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메라를 드는 이유.
나는 카메라로 창문 너머의 풍경을 자주 찍는다. 프레임 안에 들어온 세상은 어쩐지 조금 더 멀고, 조금 더 넓어 보인다. 창문이 만들어내는 사각형의 틀이 마치 또 하나의 렌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너머에는 내가 아직 닿지 못한 세계가 있고, 내가 보지 못한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카메라를 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넓디넓은 세상을 작은 렌즈 하나에 담아내는 것이 혹시 오만한 일은 아닐까. 끝없이 펼쳐진 이 풍경의 깊이를 다 알지도 못하면서 한 장의 사진으로 정의하려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가 바라본 풍경이 이렇게 보일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을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그런걸까. 창문 너머로 스치는 빛, 가느다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빛나는 걸 보면 사진으로 남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그리고 그런 풍경을 찍다 보면 상상하게 된다. 혹시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도 이처럼 넓고 아름답지 않을까 하고. 사진 속에 담긴 세계가 현실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현실 또한 사진처럼 따스하고 단단하길 바라는 기도를 담게 된다.
아마 내가 카메라를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기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창문 밖으로 지나가던 빛과 그림자, 그날의 공기와 내 마음까지 남겨두고 싶어서. 그 기억들이 나를 지탱하고,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결국 나를 위한 도구이면서 당신에게 세상을 건네는 창문이기도 하다. 내가 담아낸 작은 세계가 당신의 하루를 잠시 멈추게 하고, 그 너머의 세상도 얼마나 넓고 깊은지 다시 바라보게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