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군인에게 '책임'이란

by 슬기롭군

‘책임’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요즘 군은 자율과 책임을 중요하게 말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대한 결과를 감당하는 태도를 요구한다. 그러나 책임이란 단어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그것은 단순히 맡은 일을 해내는 의무를 넘어선다.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누구나 두려운 순간을 마주한다. 상황이 불리할 때도 있고, 판단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때 책임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선택이 된다.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인가.

결국 책임은 자신의 직책을 자각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를 떠올리는 순간, 도망칠 수 없는 이유도 함께 선명해진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라는 질문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잡는 가장 현실적인 다짐이다.


직책은 권한이 아니라 무게에 가깝다.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솔선수범이 필요하고, 도덕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때로는 감정을 눌러 담는 절제도 요구된다.

책임은 말로 선언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행동과 태도 속에서 서서히 쌓여 간다.


완벽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 자리를 선택하는 사람이 책임을 감당한다. 군인에게 책임은 선택의 문제이자 태도의 문제다.

책임은 직책이 아니라, 스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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