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이야기
글을 쓰는 데 지쳐버렸음을 깨닫고
조용히, 차분하게 '나 자신'을 관찰하는 일기를 써본다.
최근 어지럼증이 다시 재발했다.
심해졌다가 심해지지 않았다 하는데,
앓는 게 오래되다보니
어지럼증이라는 증상 하나에서도
참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언제는 친숙한 친구 같았다가,
어느 날은 역적이다.
또 어떤 날은 겉잡을 수 없는 고통이다.
질병, 아픔이라고 하면
매일이 고통일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오래 겪어오며 깨달았다.
나는 크리스천이다.
질병은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통로'라고 한다.
잘 나가고 싶고, 자기 계발과
발전에 대한 욕구가 강한 나에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인지 모른다.
이런 아픔 속에서도 글을 쓰고,
콘텐츠를 고민한다.
사실 회사에서
매일 하는 게 글쓰기고
하루 종일 보는게 워드 파일이다보니
워드 파일 위에 쓰는 글이 아니라도,
연필이든 타이핑이든 보기 싫을 때가 많다.
세상에서 나의 필요를 찾았고,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줄었고
이제서야 조금
잘 풀리려 하는 지점인데.
그 직전에서 그만 극도로
싫증나고 지쳐버린 것 같다.
멈추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때가
더 달려야 할 때라고 했던가.
새로움을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새로운 일을 하는 그 순간에는
신선하지만 이내 익숙한 일이 된다.
코로나로 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
좋은 시간을 가졌지만
이 또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술도 만남도 여행도
, 다 순간이다.
해결되지 않는 아픔, 지겨운 글쓰기,
크리스천으로서
끝없이 한 평생 기도하는 일.
평생의 숙제이자 과제인
이것들을 내던지고
내 자신도 던지고 싶은
충동을 하루하루 견디며
그 지겨움과 고독의 끝에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웃는
나 자신을 마주하길,
소망하고 기대해본다.