조, 유통만 하다가 이후 제조, 직접 판매로 매출 방식을 전환하였습니다. 또한 직접 판매로 전환 한 후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통과 직접 판매는 매출을 내기 위한 노력의 유형이 다릅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통은 도매업자, 소매업자, 유통업자 등 중개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생산하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기업을 거래처로 만들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게 됩니다. 

반면 직접 판매는 내가 직접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마케팅을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니즈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게 됩니다.

오프라인 판매는 매장 위치나 매장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을, 온라인 판매는 온라인 마케팅, 배송비 등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게 됩니다.



데이터 기반의 사용자 경험 설계와 도메인 지식습득의 상관관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것과 해당 도메인에 대해 아는 것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특히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UX/UI 디자이너나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더더욱 이 지식으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쉽게 그려지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려면 먼저 데이터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데이터는 ‘결과물’이 아닌 ‘부산물’입니다. 조건 몇 가지를 더하면 나오는 나오는 합계가 아닌 사용자가 여기저기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흘린 흔적이므로 원하는 사람이 직접 주워 진주 꿰듯이 꿰어야 합니다.

그중 가장 처음 꿰야 주워야 진주가 ‘사용자가 이용하는 도메인’에 대한 지식인 것입니다.


냥아치 잡화점은 2년 동안 산업, 고객, 매출방식이 모두 변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 경험도 함께 변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만 이용하여 고양이 용품을 판매한다면 ‘매장에 걸어서 올 수 있을 정도로 초근접이거나 차량을 이용하여 올 수 있는 근거리 고양이 집사’를 대상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지나가다 매장이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간판에 가게 이름을 아주 크게 써놓는다거나  집으로 돌아갈 때 너무 무겁지 않도록 자전거를 빌려준다거나 하는 등의 일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는 차량 이용자들을 위해 주차자리를 확보해 놓는다거나 단골 고객용 카드를 발급해 물품 구매 주기를 기록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일도 사용자 경험에 속합니다.

만약 오프라인 매장과 더불어 온라인 스토어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면, ‘배송이 가능한 모든 지역의 고양이 집사’를 대상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매장에 와서 물건을 확인한 뒤 온라인으로 주문하려는 니즈도 포함하여야 합니다.

사업 확대를 위해 고객군을 고양이 집사에서 반려동물 집사로 확장한다면 고양이뿐만 아니라 강아지, 앵무새, 햄스터, 다람쥐, 이구아나 등 반려동물의 다양성만큼이나 사람의 다양성도 고려하여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고객의 종류가 B2B라면 대량 판매, 대량 발송, 세금 계산서, 원가 계선서 등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니즈에 맞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고객의 종류가 B2C라면 개인의 취향에 맞춰 쇼핑하기 편하도록 상품 리스트 둘러보기, 장바구니 확인하기, 결제하기, 환불하기 등을 고려하여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것’과 ‘해당 도메인에 대해 아는 것’

의 상관관계를 눈치채신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 기반’이라는 것은 데이터를 토대로 한다는 말이고 ‘사용자 경험’은 말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을 말합니다. 종합해 보면 ‘데이터를 토대로 만드는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 이 됩니다.

그런데 말이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그건 바로 중간에 보이지 않는 단어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빠진 단어는 바로 ‘해당 서비스를’입니다. 이 단어를 넣어 다시 종합해 보겠습니다. 

그럼 ‘데이터를 토대로 만드는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 이 됩니다.

그리고 ‘해당 서비스’의 근간에는 ‘특정 분야’, 즉 바로 글 가장 처음에 썼던 대체 단어인 ‘도메인’이 있습니다.

이 서비스가 어떤 도메인 위에 세워진 서비스인지를 알고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비로소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기초가 마련된 셈입니다.

그러니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하는 정보가 ‘해당 서비스가 속한 도메인 지식’인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 설계를 왜 데이터 기반으로 해야하는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용자 경험은 구슬을 꿰듯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조합하여 설계하게 됩니다. 물론 한 가지 데이터만으로도 설계할 수 있지만 여러 정보를 조합할수록 명중률은 높아집니다. 

여기 저기에서 ‘데이터 기반의 사용자 경험 설계’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근사해 보이는 단어나 문장이어서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들어 근사해 보이긴 합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여도,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결국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갈수록 대단한 서비스는 많이 나오고 화려한 제품도 많이 나옵니다. 큼직하게 분류되었던 비즈니스 시장이 지금은 굉장히 섬세하게 쪼개져서 파이를 차지하고 있고 그 안에서도 미묘하게 새로운 시장이 생겨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경쟁자는 먹이를 노리는 야생동물처럼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가 비슷한 아이디어에 더 뛰어난 기술력을 접목하여 달려듭니다. 그러니 고객을 만족시킬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 살아남을 확률은 더욱더 희박해집니다.

이렇게 기업이 시장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소비자는 전쟁의 파편들을 조금씩 맛본 덕에 눈은 높아지고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제 때에 고객에게 닿지 않으면 ‘제품 마켓 핏’을 찾기도 전에 비명횡사하기 딱 좋은 시기입니다. (저는 몇 번 겪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중요한 건 ‘명중률’인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현대사회에서 기업들이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것이 ‘사용자 경험’이라고 느껴집니다.

사용자 경험은 정답이 없어 공식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주 미묘한 조건 하나만 바뀌어도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이나 사용자가 도달해야 하는 곳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마다 말도 다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댈 곳은 이제 데이터뿐 아닐까요?


데이터는 사용자가 남기고 간 흔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동일하게 보는 글자 또는 숫자입니다. 누구든 근거를 가지고 사용자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물론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설계하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천차만별이지만 일단 데이터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설계 방식은 이후 다루겠습니다.)


냥아치 잡화점의 경우 누군가가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사장님에게 ‘누가 고객인가요?’라고 물었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사람입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 말만 듣고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면 그때부터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의 상상력과 경험에만 의존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명중률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냥아치 잡화점의 2년간의 사업의 변화에 대해 각종 숫자를 수집하고 이력을 수집한다면 뾰족하게 고객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명중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명중률을 더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데이터의 조합’입니다. 





저는 스트릿 출신의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잘난 게 없어 잡초처럼 자라 버려서 멋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어떤 것이 햇빛이고 어떤 것이 바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데이터가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데 필요한 데이터인지, 어떤 데이터를 조합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가 잡초처럼 자라는 동안 알게 된 모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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